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비엔날레-탐라순담(耽羅巡談)] (36) 재주도좋아

제주비엔날레 2017 프로그램 중 하나인 ‘탐라순담’은 탐라 천년의 땅인 제주도의 여러 인물들과 함께 토크쇼·집담회·좌담회·잡담회·세미나·콜로키움·거리 발언 등 다종다양으로 제주의 현안과 의제에 대해 이야기(談)를 나누는 자리입니다. 누구나 주인공이자 손님이 될 수 있습니다.
오는 12월 31일까지 약 50회에 걸쳐 ‘제주 하간듸’(많은 곳)서 ‘제주 사름’(사람)이 ‘제주를 곧는’(말하는) 탐라순담이 열립니다. 제주 사회를 이루고 있는 각계각층의 인물들의 여러 담론 속에서 제주의 가치, 제주의 현안을 길어 올리고 사회적 예술로 대안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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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자
재주도좋아-김승환, 신화정, 최윤아 
제주비엔날레 사무국-박수지(진행), 이현주(라이브 기록), 이상미, 이민지(기록)

박수지(이하 박)
: 오늘만 아주 일시적으로 진행을 맡은 제주비엔날레 코디네이터 박수지입니다.

김승환(이하 김)
: 재주도좋아의 영상감독 김승환입니다.

최윤아(이하 최)
: 저는 재주도좋아의 최윤아입니다. 

신화정(이하 신)
: 저는 신화정입니다. 

: 그럼 차 한 잔 마시면서 티타임을 가져볼게요. 재주도좋아는 한수풀 해녀학교에서 만났다고 들었습니다. 다들 해녀, 해남이신건가요?

: 해녀학교를 나온다고 다 해녀가 되는 건 아니에요. 해녀학교 자체가 해녀를 알리기 위해서 만들어진 거예요. 한수풀해녀학교도 해녀 문화를 알리기 위해 만들어졌어요.  

: 그 당시에는 서로를 몰랐을 텐데, 서로의 공통의 지향점 같은 걸 알게 돼서 모이신 건가요? 

김: 그런 건 아니고, 해녀학교를 5월부터 10월인가 9월까지 다니는데, 해녀학교는 토요일에 여니까 직장인들도 다닐 수 있고 해요. 그래서 금,토.일 3일 동안 해녀학교에서 만난 형, 누나들과 신나게 놀면서, 해녀 물질도 배우고 그랬어요. 학교가 끝나고 나면 다른 분들은 생활에 충실하기 위해 떠나서, 모임이 축소되었는데, 그러고 보니 백수들만 남았어요. 학교에 다닐 때는 각자의 직업이 별로 궁금하지 않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남은 분들이 대부분 디자이너, 사진, 영상 등 예술가이면서 백수인 사람들이더라고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었어요. 
 
: 모두 입도민이신가요? 어떠세요? 제주에서 예술활동, 창작활동을 하면서 사는 것? 제주에서 사는 게 차별 점이 있나요?

: 다 예술을 했던 건 아니고 사진이나 서양화, 디자인 쪽, 공연 쪽, 그리고 회사에서 회계 쪽에 있던 분도 있었어요. 저희 팀 자체로 봤을 때 우리가 예술 활동을 계속 한다기 보다는 어떤 플랫폼을 만든 거라고 생각해요. 비치코밍 즉, 바다쓰레기를 가지고 기획활동을 하면서 플랫폼을 만든거죠.

: 요즘 국가사업이나 지원 사업 등을 보면 ‘생활문화’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세 분의 관심이 모두 생활문화에 접점이 있었나요?

: 저희는 이것이 생활문화가 전혀 아니라고 생각해요. 생활문화가 뭔지 잘 모르겠고요. 요샌 ‘생활예술’이라고도 하는 것 같은데, 우리는 놀이에 가까워요. 생화문화 혹은 생활예술이 취미에 가깝다면 우리는 취미보다는 놀이에 가깝고 그 놀이에 예술을 접목한 게 아닐까 생각해요.  

: 아티스트들이 예술 활동을 하면서 생산된 생산물을 나누는 건 쉽지 않죠. 그런데 재주도좋아는 나눌 수 있는 것들이 많은 것 같아요. 여러 가지 워크숍이라든지, 바라던바다와 같은 축제, 그리고 비치코밍 아트워크들도 다른 사람들이랑 잘 나눌 수 있죠. 

: 우리의 지향점은, 우리의 시작 자체가 바다에서 놀다가 시작한 거예요. 깨끗한 바다에서 계속 같이 놀고 싶은데, 바다는 계속 더러워지니까, 많은 사람들이 깨끗한 바다가 더 이상 더러워지지 않도록 많이 모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 사람들이 좀 더 쉽게 바다 쓰레기의 문제를 인식하고, 쉽게 접근했으면 좋겠다는 것이 시작이었죠.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워크숍이 생겼어요. 우리의 지향점이라고 하면 여러 사람들이랑 바다쓰레기라는 문제의 무게를 나눠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 사람이 모이면 재미도 더 많아지고요. 

: 질문은, 에술가가 만든 창작품을 나누는 거에 대한 거였죠, 누나는 더 많은 사람들이랑 노는 거라고 이야기 했고, 그건 쓰레기를 더 많은 사람들이 줍는 거였죠, 그러니까 우리가 창작품을 나눈다는 건 바다 쓰레기를 줄이는 노력을 서로 나눈다는 거라고 할 수 있어요,
 
: 재주도좋아는 바다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다른 봉사활동과 다르게 예술로 활동을 하는 거군요. 

: 우리는 출발점이 노는 거였기 때문에 놀면서 하자는 거죠. 

: 그러면 많은 사람들이 좀 더 쉽게 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플러스로 새로운 것에 대한 가능성과 인식 자체도 좀 바뀐 것 같아요. 

: 비치코밍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 비치코밍이란 ‘해변에서 빗질 하다’라는 뜻이에요. 바닷가에 나와서 뭔가를 줍는 행위 자체를 비치코밍이라고 하는 거죠. 조개를 줍건, 소라를 줍건, 무언가를 줍는 거예요. 해외에서 원래 쓰는 용어였어요. 활동을 시작하면서 공부하며 알게된 용어예요. 그래서 우리 활동에 접목을 시켰어요.

: 우리는 바다에서 쓰레기를 주워 분리수거를 하는거죠. 유리는 유리공방으로, 나무는 나무공방으로, 플라스틱이나 일반쓰레기 등 재활용되지 않는 것들은 일반쓰레기 봉지에 넣어서 버려요.

: 이 활동을 한 4~5년째 하는데, 계속 쓰레기가 많이 나오나요?

: 더 많아지고 있어요.

: 처음 이걸 했을 때보다 쓰레기가 점점 더 많아지는 걸 체감하고 있어요.

: 제가 사실은 2014년쯤에 이 공간을 방문했었어요. 그 땐 김일두 공연을 하고, 다 같이 나가서 검은 돌이 많은 해변, 수월봉인가요? 거기에 가서 유리 줍고 그걸 가지고 와서 녹여서 무언가를 만드는 활동을 봤어요. 그때 바다가 정말 예쁜걸 봤어요. 그런데 그때보다도 쓰레기가 점점 더 많아지는 군요.

: 당연한 귀결이라고 생각해요. 제주도는 관광을 기반으로 돌아가요. 몇 년 동안 관광객이 많이 늘어났죠. 관광산업이라는 것 자체가 소비를 기반으로 하고 소비는 당연히 쓰레기와 연관되어 있어요, 그래서 쓰레기 발생이 정말 많아지고 있어요. 한 예로 제주도에도 사람이 많아지고 그에 따라 테이크아웃 등 카페들이 많아지면서 쓰레기가 많아졌죠. 바다에 나가보면 그런 쓰레기가 확연히 많아진 걸 느껴요. 
또 바다쓰레기를 간과하면 안되는 게 바다쓰레기는 해류를 타고 들어옵니다. 요즘 나가보면 중국쓰레기가 진짜 많아요. 해변에서 쉽게 발견되는 부표들이 있는데 그것들도 중국에서 온 거예요. 

: 그게 중국 거라는 걸 어떻게 알죠?

: 쓰레기 라벨을 보면 알 수 있죠. 마찬가지로 대마도 쪽으로 가면 한국 쓰레기가 엄청 많다고 해요. 삼다수 병 등이겠죠. 하와이 쪽에는 일본 쓰레기가 많다고 하고요. 해류를 타고 쓰레기가 돌고 도는 거예요. 특정 국가에게 책임을 물 수 없는 광범위한 일이죠. 

: 이번 제주비엔날레에서 투어리즘을 기획하면서 제주의 현안인 관광에서부터 파생되는 문제들이 무엇일까 많이 고민하면서 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확인했어요. 쓰레기 문제는 사실 너무 심각하면서 익숙해서 무뎌진 것 같아요. 국내 쓰레기만 문제가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전지구적인 문제네요. 게다가 고래들도 그런 쓰레기들을 다 삼켜먹죠?

: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 부표가 부딪치면서 떨어지는 미세한 쓰레기들을 작은 물고기나 플랑크톤들이 먹고, 그걸 고등어가 먹고, 그걸 방어가 먹고 사람이 방어를 회로 먹고 찌개를 끓여 먹으면서 다시 결국 플라스틱도 먹는 거죠. 이렇게 미세 플라스틱 문제가 커요. 

: 관련 스터디를 하나요?

: 각자 알아서 해요. 저 두 사람은 그 쪽으로 상식이 뛰어나서 많이 배우고 있어요. 

: 재주도좋아는 이번 제주비엔날레에 출품도 했죠.

: 그게 다 그런 의미에서 기획된 작품이었어요.

: 도립미술관 뒷마당에 전시된 작품은 전체적으로는 바다를 표현한 것입니다. 물고기, 문어, 고래가 있고, 쓰레기도 있죠?

: 재주도좋아 활동은 육지에도 많이 알려져 있지요?

: 작년까지는 강연이나 지구상회 상품에 대한 납품 문의 정도였는데, 올해는 우리의 활동 자체에 대한 문의가 많이 있었어요.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한 번 갔었습니다. 기획 자체를 다른데서 했어요. 아예 우리랑 똑같이 프로그램을 할 순 없어서 워크숍 프로그램만 가지고 갔다. 강릉과 사천 해변에서 디자인 페스티벌을 한글날에 했었는데, 거기서 워크숍 세 개를 진행했다. 이틀 동안 총 6백 명이 워크숍에 참여했다. 하루 종일 대여섯 타임을 돌렸다. 지금은 제주비엔날레와 문화역서울, 벡스코에 참여합니다. 벡스코에서 하는 건 5일 동안 열리는 균형 발전에 관한 박람회예요. 지역마다 부스가 차려지는데 제주도 부스의 주제가 ‘카본프리아일랜드’를 주제로 합니다. 거기에 참여하고 있어요. 우리가 요즘 대안적 활동들에 소개가 많이 되고 있어요. 그래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 하면 제주도가 ‘카본프리아일랜드’가 될까? 이런 생각이에요. 카본프리아일랜드를 위해선 제2공항부터 백지화를 시켜야 해요. 그리고 저가 항공 문제도 해결해야합니다. 또 관광 입도 총량제도 실시해야 해요. 제2공항이 추진되고 있는 이런 상황에서 이런 건 요식행위라고 생각합니다.

: 재주도좋아에게는 관광이 현실적인 문제겠어요. 우리도 제주비엔날레를 준비하면서 대안 관광, 적정 관광 인구, 이런 관광 용어들을 접했다. 다시 돌아가서, 바라던바다 행사에 대해 더 설명해 주세요.

: 우리가 일 년에 두 번, 5월과 10월 큰 행사를 합니다. 5월 31일이 바다의 날이에요. 그래서 그 때 그 즈음에 있는 마지막 주 토요일에 행사를 합니다. 바다 환경 정화와 업사이클링 관련된 마켓, 그리고 벼룩시장과 아트마켓이 합쳐져요. 그리고 공연으로 마무리해요. 하다 보니 금릉해변 잔디밭만큼 좋은 곳이 없어서 여러 해 금릉해변에서 하고 있어요. 심지어 애월읍장님은 반짝반짝지구상회는 애월에 속해있는데 왜 금릉 가서 하냐고 물어보시기도 했어요. 조건이 좋아서 거기서 해요. 워크숍 참여자들에게는 가장 작은 용량의 종량제 봉투를 준다. 종량제에 쓰레기를 채워오면 워크숍에 참여할 수 있다. 사람들은 부담 없이 자연스럽게 바다 쓰레기를 줍는 것이다. 애나 어른이나 1인 1봉지를 담아 와야 한다. 워크샵만 250~300명 정도가 참여해요. 지나가던 관광객들도 참여하구요. 그 날 하루만큼은 금릉 바다는 쓰레기가 없는 깨끗한 바다가 되는 거예요. 마켓에 참여하는 셀러들도 일회용을 쓰지 않고 텀블러나 그릇을 이용해요. 또 공연을 위해 보통 무대를 만들면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데, 우리는 우리가 보유한 트럭 하나와 빌린 트럭을 뒤로 붙여서 무대를 만들어요. 무대 가운데로 비양도가 보이면서 공연을 마무리합니다.

: 저희 때문에 셀러들이 컵도 더 많이 구입해서 매년 참여를 해요. 커피동굴이라는 곳 역시 컵을 일부러 더 사서 매년 참여하고 있다. 사라봉 오거리에 있는 곳이에요. 그렇게 마켓할 때 수고스럽지만 그 날 하루만큼은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어요. 이 날은 우리의 일년의 프로그램이 복합적으로 벌어지는 하루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작은 종량제 봉투에 쓰레기를 담아오고, 그게 워크숍 참여 비용을 대신한다는 것이 흥미롭네요. 쓰레기가 돈이 되는 거죠?

: 쓰레기를 수거하면서 돈을 버는 사람이 있어요.

: 쓰레기도 잘만 줍고 분리하면 다시 쓸 수 있어요.

: 우리의 역할은 다 달라요. 관에서는 정책을 잘 수립해야하고,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쉽게 조직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해요. 사람들을 만나보면, 사람들이 세금을 무조건 많이 낸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우리가 낸 세금이 제자리에서 제대로 작동되는 것을 바라죠. 지금까지는 우리가 낸 세금이 어디로 어떻게 들어가는지 모르는 시스템이었어요. 분리수거도 이게 과연 끝까지 분리수거가 잘 될까 의심하기도 하는데 이런 게 잘 돌아가야 해요.

: 야채 하나를 사도 비닐봉지나 플라스틱을 이용해야 하잖아요? 내가 원해서가 아니라 이미 시스템이 그런 것들을 많이 쓸 수밖에 없게 유도하는 것이 문제예요. 이미 그렇게 만들어 져있어요. 이미 그렇게 팔리고 있고 포장이 되어있으니까. 우리는 선택과 권리가 없고요.. 우리는 그냥 그렇게 플라스틱을 많이 쓰는 사람이 되어버려요. 장바구니를 쓰자고 해서, 장바구니를 들고 가도, 장바구니에는 플라스틱과 비닐봉지에 포장되어 있는 제품들뿐이에요. 원하지 않아도 플라스틱을 쓸 수밖에 없어요.

: 그리고 또한 그 비닐에 가격 종이를 붙여서 분리수거가 어렵게 만들고요.

: 재주도좋아 활동을 하면서 앞으로 향후 계획도 이야기를 많이 하는가요? 향후계획은요?

: 얘기는 나누는데, 굉장히 조심스러워요. 어떻게 될지 몰라서 이야기하지 않겠어요. 

: 우리도 그래요. 그러면 2017년은 어땠나요?

: 올해 재주도좋아는 외부에서 많이 불러줬어요. 그래서 멤버들도 다 바빴구요. 개인적으로도 바빴어요. 그런 것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의견의 대립도 있을 수 있지만, 그래도 의견을 잘 모아서 잘 마무리가 됐어요. 우리가 이렇게 문제를 잘 해결하는 걸 다른 팀들이 부러워하는 것도 들은 적 있어요. 일이 많으면 많을수록 의견대립이 많을 수밖에 없는데, 그래도 잘 해결했지요. 여기서 더 바빠지면 안 될 것 같아요. 

: 이 난로 참 좋네요.

: 전라도 곡성의 항꾸네협동조합에서 설치 해줬어요. 연소 장치가 3개 있는 난로예요. 작년에 난로 만들기 워크숍을 했는데, 적정기술 관련된 협동조합인 항꾸네협동조합에서 워크숍을 맡아줬어요. 우리는 운이 좋은 것 같아요. 이런 공간도 잘 얻었고. 항꾸네협동조합도 예전에 조한혜정 선생님이 써주신 글을 보고 찾아오신 분들이었어요. 운이 좋게 사람들을 잘 만나서 운영이 되고 있는 것 같아요.

: 공간에 있는 사물들 하나하나 다 사연이 있겠네요.

: 교회의자도 기부를 받았어요. 가끔씩 그런 것도 있다. 사실 우리가 기술이 있는 고물상은 아닌데, 어떤 분들을 우리를 착각하시고. 이것저것 갖다 주신 분들이 있어요. 또 다른 건 우리가 아예 환경단체인 줄 알고, 쓰레기를 처리하는 수치를 물어보는 경우도 있구요. 다양해요.

: 사실 우리가 뭘 하는 사람들인지 잘 모르겠어요. 누가 뭘 하냐고 물어보면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 명함을 만들 수가 없어요. 하는 일이 너무 많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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