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 고충홍 의장, “행정체제 개편, 개헌과 별개…자기결정권부터 가져와야”

의원배지를 처음 단 게 2006년, 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였다. 이 때부터 세 번 연속 제주도의회 의원에 당선됐다.

다수당 3선 의원으로 도민들을 위해 더 큰 봉사를 하고 싶었다. 10대 의회 전반기 의장에 도전했지만, 당대 조율 과정에서 연장자인 구성지 의원에 밀려 ‘의장의 꿈’은 멀어진 듯 보였다.

고충홍 의장(69, 제주시 연동 갑)의 얘기다. 그런 그에게 故 신관홍 의장의 별세는 뜻밖의 기회가 됐다.

고 의장 주변에는 늘 사람이 모인다. 언변이 뛰어난 것은 아닌데,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묘한 호소력이 있다. 감회가 어떠냐고 묻자 “개인적으로 늘 지지하고 응원했던 신관홍 의장의 갑작스런 별세로 의장직을 맡게 돼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주어진 책임과 사명이 크다고 생각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번 의장 보궐선거에서는 교섭단체 간 ‘합의추대’ 전통이 깨졌다. 이에 대해 고 의장은 “도민들에게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개인적으로도 매우 아쉬운 마음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을 초월해 의원들 모두가 존중되고, 화합하는 의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덧붙였다.

짧지만 6개월간 의정방향과 관련해서는 ‘민귀군경’, ‘시민여상’ 두 단어를 내세웠다. 도민의 이익과 제주발전을 위해 열심히 일해 나가면서 도민의 공감을 얻고 소통할 수 있는 낮은 문턱의 의회, 열린 의회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같은 당 소속(인터뷰 당시 바른정당) 원희룡 도정에 대한 견제와 감시 역할이 소홀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전하자 “의장이라는 무거운 책임을 맡은 만큼 의회 본연의 도정 견제와 감시를 철저히 해나갈 것”이라고 일축했다. 다만, 도정과 함께 해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협력하고 소통하는 건강한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행정자치위원장 때부터 관심을 가졌던 ‘행정체제 개편’과 관련해서는 “개헌 정국에서 수면 밑으로 가라앉긴 했지만, 행정체제 개편은 개헌(헌법적 지위확보)과 별개로 적극적으로 풀어나가고자 한다”며 “원 포인트 법률개정을 통해서라도 ‘자기결정권’부터 가져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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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소리>와 이슈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고충홍 제주도의회 의장. ⓒ제주의소리
- 우선 의장 당선을 축하드린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故 신관홍 의장님의 의정활동을 늘 지지하고 응원했는데, 갑작스런 별세로 인해 의장직을 맡게 돼 개인적으로는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주어진 책임과 사명이 크다고 생각한다. 임기가 끝나는 날까지 제주의 발전과 도민의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해나갈 생각이다.

- 그런데 이번 의장 보궐선거에서는 그 동안 지켜온 교섭단체 간 ‘합의 추대’ 전통이 깨졌다. 향후 원 구성 등에 있어서 다수당과의 분란이 있을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의장 선출과정에서 합의를 도출하지 못해 자유투표까지 가게 된 점은 도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개인적으로도 매우 아쉬운 마음이 든다. 앞으로 도민들이 걱정하지 않도록 당을 초월해 의원님들 모두가 존중되고 화합하는 의회가 되도록 노력해 나가겠다.

-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의회운영과 관련해 여-야간 정쟁이 심해질 수 있다고 보는데, 의원들과의 소통 문제가 중요할 것 같다.

정쟁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동안 저는 3선 의원으로 의정활동을 하면서 당이 다르다고 해서 다른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은 적은 없다. 도민을 위한 일이라면 당적을 초월해서 합심해 나가는 것이 의회 본연의 임무이고, 주어진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마음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 의원님들과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누고 소통하면서 의회를 이끌어 나가도록 하겠다.

- 고 신관홍 의장이 세운 ‘변화와 혁신, 도민과 함께 하는 창조의정’ 의정 슬로건은 어떻게 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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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충홍 의원. ⓒ제주의소리
고(故) 신관홍 의장님께서 세워놓으신 의정혁신계획을 바탕으로 앞으로 6개월여의 소통, 창조, 공감 의회를 이끌어 나갈 생각이다. 슬로건은 물론, 도민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고 활동해 온 10대 의회 후반기 의정정신을 이어받아 늘 도민과 소통하는 의회를 만들어 나갈 생각이다.

- 6개월 정도의 짧은 기간이긴 하지만 구상하고 있는 주요 의정방향에 대해 설명해 달라.

당선인사에서도 말씀드렸지만 ‘민귀군경’, ‘시민여상’의 마음으로 의회를 운영하도록 하겠다. 도민의 이익과 제주발전을 위해 열심히 일해 나가면서 도민의 공감을 얻고 소통할 수 있는 낮은 문턱의 의회, 열린 의회를 만드는 게 저의 희망사항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도민들이 공감하고 있는 현안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마중물의 역할을 의회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도민 모두가 행복한 제주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기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챙기면서 적극적인 활동을 펼쳐나가도록 하겠다.

- 당선 인사를 통해 “지역 현안들에 가장 가까이에서 일하는 의장이 되겠다”고 했다. 어떤 의미인가.

현재 제2공항에서부터 강정문제, 환경과 교통, 주택문제, 4.3 완전해결을 위한 배․보상 문제, 제주관광 활성화 문제, 난개발과 보전의 충돌 등 다양한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도민의 뜻과 어려움을 헤아리고 소통하면서 제주현안과 이슈들이 지혜롭게 해결될 수 있도록 문제점을 파악해 개선방안이 도출될 수 있도록 의회의 역할을 착실히 해나가겠다.

- 국회처럼 의장은 당적을 갖지 않는 방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의장으로서 중립적이고 공정한 의회운영 절차를 위해서는 당적이 어떤 의미에서는 걸림돌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저 스스로가 그동안 의원활동을 하면서 가져온 제주사회에 대한 신념과 양심을 지켜나가면서 불편부당성과 중립성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동료의원들과 논의해 보도록 하겠다.

-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제왕적 도지사’에 대한 우려가 높다. 도지사와는 같은 당 소속(인터뷰 당시 바른정당)이어서 의회 본연의 도정 견제·감시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기도 한다. 기우인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3선 의원으로 의정활동을 하면서 다른 당이라고 해서 의견을 듣지 않거나 같은 당이라고 해서 무조건 의견에 찬성하며 지내지 않았다. 앞으로도 의장이라는 무거운 책임을 맡은 만큼 의회 본연의 도정 견제와 감시를 철저히 해나갈 것이다. 다만, 제주도와 함께 해야 할 부분은 협력하고 소통하는 건강한 동반자 관계를 유지해 나가기 위해 열심히 활동하겠다.

- 제주도와 의회는 기관 대립형이지만 힘의 균형을 보면 최소 ‘9대1’, 운동장 자체가 완전히 기울어졌다는 지적이 있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는 있지만, 의원정수 확대를 비롯해 의정역량 강화를 위한 제도적 보완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됐는데, 결과물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의원정수 확대와 의정역량 강화 부분은 우리 도의회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지만, 전국 시도의회의장단협의회와 연계해서 함께 노력해 나가도록 하겠다.

- 도정에 대한 견제·감시라는 의회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려면 의회의 인사권 독립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1월10일쯤이면 상반기 정기인사가 진행될 텐데, 의회 인사권 확대를 위한 복안은 있나.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 지방의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은 필수불가피한 사항이다. 인사권 독립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 사실 우리 도의회가 자체 인사위원회 구성 운영이라든가 정책자문위원제도 도입 등 타 자치단체에서는 볼 수 없는 인사권 독립을 위한 제도를 시행하고는 있지만 부족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인재의 활발한 활용을 위해 의회 인사권 확대를 위한 제도 마련을 고민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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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소리>와 이슈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고충홍 제주도의회 의장. ⓒ제주의소리
- 내년 지방선거 일정에 맞춘 개헌 논의가 한창인데, 특별자치도의 헌법적 지위 확보 문제는 어떻게 될 것 같나.

30년 만에 이뤄지는 개헌에 특별자치도의 헌법적 지위가 반드시 확보할 수 있도록 도민사회 공감대 형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도정질문 때 개헌도민운동본부 설립을 제안한 바 있다. 지난 12월7일과 8일, 이틀 일정으로 우리 도의회가 국회를 방문했고, 한국행정학회와의 공동학술세미나 개최 등 그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알린 바 있다. 특별자치도의 헌법적 지위 확보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제주의 가치를 크게 높이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

- 예전에 행정자치위원장을 할 때는 유독 행정체제 개편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지금은 개헌 논의에 완전히 묻혀버린 형국이다.

행정체제 개편은 헌법적 지위 확보 문제와 별개로 적극적으로 풀어나가고자 한다. 문재인 대통령께서도 이런 것들을 제주도민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자기결정권’을 부여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원 포인트 법률개정을 통해서라도 자기결정권부터 가져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헌 전이라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제주특별자치도라는 위상에 걸맞게 제주미래에 중요한 부분인 만큼 우리가 필요한 부분적인 방법이라도 빠른 시일 안에 해결을 봐야 할 것이다.

- ‘사회통합’ 문제인데, 강정 해군기지와 관련해서 최근 정부가 구상금 청구소송을 철회키로 하면서 갈등해결의 전기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런데 제주에는 또 다른 갈등현안인 제2공항 문제가 있다. 일각에서는 제2의 강정사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한다.

강정마을 주민과 시민단체 등을 상대로 해군이 제기한 구상금 청구소송의 철회는 우리사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격려 속에서 이뤄진 소중한 결과다. 제주의 해묵은 현안에 대한 해결 기대를 높여줬다. 공항 포화 상태로 인한 대안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도민 모두가 공감하고 있지만, 제2공항 건설을 둘러싼 다양한 문제들 때문에 지금 이 시간에도 갈등과 고통을 겪고 있다는 점은 매우 안타깝다. 도민들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들으면서 제2공항 문제가 조속히 해결될 수 있도록 해결방안을 고민하면서 불편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아 나가겠다.

- 도민들이 새로운 의장에 거는 기대가 많은 것 같다. 마지막으로 도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묵은 갈등이 해결되기를 간절히 원하는 중요한 시기에 의장을 맡게 돼 큰 책임과 사명을 느끼고 있다. ‘그림자를 없애려면 빛을 향해 돌아서면 된다.’라는 말이 있다. 제주의 현안에 눈감지 않는 의장이 되겠다. 도민의 신뢰 속에서 제주의 가치를 높이고, 도의회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힘과 지혜를 모아나가겠다. 도민행복과 사회통합을 위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겠다. 오로지 도민의 뜻을 존중하면서 도민에게 힘이 되는 ‘도민 모두가 행복한 제주’를 향해 걸을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애정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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