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비엔날레-탐라순담(耽羅巡談)] (46) 사단법인 제주어연구소

제주비엔날레 2017 프로그램 중 하나인 ‘탐라순담’은 탐라 천년의 땅인 제주도의 여러 인물들과 함께 토크쇼·집담회·좌담회·잡담회·세미나·콜로키움·거리 발언 등 다종다양으로 제주의 현안과 의제에 대해 이야기(談)를 나누는 자리입니다. 누구나 주인공이자 손님이 될 수 있습니다.
오는 12월 31일까지 약 50회에 걸쳐 ‘제주 하간듸’(많은 곳)서 ‘제주 사름’(사람)이 ‘제주를 곧는’(말하는) 탐라순담이 열립니다. 제주 사회를 이루고 있는 각계각층의 인물들의 여러 담론 속에서 제주의 가치, 제주의 현안을 길어 올리고 사회적 예술로 대안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탐라순담[耽羅巡談] 마흔여섯 번째 순서는 사단법인 제주어연구소의 문을 열고 제주어 연구에 매진해온 이들을 만났다.

지난 22일 오후 2시 제주어연구소(제주시 능산길 6-45)에서 강영봉 (사)제주어연구소 이사장, 김미진·김보향·김순자 연구원과 ‘알지만 알지 못했던 제주어’를 주제로 탐라순담을 진행했다. 

강영봉 제주대 명예교수가 이사장으로 나선 사단법인 제주어연구소는 지난해 8월 5일 '제주어, 함께 지켜야 할 소중한 우리말입니다'라는 신조로 문을 열고 제주어 조사와 연구, 교육 활동을 벌여오고 있다. 

제주어가 다시 일상의 언어로서 사용되는 권리를 되찾기 위한 언어권에 초점을 맞춰 활동한다는 방침을 내세우고 있다. 그 동안 제주어를 ‘쓰지 말아야 할 방언’으로 인식해 사용을 기피하는 인식이 뿌리를 내리며 2010년엔 제주어가 유네스코가 정한 소멸위기 언어로 지정됐다.

당국과 지역사회의 관심이 차츰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제주어의 활용도도 잦아졌지만 정작 문제는 제주어의 소멸이 아니라 ‘변질’에 있다는 것이 제주어연구소의 시각이다. 표준어는 ‘맞다’, ‘틀리다’로 구분 짓는다면 방언은 ‘같다’, ‘다르다’로 나뉜다. 빙떡만 하더라도 제주에서도 지역마다 10개가 넘는 단어가 존재한다. 어느 표현이 맞거나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르다’는 것이다. 

제주어, 제주말, 제주도 사투리, 제주도 방언 등 다양한 표현 가운데 우리가 흔히 ‘제주어’라 일컫지만 과연 어느 표현이 알맞을까? 제주어도 공식이름은 아니다. 방언(方言)이라는 표현이 학문적으로 확실하지만 한자가 풍기는 뉘앙스는 표준어에 대항하는 변두리라는 뜻이기에 제주의 언어를 변두리 언어로 인식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언어권’이란 언어 사용의 권리이다. 제주에 살면 제주어로 말할 권리가 있는 것이다. 프랑스 사람이 누구냐고 물으면 90%가 프랑스어 쓰는 사람이라고 한다. 최근 들어 제주 이주민이 급증하면서 생겨난 논쟁도, ‘제주인은 제주어를 쓰는 사람’이라고 하면 규정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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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김미진 (사)제주어연구소 연구원, 김봉현 제주의소리 편집부국장, 김순자 연구원, 강영봉 이사장, 김보향 연구원. ⓒ제주의소리

김봉현 제주의소리 편집부국장 (진행)
: 오늘 주제는 매우 진중하지만, 무거운 자리는 아니다. 제주어에 관심 있지만, 제주어 전반에 관한 이야기 나눌 자리가 부족하고, 사람들이 아주 기본적으로 사투리와 제주어를 어떻게 구분해야 할지 혹은 의미적으로 판단해야 할지 모른다. 

강영봉 김순자, 김미진, 김보향 이 네 명의 박사를 한 자리에서 만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지역을 불문하고 직면하게 되는 변화의 소용돌이에서 제주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제주어 연구자로 산다는 그 자세는 어떤 건지 전반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다. 오늘은 제주어를 주제로 하는 자리여서 제주어로 해야 될 것 같다. 

김순자 
: 적당히 섞어서 하겠다.

김봉현 
: 강영봉 이사장은 교수 퇴직하시고 나서 훨씬 자유로워졌나?

강영봉 
: 학교에서는 전공서적만 봐야했는데, 지금은 보고 싶은 책만 본다. 그게 가장 좋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행복하게 산다. 여기 오면 라디오도 듣고, 정말로 잘 지내고 있는 편이다. 

김봉현 
: 공간도 사람도 좋다. 하고 싶은 일도 하는 것 같다. 이만한 자유가 없는 것 같다. 

강영봉 
: 육지에 있는 친구도 가족 여행 왔다가 어떻게 여기를 운영하는지 보려고 온다. 오는 사람마다 좋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언어에도 배경이 있는 것처럼, 좋은 배경에 있어서 잘 되는 것 같다. 

김봉현 
: 대중들에게 제주어라는 표현이 근래에는 많이 회자되지만, 제주도 사투리나 제주말이 익숙한 표현이다. 제주어라는 표현이 등장하면서 아직도 그 의미에 왜 사투리와 구분해야 하는지 설명했으면 한다. 

강영봉 
: 이 부분은 학문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제주어도 공식이름은 아니다. 방언이라는 개념이 정말로 확실한 개념이긴 하지만, 한자가 풍기고 있는 뉘앙스가 표준어에 대항한 변두리의 것이다. 밖에서 볼 때는 그렇게 볼 수 있지만, 제주 안에서도 변두리언어로 인식해야 하는지가 의문이다. 그런 생각에서 사투리라고 하는 것은 공식 명칭이 아니다. 구분을 할 필요가 있다. 다른 지역에 없는 오로지 제주도에만 있는 언어인 경우 사투리라고 한다. 우리가 논의하고자 하는 제주어라고 하는 것은 표준어에 안 쓰더라도 예부터 써온 말을 제주어라고 한다. 제주에만 국한 시킬 것인가 넓게 풀어놓을 것인가에 따라서 달라진다. 제주도 사투리라고 하면 제주도 사람만 아는 것이다. 공식적으로 용어로 쓰는 영어는 아니다. 공식적으로 는 제주 방언이라고 하는데, 일단은 제주어는 제주 사람이 쓰는 언어와 다른 개념으로 봐야 한다. 

김봉현 
: 언어라고 하는 것이 단순히 말의 의미가 아니다. 글을 쓴다는 것도 글과 글씨가 다른 개념이다. 그 사람의 DNA가 녹아있는 것이 언어라는 측면에서 표준어와 방언을 그렇게 명명하는 것은 역시 마찬가지로 중앙 중심적인 사고가 아닌가 싶다. 

강영봉 
: 국력을 모으기 위해서 그런 면이 있다. 표준어라고 하면 교양 있는 서울사람이라는 부분에 있다. 교양 없는 사람이다. 서울말도 그렇고 모두를 포괄하는 것이 표준어다. 그래서 가끔 그런 이야기 한다. 표준어의 경우 만들어진 미인이고, 방언의 경우 자연 미인이다. 그런 차이가 있다. 

성형을 하면 얼굴이 변한다. 방언의 경우는 고대로 A는 A대로 그렇게 받아들이지만, 표준어는 맞고 틀리고의 문제다. 제주어의 경우는 내가 말하는 경우하고 듣고 이해하는 것이 틀리다. 일상생활에도 반영되었으면 한다. 맞다 틀리다가 아니다. 같다, 다르다의 문제다. 

김봉현 
: 강영봉 이사장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20년 전 유명한 스님이 제주에 와서 같이 다니는데 차를 타고 도로를 다니면서 스님이 ‘제주도 도로가 88고속도로하고 비슷하다’고 말을 했다. 의미 있는 지적으로 받아들었다. 글로벌화를 이야기 하지만, 결코 바람직하지만은 않다. 건축이든지 언어든지 지역색이 묻어나야 하는데, 문화색이 사라진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도로 문제로 국한 시키는 것이 아니라. 문화를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강영봉 
: 그렇다. 언어라고 하는 것은 쓰는 사람의 생각과 감정을 나타낸다. 제주사람들의 정신이 감정이 어떠하나가 녹아있다. 제주도도 넓게 보면 한국 사람이다. 제주어라고 할 때는 국한 시킬 것이 아니라 표준어 여기서 오래도록 써온 말이라고 하면 제주어라고 하자고 한다. 소멸위기라고 한 것이 언어가 없어진다고 하면 제주의 정신, 감정이 없어진다는 것과 같다. 정체성이 없어진다. 언어를 제주에서 사람이 사로 있다고 하면 의사소통해야 하는데, 옛 부터 내려온 전통적인 정신, 문화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물질해서 잡은 것을 나눠주는 걸 게석이라고 한다. 나눠주고 베푸는 것이다. 그런 단어가 사라지면 그런 문화도 사라진다. 옛 집을 지을 때 동네사람들이 와서 흙도 올려주고 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돈을 쓰면서 계산한다. 그런 제주어가 없어지면 정신이나 문화에 담긴 감정이 변모 되는 것이다. ‘소멸 위기어’라고 하는 것은 사회적 측면이 아니라 지역적인 측면이다. 노인들이 쓰는 언어로만 되는 것이다. 

김봉현 
: 그런 위기를 자주 느낀다. 아이들한테 미안한 이야기지만, 제주어를 못 가르쳐준 세대다. 우리 세대들은 학교에서부터 표준어쓰기를 강요당했다. 표준어 못 쓰면 질책을 당하는 시대를 살았다. 집안 분위기도 그렇게 해서 그런지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그런 환경에 익숙해 잇다. 지금은 의도적으로 자녀들이 컸지만 제주어로 하려고 노력한다. 잘 소통이 안 될 때가 많다.  

강영봉 
: 제주어의 노출 빈도도 늘어나야 한다. 나는 삼양 살고, 선배는 신제주에 산다. 집에 전화에서 신제주에 사는 선배의 아들이 받을 때, “아버지 안 계신다”고 한다. 우리 애들은 외할머니들과 살아서 누가 전화가 오면 “아버지 어수다”라고 이야기 한다. 이것이 신제주와 삼양의 거리 차이처럼 느껴진다. 
희망사항일 수도 있지만 예전처럼 대가족제도로 돌아가면 좋을 것 같다. 아파트에서 층수를 달리해 살면서 같이 밥 먹는다. 할머니 영역과 자식들 영역을 나누는 것이다. 그러면 육아의 문제도 저절로 해결된다.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이다. 

김순자 
: 이 부분에 있어 남자와 여자의 생각이 조금 차이가 있다.

강영봉 
: 마을마다 경로회관이 있다. 일주일에 한번쯤 초등학생들이 경로회관의 할머니․할아버지들의 말을 듣고 가게 하면 좋을 것 같다. 일주일에 한번만 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이와 같은 제주어 교육을 정규 교과과정에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순자 
: 정규 교육 과정으로 넣도록 노력해야 한다. 

강영봉 
: ‘언어권’이란 언어 사용의 권리라고 한다. 제주에 살면 제주어로 말할 권리가 있다. 제재할 권리가 없다. 2010년도 소멸위기 언어에서부터 시작된다. 문제는 제주어 선생님이 너무 많아서 문제다. 잘못된 정보를 전하고 있어서 그렇다. 이게 문제다. 그래서 앞으로 바로 잡는 일이 굉장히 어렵다고 느꼈다. 
누군가 나에게 질문 했다. ‘콥대사니’라고 하는 뜻이 뭐냐고. 손톱할때의 그 ‘톱’의 뜻이냐고 물었다. 아니다. ‘콥’은 구분한다는 뜻이다. 마늘은 육쪽으로 나뉘어 있다. 손톱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김순자 
: 우리 어렸을 때, 검질 열심히 매면, 나중에 수확하고 나서 2개씩 준다. 그걸 ‘혼 갑’ 주라고 표현을 많이 했다. 그 때의 ‘갑’이다.

강영봉
: 예를 들겠다. 어머니가 마음 쓴다고 해서 바지를 사왔는데, “보짝허다(몸에 꽉 낀다). 뒤돌아 사보라(서봐라) 곱 갈라졍 못입것다(갈라져서 못 입겠다).” 한다. 나눠져 있는 그걸 보고 나는 “어떤 우영 마씸?” 이라고 한다. 집 우영을 누가 해석한 걸 보니 집(宇)의 그림자(影)가 가지고 있는 넓이를 의미한다고 하더라. 아니다. 

솔직히 이야기 하면 옛말을 다 쓸 수는 없다. 지금 어떻게 보면 소멸위기를 보전하고자 하는 것은 100% 그대로를 지키자는 것이 아니라 그 속도를 느리게 해보자는 것이다. “우리 옛날 이약(이야기) 해봅주” 이런 것만은 아니다. 

김순자 
: ‘옛날말로 고라줍서’ 이렇게 했었다.

김봉현 
: 연구소 자랑을 좀 해 달라.

강영봉 
: 소속 회원들이 60명 정도 된다. 여기 삼 김(세 명의 김) 선생님들이 든든하다. 잘 돌아가고 있다. 이 세 선생만 믿고 있다. 또 하나는 성급하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우리는 보짝(바짝)한 길을 가려고 한다. 우리 길을 가다보면 우리 존재를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봉현 
: 전부 제주가 고향이다. 우리 세 연구원들의 전공 안에서도 관심분야가 다 다른가?

강영봉 
: 김보형 선생은 일어일문학을 전공했는데 여기가 너무 좋다고 하면서 넘어왔다. 재일제주인, 교포들의 언어, 여기는 구술사 중심으로 하고 있다. 내 생각은 제주어 연구 시작이라고 하는 것은 현장 조사다. 

여기서 빙떡이 열 하나가 있다고 치자. 조사를 하는데, “영빈이 뭐 마씸?” “빙떡이주”라고 색달에서는 그렇게 말을 한다. 남원 쪽에서는 ‘전기떡’이라고 한다. 그런 것들을 조사하지 않고는 모른다. 조사 안하면 틀렸다고 하게 된다. 그 바탕으로 조사를 열심히 하고 있어서 중요하다. 또 하나는 3년째부터는 읍면을 3군데씩 조사한다. 전국을 봐도 그런 일이 없다. 
김봉현 
: 다들 고향이 어떻게 되는가?

김미진 
: 나는 대정읍 안덕면이다.

김보향 
: 저는 구좌읍 한동리이다.

김봉현 
: 제주어연구소가 제주대학교 국어문화원과 구분되는 역할은 ? 

김순자 
: 양다리 걸치고 있다. 구술 작업의 경우 3명이서 한다. 제주도청에서 제주대학교로 사업을 받아서 하다가 제주학연구센터로 사업이 이관돼서 센터 사업으로 진행한다. 이 중심에 이 연구자들이 있다. 잘못 나가면 안 되니깐 보충한다. 연구소 식구들이 참여하고 있다.

김미진 
: 별로 다른 건 없다.

김순자 
: 강영봉 이사장이 제주대학교에 있을 때 국어문화원이 생겼다. 국어문화원이지만 전국과 다른 점은 제주어를 중심으로 놓은 점이 다르다. 도에는 안 했지만, 국어 문화원이 생기면서 연구의 목소리를 내게 되었다. 나중에 유네스코 발표한 이후에 도가 자기들 것처럼 해서 제주학센터를 만들고 옮겨갔다. 그런 작업들을 했다. 지금도 진행은 하지만 조금 위축돼버리는 경우는 있다. 전공자가 버티는 경우가 다르다. 다른 점이라고 하자면 국어문화원은 병행하지만, 연구소는 온전하게 제주어를 가지고 한다. 연구자 선생님들이 문화원에 있지만, 협업체계 형식이라고 보면 된다. 구별 할 것이 아니라. 협업체계로 가야 된다고 생각하고 주어진 과제가 아닐까 생각. 밖에서는 그렇게 보고 궁금해 한다. 

김봉현 
: 비슷해 보여서 같이하는 것이 아닌지 그런 의문이 들기도 할 수 있다. 

강영봉 
: 육지에서도 국어문화원을 보배로 생각한 것이 지역 언어의 문제를 다뤘다. 책을 냈었다. 그리고 이제는 정말로 국어문화원의 역할을 한다.

김순자 
: 어쨌든 양 갈래로 갈라질 수도 있다. 이어 받은 부분은 국어문화원에서 다양한 제주어 사업을 하면서 제주어 학교를 만들었다. 만든 후 2007년에 만들면서 도민들을 위한 국어문화학교를 만들었다. 거기에 제주어 강좌를 끼워놓았다. 다른 곳에서는 그렇게 안 한다. 그러다 공모를 거쳐 제주어 학교를 연구소로 가지고 왔다. 명칭을 바꾸기가 아깝기도 하고, 이것을 살려야겠다고 해서 살렸다. 제주의소리에선 취재를 안 했지만 (웃음) 올해의 경우 120시간으로 구성했다. 다른 곳에서는 한 강좌에 1~2시간 하면서 8회에서 끝난다. 30시간을 같은 프로그램 두 개 이주민을 위한 것 이렇게 두 개를 한다. 그 중에서 구술 작업을 많이 한다. 하나는 지난 12월 15일에 끝난 문화로 배우는 제주어이다. 이렇게 알려지다 보니, 단순히 언어가 아니라 문화 민속 자연을 아우를 수 있는 진짜 제주인의 삶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해서 교육을 1년에 120시간이라고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회화로 “장에 갈 건디 고치 가자(장에 갈 건데 같이 가자)” 이런 표현들 등 학교에서 했던 것을 이어가고 있다. 

김봉현 
: 어디에 가서 나도 이주민라고 하면 다들 놀란다. “이주한 지 600년 됐다”고 말하면 다들 웃는다. 고씨, 양씨, 부씨도 이주민인데 이주민 논쟁이 무의미하다. 제주 온 지 1~2년차인 사람들에게 제주인이 아니라고 부정할 필요가 없다.  

강영봉 
: 언어정책이 잘 된 곳이 프랑스이다. 프랑스 사람이 누구냐고 물으면 90%가 프랑스어 쓰는 사람이라고 한다. 이주민 교육을 가면 제주 사람이라는 말을 들으려고 하면 제주어를 써야 한다고 말을 한다. 촌에서 할머니가 이주민 보고 “아주방 푸성거리 사는 거 아니 마씸(아저씨, 푸성귀 사는 거 아니에요)” 이렇게 한다. 익숙해지면 통한다. “촌에서는 이웃들에게 얻어먹지, 사먹는 거 아니”라는 뜻인 거다.

김봉현 
: 한 수 배워간다. 

강영봉 
: 제주사람이 되려고 하면 제주 말을 써야 한다.

김봉현 
: 김미진 박사는 아이들에게 제주어를 쓰도록 하나?

김미진 
: 강요는 하지 않는다. 시부모, 그러니까 아이들이 할머니 할아버지와 같이 살아서 아이들이 사투리를 들으면서 자랐다. 오히려 할머니가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서 표준어로 말씀해 준다. 딸의 경우는 제주어말하기대회 두어 번 나갔다. 특별하게 더 많이 한 것은 없지만 자연스럽게 하려고 하지만 아이들 입장에서는 모르겠다. 

김봉현 
: 제주어 연구자로서 언어권에 대해 이야기 했는데, 아이들에게 권하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나?

김미진 
: 어려운 질문이다. 모두가 노력하고 있는 부분이다. 영어 말하기 대회는 온힘을 다하면서 제주어는 귀찮다고 생각을 한다. 

김봉현 
: 인사 고과에 반영하면 좋을 것 같다. 

김미진 
: 대회를 나간다고하면 원고를 써야하는데, 원고 쓰는 것마저도 선생님이게 부과되는 짐이라서 힘들다고 한다. 그래도 조금씩 바뀌어 나가고 있다. 저희 같은 사람들이 노력한다면 한꺼번에 많이는 아니지만 조금씩 바뀔 것 같다.

강영봉 
: 이렇게 관심을 많이 가지나 싶다. 제주도에서도 어쨌든 많이 지원을 한다. 우려되는 점이 그와 관련해서 정책 중 표준국어사전이 있다. 다른 나라는 국가에서 표준 작업을 하지 않는다. 엄청난 위압이 될 수 있다. 이정도 까지 기한을 잡아야 하는데, 못 마치니깐 다 입력시키도록 했다. 이건 말이 안 된다. 찾아보면 이건 어디서 온 것이라고 하면 걱정이 된다.

김봉현 
: 제주어가 소멸위기라고 지칭하고 있는데, 소멸의 정도를 계량화 하는 작업은 없지 않았나?

강영봉 
: 국어문화원에서 두 번이나 했다. 일반인 대상으로 하니 프로세스가 빈약하다. 두 학교를 가지고 하나는 제주어를 교육하는 학교, 하지 않는 학교로 조사를 하니 이것도 마뜩치 않다. 생태기술, 언어만큼 일상에서 빈번하게 사용되는가를 사용지수라고 한다. 얻은 결론은 60대가 80대 된다고 하면 80대가 쓰는 언어를 온전히 가져오지 않는다. 80대 어르신들이 돌아가시면 그 공백을 메울 수 없다. 그래서 늦춰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것이 정말로 그래서 제 생각으로는 기왕이 20년이면, 조사하기가 어렵다. 저기 조사해놓은 자료가 정말 보배로운 자료다. 그래서 기록이 중요하고 구술사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김보형 박사가 일문학 전공하고 교포들의 언어 조사 중이라고 한다. 

김봉현 
: 오사카 쯔루하시 시장에서 김치를 파는 함덕 출신 아주머니를 만났다. 전혀 교포스럽지 않았다. 2세, 3세면 언어가 어눌하기 마련인데, 너무 잘 쓰셨다. 알아보니 집에서 쓴다고 한다. 실제로 만나면 어떠한가?

김보형 
: 제주어가 교포 2~3세대로 넘어간 경우가 없다. 유창하신 분은 1세대다. 아마 그 분의 경우는 1960년 정도에 가신 분들도 있어서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예전의 경우 환경에 맞게 변화하다보니, 제주말과 일본어가 섞이는 경우가 많다. 관심 있게 제주어로 생기는 경우는 일본 가서 시골에서 자라서 일상에서 쓰는 것인데 제주어를 많이 접하는 것이 아닌데, 시장가서 들리는 것이다. 제주어로 아무렇지도 않게 써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남아 있지는 못한다. 그 분들이 돌아가시면 단어 몇 개가 어휘 몇 개가 2~3세든 한국말 하는 사람들이 제주어 놓고 이야기 하지만, 일본 사회에서는 힘들 것 같다. 

김봉현 
: 안 지 꽤 된 이주민이 제주어를 아주 맛깔나게 쓴다. 카카오 네비게이션에 제주어 버전이 있다. 방법론이나 수업을 통해서 가르치는 것도 있지만, 되게 유용한 방법이라고 느꼈다. 여러 가지 확산 방안이 있지만 방법론을 이야기 하자면 그렇다.

강영봉 
: 이중 언어 사용을 하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거창한 게 아니라 표준어를 쓸 때는 표준어를 사용하고, 반대로 사회생활이나 가정에서는 제주어를 쓰자는 것이다. 보통 사전적 정의도 그렇다. 언어를 2개 쓰면 이중 언어라고 한다. 표준어와 방언을 써도 되고, 방언 2개를 써도 이중 언어라고 한다. 또 하나는 언어완성이라고 하는 것이 13세살 전후쯤이다. 유아 초등에서 이뤄져야 한다. 일 년에 한번 제주어 연구 교재를 만든다. 만드는데 배급하고 현장에서 사용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 또 그렇게 하려고 하면, 교사 양성도 필요한데 문제가 될 수 있다. 해보라고 하면, 저도 잘 못하는데, 과학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이 필요하다. 

김봉현 
: 중요한 부분을 짚었다.  제주어 연구자로 산다는 것은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지 말해주었으면 한다. 덧붙여 당부하고 싶은 말을 하면서 마무리 하려고 한다. 

김순자 
: 연구자로 산다는 것은 앞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제주사람으로 산다는 것이다. 제주어가 소멸되면 제주사람이 사라진다고 생각한다. 열심히 살기 위해서는 정말 제주 사람이 쓴 언어 그리고 문화를 동시에 이해해야 한다. 그 환경 변화 속에서 같이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부들을 온전하게 가져가지는 못하지만, 온전하게 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이 연구자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그 일환으로 기록사업을 진행한다. 집구조라고 하면 제주의 집은 초집으라고 한다. 초가의 정지, 마루, 큰 구들, 족을 구들, 안방 이렇게 가는데, 현재 내가 사는 집 구조를 보면 아무것도 없다. 심지어 정재도 없다. 아파트 세대라고 사는 사람들을 제주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가라고 생각이 든다. 제주사람의 문화, 언어까지도 전수는 못하지만, 기억하고 배울 수 있도록 챙겨야겠다고 생각한가. 사명을 받고 그런 길을 간다. 

김보형 
: 배워가는 단계다. 묻고 정리하고 하는 것은 우리가 했을 때, 집 그림자가 비치는 영역이라는 것이 아니라고 바로 잡을 역할을 해야 한다. 역할 할 수 사람이 알려져 버리는 부분이 많다고 느낀다. 바로 알기 위해 배워가고 있다. 

김미진 
: 제주어로 박사학위를 받았지만, 아직도 나이 많으신 분들 앞에서 하는 강의는 부담스럽다. 이 자리에 있다는 건 관심을 가지고 고민을 하고, 남보다 많이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제주어에 대해서 고민하고 생각하고, 제주어가 어떻게 가야 할 것인가 다른 사람보다 고민하는 것이 연구자가 아닐까 생각한다. ‘박사라고 해서 다 아는 게 아니라 더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김봉현 
: 박사냐 아니냐고 하는 것은 사회의 제도 틀 안에서의 문제인 것 같다. 학위 받고 나면 책임이 막중해 지는 것 같다. 제대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김순자 
: 우리가 조사하다가 10년 전, 5년 전을 되돌아보면 연구하는 자세가 절로 겸손해진다. 내가 아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느낀다. 절대 제주어 가지고 싸우지 말라고 한다. 영비는 맞고 빙떡은 틀려 라고 하면 지양해야 한다. 잘못된 정보, 잘못 해석해 놓은 부분을 현장 조사를 통해 바로 잡을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 같다. 연구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데 있어 교육, 행정 등에서 조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봉현 
: 제주도의 교육 환경 문제, 행정에서의 제주어를 대하는 태도를 이야기 했다. 교육 기관일수도 있는데, 책임을 가지고 있는  행정기관에 대한 당부 말씀과 더불어 도민들에게 관심을 가져줬음 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강영봉 
: 제주어를 자료화 하는 것이 글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영상 자료, 소리, 그것 까지도 작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구술 자료집 할 때는 녹음 도 하고 영상도 했기 때문에 중요한 자료라고 생가가한. 제주어 속에는 제주 문화가 있는 것이고, 정체성하고 관련 있기 때문에 제주어가 없어진다고 하면 정체성의 소멸 혹은 변화라고 한다. 그래서 언어는 중요하다. 또 하나 말씀 드린 것처럼 언어권의 신장 측면에서 고민하고 있다. 맞닥뜨리는 문제가 아니라  틀린 부분을 언어생활에서 확대 해석하면 언어의 문제는 중요한 것이어서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은 측면에서 제주어 이해를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하고 싶다. 생텍쥐페리 어린왕자를 동화로 되어 있다. 그 구절이 두 번 나온다. 그게 우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아닌가 싶다. 언어이고 제도이고, 안 보이긴 해도 중요하다. 그러니 지켜져야 한다.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다. 

김순자 
: 언론의 역할들도 중요하다. 정확하게 기록하는 것도 중요하다. 

* 아래아 표기가 지원되지 않아 ‘ㅏ’로 통일해 표현합니다. 밑줄을 그은 부분을 참고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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