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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뇌물수수 1명만 집행유예 7명은 벌금형...재판부 “소방부서 만성적 예산부족 고려”

법원이 소방 비리에 연루된 현직 소방관들에 대해 무더기 벌금형을 선고하면서 공무원직 박탈 위기에 처한 공무원들이 한숨을 돌리게 됐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제갈창 부장판사)는 21일 사기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소방공무원 강모(36)씨에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추징금 2589만원, 벌금 5179만원을 선고했다.

또 오모(45)씨는 벌금 800만원, 고모(42)씨는 600만원, 서모(48)씨와 김모(47)씨, 양모(48)씨는 각 벌금 500만원, 고모(39)씨와 임모(36)씨는 각 벌금 250만원을 선고했다.

공무원들과 짜고 범행을 저지른 소방장비업체 대표 김모씨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 문모씨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에 넘겨진 공무원 8명은 집행유예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공무원직을 상실하지만, 7명이 벌금형으로 처벌 수위가 낮아지면서 공무원직 박탈 위기에서 벗어났다.

재판부는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라며 선처의 사유로 소방부서의 만성적 예산부족, 범행 이후 소방조직의 예방조치, 소방공무원의 사회적 기여 세가지를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주심 판사는 “예산부족으로 인한 상황을 오롯이 피고인들 책임으로 돌려야 하는지 고민했다”며 “범행후 소방조직의 재발방지 노력과 소방공무원들의 기여도 등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범행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받을 수 없다”며 “다만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조직의 상황 등 여러 조건을 고려해 공무원직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현직 소방공무원인 이들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장비구매계약을 담당하면서 업자에게 허위견적서 제출을 요구하고 견적서와 납품서를 받으면 내부 결재 후 돈을 돌려받았다.

4년간 이들이 40여차례에 걸쳐 허위서류로 부풀린 금액만 1억원 상당이다. 업자는 거래금액 중 20%가량을 수수료 명목으로 챙기고 나머지는 소방공무원들에게 넘겼다.

이들은 빼돌린 금액을 부서 회식비나 소방관서의 각종 행사비로 사용했다. 소방관서장 등이 부담할 비용도 이 같이 불법행위를 통해 조달했다.

검찰은 납품업자의 사무실과 주거지, 이메일을 압수수색하고 소방공무원 등 17명이 보유한 213개의 금융계좌를 추가로 압수해 이들의 범행을 입증했다.

사건에 연루된 소방공무원만 100명에 이른다. 검찰은 8명을 제외한 5명은 약식기소하고 88명은 감사위원회에 비위사실을 통보했다. 이 과정에서 공무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있었다.

수사가 한창이던 2월13일 제주소방서 소속 장모(50)씨가 자신의 집 마당에서 자살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장씨는 소방비리 혐의와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던 중이었다.

2월17일에는 서귀포시 성산읍의 한 도로 차량에서 소방공무원 강모(50)씨가 의식을 잃은채 발견되기도 했다. 강씨는 음주교통사고를 내고 이번 비리에도 연루돼 조사를 받아왔다.

사건이 불거지자 제주도소방안전본부는 연이어 자정결의대회를 열고 계약 관련 내부 결재 시스템을 손질하는 등 강도 높은 혁신을 도민들에게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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