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UNESCO)가 인증한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에는 다양한 야생식물이 자생하고 있습니다. 섬 전체가 한라산의 영역이나 다름없는 제주는 해안 저지대에서 오름과 하천, 곶자왈, 그리고 백록담 정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환경과 지역에 분포하는 야생식물들이 오랫동안 생태계를 이루며 뿌리 내렸습니다. 멸종위기 식물에서부터 지천에 퍼져 있는 야생식물까지 능히 식물의 보고(寶庫)라 할 만합니다. <제주의소리>가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에 자라는 식물의 가치를 널리 알려 지속적인 보전에 힘을 싣기 위한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를 카드뉴스 형태로 매월 격주로 연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 7. 구상나무 (Abies koreana   E. H. Wilson)
-소나무과- 

2018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제주의소리> 독자님들의 가정에 건강과 행복을 먼저 전해 드리면서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로 세계에서 유일한 이 땅의 특산종인 구상나무 이야기를 건강, 행복과 함께 전해 드립니다.

구상나무는 어릴때부터 원뿔형의 수형을 가지고 있어 자라면서 아름다운 수관을 가지고 있는 나무입니다.

_78W2569.jpg
▲ 구상나무 (Abies koreana E. H. Wilson) -소나무과- ⓒ제주의소리

먼저 한라산 백록담에 대해 알아 볼까요?

1.jpg
ⓒ제주의소리

한라산의 정상인 백록담, 하얀 사슴이 뛰어 놀던 연못이라는 의미의 백록담 주위의 숲은 오랫동안 이 땅의 특산종인 구상나무숲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구상나무의 이름과 관련하여 정확한 유래는 찾아 볼 수 없으나, 오래전 해발 1000미터 이상에서 자라는 구상나무가 외국인 식물학자 윌슨에게 보여진 것은 바로 성게의 제주도 방언인 '쿠살'을 연상케 하였나 봅니다.

Untitled-1.jpg
ⓒ제주의소리

한자로는 '鉤狀'이라고 하는데 이 의미도 구상나무의 바늘 모양의 돌기가 갈고리처럼 꼬부라진 모습에서 유추한 이름이라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_DSC0755 (1).jpg
ⓒ제주의소리

그러면 이 구상나무가 크리스마스 트리의 원조 나무라는 것을 아시나요?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품으로 사용한 것은 옛날 독일에서 신년에 생명력의 상징인
상록수의 가지를 사용하여 천장에 매달게 되면서 유래가 되었다고 합니다. 트리에 장식된 사탕이나 음식물은 풍요를 기원합니다.

우리는 주로 플라스틱 모형을 많이 사용하지만 외국에서 인기있는 크리스마스 트리는 '코리안 퍼(korean fir) '라는 나무입니다.

원래는 전나무를 사용하였으나 지금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나무는 바로 '코리안 퍼'인데 이 나무의 원종이 한라산 구상나무입니다.

christmas-2943224_960_720.jpg
ⓒ제주의소리

이 구상나무를 세계에 알린 분이 1920년 영국의 식물학자 윌슨(Wilson, 1876~1930)입니다. 이보다 앞선 1907년에 다케와 포리 신부에 의해 한라산에서 이 구상나무를 채집하여 이 중 포리의 채집본이 당시 하버드대학에서 식물분류학자로 있던 윌슨에게 전해진 것이지요.

_KP_6867.jpg
ⓒ제주의소리

그 이후 윌슨은 1917년 한라산에서 표본을 채집하여 앞서 채집하였던 다케와 포리의 채집본과 비교하면서 신종임을 확인하고 1920년 아널드식물원 연구보고서 1호에 이 구상나무를 발표하게 됩니다.

구상나무라는 이름도 이 당시의 윌슨에게는 제주에서 많이 채취하는 바닷가의 성게를 보고 그 이름을 제주어의 '쿠살낭'(쿠살: 성게의 제주방언)에서 온 것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우리나라 식물을 대부분 조사하던 일본의 식물학자 나카이는 이 구상나무를 분비나무로만 알고 있었던 터라 나중에 윌슨에게 새로운 종을 넘겨주는 불운으로 두고두고 후회하였다고 합니다.

분비나무와 구상나무는 구과의 포린(소나무 같은 겉씨식물에서 암꽃의 밑씨를 받치고 있는 비늘 모양의 돌기)이 더 뒤집어 지는지의 여부에 따라 구별한다고는 하나, 학계에서는 아직도 논란이 되고 있어 지금도 연구중이라고 합니다. 

구상나무.jpg
▲ 구상나무 구과 열매 단면. ⓒ제주의소리

세계로 알려진 구상나무는 이후 개량에 성공하면서 나무의 자태와 고고한 기품 때문에 크리스마스의 트리로 사용하게 됩니다. 지금도 그 당시의 표본이 아놀드식물원에 소장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구상나무는 세계자원보존연맹(IUCN)에 의해 국제적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되고 있는 나무입니다. 

구상나무는 구과의 열매 색깔에 따라 푸른구상, 검은구상, 붉은구상으로 구별하는데요.

278W0245.jpg
▲ 푸른구상. ⓒ제주의소리
278W0244.jpg
▲ 검은구상. ⓒ제주의소리
붉은구상나무.jpg
▲ 붉은구상. ⓒ제주의소리

현재 구상나무의 자생지는 모두 높은 산꼭대기에서 자라는데, 한라산뿐만 아니라 지리산, 덕유산, 가야산에서도 이 구상나무를 볼 수 있지만 대규모 군락집단으로 형성된 곳은 이 곳 한라산뿐입니다.

학계에서는 구상나무 군락이 해발 1200미터 이상 고지에서만 분포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한라산 전체의 구상나무중 이미 상당수가 고사하였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하니 참 안타까움만 드는 것도 현실입니다.

278W5896.jpg
▲ 한라산 구상나무숲에서 바라 본 풍경입니다. ⓒ제주의소리

학자에 따라서는 향후 100년 뒤에는 이 구상나무를 더이상 보지 못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는데요. 지구의 환경변화,기후변화로 인하여 구상나무가 고사하여 고사목이 되는 것이지요.

한라산의 어리목이나 영실, 성판악 등을 통하여 산행할떄마다 이 구상나무를 보면서 '살아백년 죽어백년'의 구상나무가 오랫동안 한라산에서 자라주기를 빌어주고 있습니다.

_78W2361.jpg
ⓒ제주의소리

이 구상나무의 꽃말이 '기개'입니다. 구상나무의 수형(나무의 형태와 모양)을 보면 정말 씩씩한 기상과 꿋꿋한 절개가 느껴지지요.

<제주의소리> 독자님들 가정에 올 한 해는 기개가 가득하기를 응원해 드립니다.

_78W2569 (1).jpg
▲ 한라산 구상나무 군락. ⓒ제주의소리

**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는 한라산국립공원의 협조로 <제주의소리> 블로그 뉴스 객원기자로 활동해온 문성필 시민기자와 특별취재팀이 연재합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