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정유년(丁酉年). 붉은 닭의 해가 서서히 저물고 있다. 올 한해 도민들은 평안하게 지나가길 기원했지만 어김없이 한국사회와 제주사회엔 격랑이 일었다.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다. 그 중에는 희소식도 있었지만, 갈등과 대립, 논란과 좌절이 파노라마처럼 이어졌다. 다가오는 황금개띠 무술년(戊戌年)은 무사안녕의 해가 되길 기원하면서 <제주의소리>가 2017년 제주사회를 관통한 ‘7대 키워드’를 인물 중심으로 정리했다. [편집자 주] 

[인물로 본 2017키워드] (5) 국내 최초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 선수위원 홍석만

제주도를 부르는 표현 가운데 ‘대한민국 1%’가 있다. 보통 인구·경제·정치 등이 1%에 불과해 큰 영향력 없는 변방이란 부정적인 뜻으로 사용한다.

제주에서 전국적인 명사를 배출하는 일은 인구 1%에 불과한 여건에서 어김없이 화제가 되기 마련이다. 특히 엘리트 체육 분야, 거기에 장애인 체육이라면 더욱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올해 국내 최초로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IPC, International Paralympic Committee) 선수위원으로 뽑힌 홍석만(43.제주도청) 선수 소식은 그래서 지역 체육계에 남다른 자부심을 안겨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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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7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 참가한 홍석만 선수. 이제는 IPC 선수위원으로서 전 세계 장애인 선수들을 대변한다. 사진=제주도장애인체육회. ⓒ제주의소리

IPC는 장애인올림픽, 패럴림픽(Paralympic Games)을 주관하는 국제기구다. 장애인 대회라는 점만 제외하면 올림픽을 주관하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사실상 동일한 역할이다. 전 세계에서 ‘날고 기는’ 엘리트 선수들이 IOC, IPC선수위원이 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뚫는다. 선수로서 최고의 영예이자 속한 국가를 대표하는 명예가 있다. 선수 개인에게는 스포츠 행정가, 정치인 등 더 높이 진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비록 두 기구의 규모 차이가 있어 같은 선수위원이라도 IOC의 대우가 훨씬 좋지만, 전 세계 스포츠 선수들을 대표·대변하는 역할은 크게 다르지 않다. 

국내 IOC 선수위원은 지난해 임기가 끝난 태권도 국가대표 문대성 씨가 처음, 선수위원 탁구 국가대표 유승민 씨가 두 번째로 현직이다. IPC 선수위원은 홍석만 선수가 최초다. 아테네올림픽부터 광저우·인천아시안게임, 리우올림픽까지 10년 간 국가대표 육상선수로 활약해온 그는 IPC선수위원으로 제주 장애인 체육의 위상을 다시 한 번 드높였다.

홍 선수는 지난 5월 19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제75차 IPC 집행위원회에서 ‘호선(互選)’ 선수위원으로 선출됐다. 지난해 리우패럴림픽에서 출마했지만 당선되지 않았고, 다시 도전한 끝에 회의 출석 인원 만장일치로 기쁨을 안았다. IPC선수위원회는 하계 종목 6명, 동계 종목 3명, 호선 2명 등 총 11명이다. 호선 선수위원에게는 투표권이 주어지지 않지만 하계·동계 위원과 동일하게 활동한다. 임기는 2018년 9월까지이며 연임할 수 있다.

홍 선수는 올해 연말을 고향 제주가 아닌 서울에서 보낸다. IPC 선수위원 활동 뿐만 아니라 장애인스포츠 관련 연구도 병행하기 때문이다. 한국체육대학교서 스포츠코칭으로 석사학위, 특수체육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학구파다.

그는 22일 <제주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선수위원은 장애인스포츠와 관련한 국제회의에 참여하면서 선수들이 겪는 어려움, 바뀌어야 할 제도 등을 제시하고 실제로 바뀌도록 도움을 주는 역할”이라고 소개했다.

금메달 포함 많은 메달을 목에 걸고, 세계 신기록까지 세우는 등 선수로서 군계일학으로 종횡 무진했던 그가 전혀 새로운 영역인 선수위원이 되고 나서는 어떤 마음가짐일까?

“당연한 이야기지만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시야가 넓어졌다. 선수로만 활동하면 해당 종목에만 관심을 가지기 마련이지만, 지금은 특정 종목에 국한된 의견 보다는 모든 선수들을 위한 정책, 규정 같은 시스템이 관심이 간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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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럴림픽 참가 당시 홍석만 선수 모습(가운데). 사진=제주도장애인체육회.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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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는 전 세계에서 11명 뿐인 IPC 선수위원으로 활동한다. 사진=제주도장애인체육회. ⓒ제주의소리

현재 선수위원으로 그가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는 중동 여성들의 스포츠 참여, 국가 별 언어 차이 극복 등이다.

전 세계에서 11명 뿐인 IPC 선수위원이 되는데 제주도민들의 응원이 큰 도움이 됐다는 홍 선수. 제주도 장애인스포츠센터가 하루 빨리 정상 개관해서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가 함께 하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는 당부를 빼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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