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비엔날레-탐라순담(耽羅巡談)] (41) 제주에서 그림책 마을을 꿈꾸는 사람들 

제주비엔날레 2017 프로그램 중 하나인 ‘탐라순담’은 탐라 천년의 땅인 제주도의 여러 인물들과 함께 토크쇼·집담회·좌담회·잡담회·세미나·콜로키움·거리 발언 등 다종다양으로 제주의 현안과 의제에 대해 이야기(談)를 나누는 자리입니다. 누구나 주인공이자 손님이 될 수 있습니다.
오는 12월 31일까지 약 50회에 걸쳐 ‘제주 하간듸’(많은 곳)서 ‘제주 사름’(사람)이 ‘제주를 곧는’(말하는) 탐라순담이 열립니다. 제주 사회를 이루고 있는 각계각층의 인물들의 여러 담론 속에서 제주의 가치, 제주의 현안을 길어 올리고 사회적 예술로 대안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탐라순담[耽羅巡談] 마흔한 번째 순서는 제주도에서 그림책 마을을 꿈꾸는 이들이 모였다.

지난 7일 오후 2시 제주 갤러리카페 거인의 정원(제주시 대원길 58)에서 ‘제주의 그림책 마을을 꿈꾸다’를 주제로 마흔한 번째 탐라순담이 진행됐다. 

이날 탐라순담에는 ‘그림책’에 꽂혀 제주에서 그림책 마을을 꿈꾸는 사람들이 모였다. 순천 기적의도서관 관장을 지낸 허순영 제주도서관친구들 회장,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 소재 그림책방 <노란 우산>을 운영하는 김종원씨, 그림책 읽기 모임을 진행하는 제주의소리 오연주 과장, 그림책 작가로 활동하며 독립출판 홀씨북을 운영하는 강인경 씨 등이 모여 앉았다.

그림책의 매력은 무엇일까? 그림책은 비단 아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다 그림책에 입문해 마니아가 된 30~40대 어머니들도 다수이다. 갓난아이부터 100세 노인까지 누구나 쉽게 접하고 읽을 수 있다.

근래엔 그림책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관련된 다양한 활동이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제주도 예외는 아니다. 그림책 미술관과 제주어 그림책 연구회 등 자발적인 모임이 생겨나고 있다. 일상에서 그림책 읽기 모임을 운영하며 공감대를 넓혀가거나, 어르신들이 자신의 생애사를 그림책으로 표현하거나, 도심지에서 벗어난 곳에 들어선 그림책방에 부러 찾아가곤 하는 활동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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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연 
: 마흔한 번째 탐라순담은 제주에서 그림책 마을을 꿈꾸는 사람들을 만났다. 왜 그림책이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을 테다. 그림책은 0세 영아부터 100세 노인까지 남녀노소 누구나 접할 수 있는 매개체이다. 이 그림책과 관련한 활동을 해온 사람들이 모인 자리다.

허순영 
: 도서관을 운영하고 책과 만나는 일을 해왔다. 제주도 밖으로 10년 정도 나가있었다. 그러면서 다시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하기도 하고, 그동안 떠나왔다는 미안함도 있었다. 이제껏 활동해온 이 시기까지 20년이 넘도록 포기하지 않고 ‘독서’를 가지고 올 수 있었던 힘은 그림책을 나누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크고 확대된 도서관보다도 이런 것들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김종원 
: 제주에 온 지는 3년이 다 되간다. 대전에서 카페하다 아이 교육 때문에 고민하게 되었다. 큰아이 방학 앞둔 때였다. 시골에서 보내고 싶은데, 카페하면서 시골에서 생활할 수 있는 곳을 찾다가 육지에서는 힘들다고 느껴서 아내와 상의하다가 제주도로 오게 되었다. 초등학교 교육에 대한 환경이 좋다. 관광지라 시골에서도 카페를 같이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일단 오게 되었다. 마음먹자마자 대충 정리하고 왔는데, 우여곡절 끝에 안덕면 서광리에 집이랑 카페 하던 곳을 알아서 시작하게 되었다. 
바닷가 관광지가 아니고서는 사람들을 오게 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책방하면 좋을 것 같다는 조언을 듣게 되었다. 이 말이 마음에 닿아 어떻게 해야 되나 싶다가 아내가 대전에서 북스타트 프로그램 통해 알게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했다. 그러다 허순영 관장을 소개받아 만나게 됐고 제주도서관친구들 첫 번째 모임에 나오면서 이 고민을 같이 하기 시작했다. 책방을 어떻게 할 지 고민하던 중 이왕이면 그림책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조언을 들었다. 여러 도움으로 그림책방을 운영하고 있다.

그렇게 2년이 다 되간다. 책방가지고 걱정 많았다. 시골에서 될까? 가까운 영어 국제도시가 있긴 하지만 이게 다는 아니다. 일상에서 가까운 거리에서 운영해야 했다. 그런데 걱정과는 달리 생각 외로 잘 되었다. 서광리라는 마을도 의외로 마을문고라든지, 젊은 어머님들 중심으로 오래전부터 문화적인 측면에서 같이 하는 부분이 있다. 그림책방을 하니까 사교육 부분으로 보다가 나중에는 호응도 해주고 주변에 소개도 해주셨다. 주위에 대규모 테마파크가 있어서 직원도 많이 온다. 여러 활동들을 통해 작가들을 만나게 되기도 하고 책방을 운영하는 사람들도 많이 만나게 되었다. 그렇게 조금씩 소문이 나게 되는 것 같다. 출판사 관계자나 혹은 작가들이 카페를 들려주고, 제주에 올 때 마다 방문해준다. 아내가 SNS로 무모하게 친구를 맺으면서 알리고 있다. 지인들을 통해 그림책 모임이나 독서모임도 하다 보니, 지금은 자리 잡고 있는 중이다. 

강인경 
: 제주에 온지 5년 정도 되었다. 독립 출판 일을 하는데, 그림을 그리는 것부터 시작해서 출판 모니터까지 혼자 한다. 제주에 와서도 열심히 하려고는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네트워킹이 조금 힘들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어떤 분들이 계시나 하는 호기심이 있어서 겸사겸사 오게 되었다.

그림책 가운데서도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이라고 하면, 요즘은 장르 아닌 장르도 생겼다. 아이들이 보는 아동문학 위주에서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다. 세부적으로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도 생길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허순영 
: 전국적으로 아주 많은 그림책 관련 활동가들이 서울 경기권 중심으로 있다가 지방으로 간다. 제주로도 많이 와서 작업한다. 그림책에 대한 관심이 전국적으로 많아지고 있고, 그런 그림책 읽는 문화가 깜짝 놀랄 정도로 뜨거워졌다. 그게 30대, 40대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그림책 읽어주면서 스스로에게도 많이 활력을 주고 자기를 찾는 계기를 알면서인 거 같다. 아이가 커도 그림책을 사서 보는 문화가 퍼지면서 읽는 것을 넘어선 모임을 만들고, 창작도 하는 등 문화가 퍼졌다. 창작 과정은 굳이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어르신 분들도 일상을 담아내는 몇 개의 도시에서 그림책 마을을 꿈꾸는 분위기가 확산된 것 같다. 가장 큰 접점은 뭘까? 스스로 질문하고 찾아보는데, 그림책이 주는 여러 가지 특성도 굉장히 중요하다. 일상에서 예술을 만나는 것, 예술의 일상화다. 여기에 그림책이 같이 합쳐지는 중요한 매체인데, 그것을 통해서 일상이 예술이 되는 경험이 문화까지 파급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그것에 따른 여러분들의 생활 변화가 궁금하다. 

김종원 
: 그림책방을 하면서 아내가 2월에 원화전시전을 준비하는 과정을 지켜봤다. ‘보통 어려운 게 아니구나. 아주 전문적인 작업이구나’를 느끼게 되었다. 아이에게 밤마다 책을 읽어줬다. 수도 없이 읽어 줬는데도, 그게 아이 교육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담겨있는 메시지나 그림의 예술성에서 모르고 있다가 아내가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을 보면서도 그렇고 책을 소개하고 팔아야 되니깐 알아가다 보니 보통이 아니라는 걸 다시 느끼게 되었다. 그림책 모임도 하고 있지만, 그림책 심리학도 있다. 그림책으로 마음을 들여다보게 하고 하는 과정을 통해 자기를 알아보는 좋은 매개체가 됨을 알게 되었다. 상담에 관심이 있어서 크게 와 닿게 되었다. 우리는 공동체나 마을 이런 쪽에 관심 있었는데, 거기에도 그림책이 접목이 되었다. 같이하는 역할 일면에서는 그림책 이야기가 되겠지만, 좋은 마을로 나아가고 건강한 사회를 이뤄 가는데 그림책이 매개가 된다면 좋겠다.
 
오연주 
: 처음에는 카페로 시작했다가 그림책으로 아이템으로 뽑은 것 같다. 거부감이 없었나? 그림책을 보러 일부러 찾아오거나 하는지 관심이 많이 생겼나?

김종원 
: 하겠다고 했을 때 거부감은 없었다. 막연한 동경이 있어서 둘 다 할 수 있다는 게 좋았다, 거기에 이왕이면 다양한 많은 책도 좋지만 특수성이 있다. 큰애가 3학년이고, 작은 애가 7살인데 그 아이들 연령대 맞춰서 할 수 있는 책이라서 더 좋다. 그림책이 어쩌면 쉽게 접근 할 수도 있고, 국제도시 아이들이나 친구들이 다가와서 같이 나눌 수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반갑게 운영하게 되었다. 마을 사람들 관계에 있어서 아직까지는 사랑방 개념은 아니다. 어른들은 문화적인 콘텐츠 생각한다. 전문적인 것은 약하기 때문에 일종의 사교육 대안으로만 활용하고 비치하지, 전문적으로 좋은 책이 어떤 건지 그렇게는 못한다. 그림책 모임 엄마들 중심으로 한 모임이 주변 동네에 어머님들이 오셔서 같이 하다 보니 그런 식으로 자주 모이는 게 되고, 보성 초등학교 모임을 이 곳 카페로 와서 하기도 한다. 영어마을 어머니들의 독서 모임도 2주에 한 번씩 이곳에서 진행한다. 모임 장소라고 알려졌다. 간간히 제주도와 관련된 행사도 하니깐 일부러 오시는 분들도 늘어났다. 여행객도 있다. 사실 조금 더 바라는 것은 마을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하길 바라지만 아직은 부족하다.

강인경 
: 원주에는 그림책 마을이 있는데, 제주는 지금 어떻게 되어 가는가?

허순영 
: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제라진이 있다. 설문대 어린이 도서관에서 그림책 연구회라고 해서 제주의 이야기로 그림책을 만드는 창작 모임을 2013년도부터 시작했다. 당시에 활동하던 사람들이 나름대로 활동을 한다. 그러면서 그림책 미술관이나 마을에 대한 꿈들을 조금씩 키우고 있다. 큰 그림과 함께 한다면 전문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취향을 선택할 수 있지만, 다양한 그림책이 모여 있는 도서관이 있으면 좋겠다. 원화를 만났을 때 감동은 다르다. 원화 전시도 열리고, 작가도 깊이 있게 만나고, 창작 모임에 대한 활동도 많아져서 그런 창작모임을 진행하거나 작가들이 한동안 제주에 와서 일상을 벗어나서 창작하는 공간을 지원하는 것 까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제주다운 그림책 마을이 어떤 것인지 고민을 많이 했다. 일본 그림책 마을을 찾으며 여행을 꾸준히 다니고 있다. 제주에 어울리는 것은 무엇일까 고민하다 문득 제주에는 창고가 많다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 창고 몇 개가 연계해서 같이 네트워킹해서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개인적인 욕심은 3년에서 5년 사이에 조금 깊이 있는 전시들을 해볼 생각이다. 
이번 제주비엔날레 보면서 제주 곳곳에서 그림을 만날 수 있는 체험은 할 수 있게 됐지만 여기에 그림책은 없다. 여러 작가들과 원화를 만나는 행사를 기획하면서 제주형 그림책 마을을 어떻게 진행하면 좋을 지, 원주나 김포처럼 담론 을 나누는 세미나 포럼 등이 필요할 것 같다. 어떤 한 사람의 의견으로만 만들어 가는 게 아니라 내년에 그렇게 다 같이 하려고 한다. 좋은 인연도 만나도 구체화 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강인경 
: 제주도가 좁다면 좁고 넓다면 넓다. 대한민국의 축소판이다. 잘 모르지만 곳곳에 그림책 관련된 수업이나 평생 교육처럼 있다. 그림책은 0세부터 100세까지 포함하는 매체다. 그러다 보니 수업이 곳곳에서 많이 열리고 있다. 통합을 해서 컨트롤 타워라고 해야 되나? 네트워킹이 잘 되면 좋을 것 같다. 문화예술로 워낙 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고, 전국적으로도 그림책이 활성화 되는 단계라서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한다. 

허순영 
: 그러기까지 제주그림책연구회처럼 문화를 만들어가기도 하지만, 육지에 있는 작가들도 제주 문화에 관심이 많다. 제주 신화 혹은 제주 문화가 담긴 그림책도 나왔다. 그림책이 참 좋은 점이 말로 아이들에게 전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그림책에 담아낸다. 4․3이야기도 그림책으로 나왔다. 설문대 할망, 해녀 이야기 등 다양한 문화들이 그림책으로 발간되면 아이들의 생활 속으로 들어왔구나, 이걸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누리고, 지금은 없어졌지만 필요하다면, 그림책 마을을 축제도 만들었으면 한다. 어떻게 보면 작가들한테는 큰 계기가 될 수 있다. 

강인경 
: 제주에서 축제를 해도 재미있을 것 같다. 

허순영 
: 작년에 우연한 기회가 있었다. 선흘에 체험관이 있는데, 기회가 닿아서 그림책 작가 네 명의 원화 전시회를 하고 작가들이 와서 체험하는 행사를 기획했다. 장소 접근성이 어려워서 100-150명 정도 오겠거니 예상했다. 그러나 예상과 다르게 500명이 넘게 왔다. 그 공간이 개관한 이래로 많이 오게 되어서 민원도 생겼다. 줄 서서 기다리는 그분들이 한결같은 말이 이런 기회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마을 이장님이 ‘뭘 하는데 이렇게 준비물이 많고, 복잡하냐’고 말했는데, 여기까지 와서 체험하는 사람들 지켜보면서 ‘이런 게 필요하구나’ 깨달았다고 한다. 선흘에 작은학교 부모들이 이장에게 이런 기회를 우리도 만들어 달라고 해서 학교에 작가를 지원하기도 했다. 마을에 빈 공간이 생기니깐 작은도서관을 만들자고 부녀회랑 마을 분들이 합의도 했다. 단 한 번의 경험이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걸 보면서 뿌듯했다. 분위기가 확장된다면 그런 것이 그림책 마을이 아닐까 한다.

김태연 
: 기사에 인용했던 것처럼 그림책의 매력은 0세부터 100세까지 남녀노소 누구나 공감 할 수 있는 매력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 이어 주는 매개체로 작용한다. 한번 맛보기로 인해 모든 세대의 분들이 나서서 공동체를 들여오는 일에 합심을 하는걸 보면서 작지만 큰 기적이 이뤄진 게 아닌가 싶다. 

허순영 
: 그림책 심리학을 하는 신혜은 교수가 그림책을 들고 길을 걷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에서 하다가 순천에서도 한다. 오는 1월에 제주도에 온다. 자기가 좋아하는, 자기를 위한 동화책을 가지고,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거나 선물하고 싶은 책 2권을 들고 숲을 걷는다. 책을 소개하고 선물하고 서로 나누고 그림책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짧은 강의를 듣고 헤어진다. 그 때는 그림책 좋아하는 사람들이 전국에서 내려올 것이다. 배경이 되는 곳을 여행하기도 하고, 다시 그리기도 할 것이다. 그림책의 효용은 무궁무진하다. 다양한 매체와 접목도 되고, 그것을 듣고, 나누고 이런 과정에서의 시너지가 큰 매체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 공정여행을 하는데, 주로 책 여행을 많이 한다. 일본의 그림책 문화가 그림책 미술관이나 그림책 마을이 30개가 넘는다. 전국적으로 열기가 뜨겁다.  

오연주
:  그림책의 매력은 시나 그림을 따로 봤을 때처럼 밑줄을 긋고 감상을 하고 해석을 하는 게 아니다. 그림책은 그러지 않는다. 엄마가 읽어주는 대로 걷다가 넘어가는 책으로 그 때 추억을 불러 일으켜서 거부감이 처음부터 없던 유일한 책인 것 같다. 그게 자연스럽게 우리 마음속을 건드리는 문학이라고 생각한다. 부모 아카데미라고 부모를 대상으로 우리 아이를 어떻게 키울까 고민하는 프로그램 진행한다. 처음에는 사교육을 하지말자라고 진행했는데, 강사들이 하는 말이 주변 엄마들 말에 귀 담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그런 엄마들끼리 실상 불가능하다. 엄마들을 아카데미 진행하면서 선생님이 ‘모임 만들어주세요’라고 했지만, 참여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림책 수업을 한 번 했더니 신청이 많았다. 그림책 집에 있는 것을 가지고 오라고 하니 자발적으로 오시고, 아이로 인해 못 오실 것 같으면 아이와 같이 와서 읽었다. 모든 사람과 안면 트는 계기가 될 뿐만 아니라 감정을 편하게 이야기하는 좋은 매개체라고 생각한다.

허순영 
: 그림책에는 많은 장르가 포함되어 있다. 철학, 사회학, 등등부터 국문학부터 해서 그림, 시 등, 어떨 때는 음악이 될 수도 있고 여러 가지가 석이다 보니 하나의 종합적인 예술 분야가 되었다. 

김종원 
: 요즘은 수학, 과학도 들어간다. 

허순영 
: 책으로 금기시되는 주제가 있다. 죽음과 같은 그런 무거운 주제들도 그림책으로 담아내었다. 주제의 구별 없이 어른세대가 주고자하는 공유해야할 사회적인 문제들을 그림책으로 얼마든지 함축하는 매체인 것 같다. 

김태연 
: 어른세대들이 아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제주의 이야기도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다. 4․3의 경우에도 2-30년전 만 해도 금기시 되었다. 이런 주제도 동화책으로 돼서 아이들에 메시지 준다는 점에서 고무적인일이다. 

허순영 
: 내년이 4.3 70주년이라 여러 행사가 있다. 원화전도 하는 등 내년에는 그림책과 관련해서 여러 가지 일들이 벌어질 것 같다. 요새 나온 것 중에 <밥, 춤> 이라는 책이 있다. 밥 벌이가 춤이 될 수 있는 내용의 책인데, 첫 페이지 열어보고 놀랐다. 다른 모습들을 하고 춤을 추고 있다. 일상에서 밥하다가 읽어달라고 하면 읽어주면서 잠깐의 쉬는 그림도 겹쳐졌다. 밥벌이가 우리의 춤추는 것처럼 된다고 하는 걸 그림책 모임에서 읽고 나서 다들 자기 밥벌이에서 춤춰보자는 제안도 나왔다. 참 그림책을 읽고 별 짓을 다한다는 이야기도 하지만, 신선하고 가벼워지는 힐링이 되는 그런 시간이 되었다.

오연주 
: 이중섭거리로 인해 그 인근의 문화가 살아났다. 지금부터 빨리 투자를 하고, 대비를 해서 여러 예술 작가들을 배치했으면 한다. 이중섭이 제주에 있었던 기간은 얼마 안 되지만 그분 덕에 파급되는 것이 크다. 제주가 그런 것을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욕심이 있다. 

강인경 
: 그림 테크닉은 회화랑은 달라서 얼마나 그 안에 작가가 담고자 하는 메시지가 진정성이 담기면 충분히 소통 가능하다. 

오연주 
: 이말년 웹툰 작가도 보면 그림에 색감이 없다. 그걸 보고 다들 이것도 그림이냐고 놀랬다고 한다. 내용만 전달하면 된다. 

강인경 
: 그림책이 고전과 실험적인 것이 한꺼번에 되면서 되게 좋은 무대인 것 같다. 자기를 표현하는데 있어 자유로우면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오연주 
: 더 많은 사람들이 장르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와 같이 제도가 뒷받침 되었으면 한다.

허순영 
: 작년에 그림책협회가 만들어졌다. 외국에서도 관심을 기울인다. 세계적인 무대에서 한국인이 뒤지지 않고, 조명 받고 있다. 실제로 그걸 지원하는 기반이 없어서 작가 중심으로 협회 만들어졌다. 서울이나 경기지역에서 다양한 그림책에 대한 이야기들을 좀 모으려고 하고 있다. 지금 물 익었다고 해야 되나 퍼져나가는 분위기에 제주도 함께 참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연주 
: 이런 지원을 있었으면 좋겠다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부분인가?

강인경 
: 그런 부분은 거의 포기했다. 해볼 만큼 해보고 나눌 수 있는 것은 나누되, 저의 경우는 배우고 혼자 하는 게 10년 정도 되었다. 나름 규모는 잡아도 제 나름의 틀을 잡아놓은 상태라서 지원 경우에는 이미 있는 시스템 이용하면 된다. 저는 네트워킹이 어떤 식으로 해서 마을이 되는지 모르지만, 그림책 하는 사람들이 어쨌든 네트워킹이 돼서 자 참여할 수 있도록 조성되면 좋겠다.

오연주 
: 만약 마을이 생긴다고 하면 있었으면 하는 요소는?

강인경 
: 필요한 기본적인 교육과 교육 시설 정도 있으면 좋겠다.

허순영 
: 깊게 살펴볼 수 있는 책, 도서관 등이 있으면 좋겠다.

강인경 
: 보통 제라진에서 그런 식으로 운영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공간에 대한 고민도 있다. 

허순영 
: 내년이 만기일 것이다.

강인경 
:  뒤에서 밀어줘야 하는데 약하니깐 그렇지 않나 싶다. 

허순영 
: 그림책 축제를 1년에 한번 하면 좋겠다고는 했지만 소모되는 에너지가 크다. 축제 때 모인 책들이 공간에 쌓이면서 그걸 기반으로 그림책 만들어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한꺼번에 어느 시설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하면서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고, 뭔가가 필요하다고 해서 하나씩 만들어지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제주에 많고, 오래 지속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를 고민 중이다. 

강인경
: 공적영역에서 크게 하는 게 없다. 항상 제주 와서도 그런 생각을 했다. 생각 외로 할 수 있는 게 많다. 

허순영 
: 그림책 좋아하는 마음으로 온 것처럼 좋은 방향으로 네트워크 되면 좋겠다. 

김태연 
: 그림책으로 삶이 달라진 사람, 그림책을 만드는 사람 , 그림책방 하는 사람 등 오늘 나눈 이야기가 퍼져가서 모두가 공감하게 되었으면 한다. 그림책마을이 생겨날 수 있다면 그림책 같은 기적을 기대해 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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