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학연구센터, 표준어로 대역한 ≪2017년도 제주어구술자료집≫ 제1~10권 발간

“영 이디 뭐 질쭉헌 게 셍선이엔 햇주게. 견디 이젠 아무거라도 셍선이엔 허곡 오토미렌 허대.”(이렇게 여기, 뭐… 길쭉한 게 생선이라고 했지. 그런데 이젠 아무 거라도 생선이라고 하고 옥돔이라고 하데.)

제주시 도련1동 어느 어르신에게 ‘옥돔’을 무엇이라 불렀는지 옛 기억을 묻는 대화 내용의 일부다. 제주를 대표하는 생선 ‘옥돔’은 제주어로 오토미, 솔라니, 솔래기, 셍선, 옥도미 등으로 불렸다. 같은 제주도 안에서도 지역에 따라 서로 다르게 사용된 사례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학연구센터(센터장 박찬식)는 소멸 위기의 제주어 보전과 그 가치를 널리 확산시키는데 기여할 ≪제주어구술자료집(2017년)≫(1~10권)을 최근 발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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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멸 위기의 제주어 보전과 그 가치를 널리 확산시키는데 기여할 ≪제주어구술자료집(2017년)≫(1~10권)이 최근 발간됐다. 모든 제주어 구술을 표준어로 대역한 점은 이번 자료집의 발간이 특별한 의미를 갖는 이유다. ⓒ제주의소리

이번 자료집 발간은 ‘2017 제주어 채록사업 자료 표준어 대역 발간 및 보급사업’ 일환이다. 이보다 앞선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간 진행된 ‘제주어 구술 채록사업’ 종료에 따른 귀중한 구술 자료들을 표준어로 대역(對譯)함으로써 일반 대중들에게 제주어를 널리 보급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목적이기도 하다. 

3년간 선행돼 이미 발간된 ≪제주어구술채록보고서≫(1~36)는 당시 인터뷰 현장에서 조사된 내용을 그대로 옮겨 쓴 전사(轉寫) 방식이었고 꼭 거쳐야 할 기록 과정이었으나, 지역 특성은 물론 어휘적 특색 때문에 누구나 쉽게 이해하거나 활용하기 어려운 자료였다. 

따라서 ≪제주어구술자료집(2017년)≫은 제주어를 어느 정도 알아야만 그 내용을 이해하거나 활용할 수 있었던 종전 제주어구술채록보고서와 달리, 이용의 제한을 극복하고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표준어로 대역하고 주석을 다는 제주어 구술자료집이란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둘 수 있다. 

이번 자료집 발간은 지난해 3월부터 12월말까지 10개월 간 진행됐다. 대부분의 연구자들도 앞서 3년간 ‘제주어 구술 채록사업’에 참여했던 연구인력들이 대다수 포함돼 있다. 이는 지역 현지 조사자와 대역 담당자를 동일하도록 구성, 표준어 대역 작업의 효율성과 정확성 등에 공을 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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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멸 위기의 제주어 보전과 그 가치를 널리 확산시키는데 기여할 ≪제주어구술자료집(2017년)≫(1~10권)이 최근 발간됐다. 모든 제주어 구술을 표준어로 대역한 점은 이번 자료집의 발간이 특별한 의미를 갖는 이유다. ⓒ제주의소리

사업에 참여한 연구자들은 연구책임을 맡은 박찬식 제주학연구센터장(역사학)과 연구 총괄을 맡은 강영봉 (사)제주어연구소장(국어학, 제주도 방언)을 중심으로 김순자, 김미진, 김선희, 김승연, 허영선, 김보향, 최연미, 김성용, 신우봉, 안민희, 현혜림 씨 등이 각각 조사 연구를 맡았다. 

구술 제보자들도 제주시 도련1동=양상수, 이술생, 이영숙, 김옥순, 이성칠 씨, 조천읍 선흘1리=조수용 씨, 구좌읍 송당리=김수생, 김민순 씨, 성산읍 고성리=김두하, 정계춘 씨, 표선면 표선리=고옥년, 송봉휴 씨, 남원읍 남원리=고영주, 정갑선 씨, 서귀포시 보목동=강진우, 김금전, 양정상, 이정선, 현원후, 한승옥 씨, 안덕면 동광리=홍춘호, 신원홍, 고희정 씨, 한경면 고산리=김인세, 이영형, 이술색 씨, 한림읍 월령리=강춘랑, 고상춘, 양창부, 문국자 씨 등 지역 어르신들이다. 

구술 채록 과정의 구술 자료는 전사하되 모두 표준어로 대역했고,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곤 표준어 대역은 직역을 원칙으로 하는 등 구술의 취지와 의미가 훼손되지 않도록 공을 들였다. 

이번 발간에 참여한 김순자 연구원은 “제주의 문화, 역사는 모두 언어와 불가분 관계이다. 특히 제주도 안에서도 지역에 따라 같은 사물을 놓고도 서로 다른 언어로 표현되기 때문에 지역의 언어를 보존하는 것은 중요하고 소멸되어선 안되는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이번 표준어로 모두 대역한 제주어구술자료집 발간은 큰 의미를 갖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발간된 ≪제주어구술자료집(2017년)≫는 제주학연구센터 온라인 아카이브 자료관을 통해서도 공개할 예정이다. 문의=제주학연구센터 (064)726-5623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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