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주교회의 4.3 70주년 추모 프로그램 사업 확정...'추념 담화문' 발표 예정

제주4.3 70주년을 맞아 천주교계 차원의 추모 행사가 진행된다. 제주지역에 국한된 사업이 아닌 전국적인 추모 분위기를 조성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천주교 제주교구(교구장 강우일 주교)와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정의평화위원회는 19일 오전 11시 제주교구청 2층 강당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4.3 70주년 제주교구특별위원회' 출범과 함께 주교회의를 통해 확정된 사업을 발표했다.

특위는 '희생 속에 핀 제주4.3, 화해와 상생으로 - 4.3 죽음에서 부활로'를 주요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위원장은 제주교구 부교구장인 문창우 주교가 맡는다.

특위는 "4.3의 희생 속에서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들이 진정한 화해와 상생의 교훈을 얻게 되고, 이 땅 제주와 더 나아가 한반도와 동북아에 다시는 제주4.3과 같은 차혹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제주 4.3으로 희생된 영령들과 앞으로 살아가야 할 이들을 위한 우리의 사명이라 생각했다"며 슬로건 설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 천주교 제주교구와 한국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정의평화위원회는 19일 오전 11시 제주교구청 2층 강당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제주4. 70주년 특별위원회' 출범을 발표했다. ⓒ제주의소리

문창우 위원장은 "강우일 주교가 지난해 추계주교회의를 통해 제안서를 상정했고, 한국 주교회의 차원에서 공동 사업으로 한 목소리를 내는 활동을 진행하게 됐다"며 "4.3특위를 구성해 한국 교회와 함께 공동으로 발 맞춰감으로써 4.3을 모르는 신자들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4.3을 알리기 위한 계기로 화해와 상생의 여정에 기쁘게 동참하게 됐다"고 밝혔다.

특히 주교회의를 통해 결정된 사안들은 사실상 한국 천주교계의 입장을 대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특위는 오는 4월 1일 부활절에 맞춰 주교회의 명의의 '제주4.3 70주년 추념 부활 담화문'이 발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담화문에는 4.3 추념과 함께 남북통일과 남남화합 등의 메시지를 담게 된다.

또 제주4.3이 지닌 가치인 평화·인권·화해·용서의 신앙실천 지표와 기도문을 배포한다.

4월 1일부터 7일까지 일주일 간 '제주4.3 70주년 기념주간'으로 설정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시하기로 했다. 일주일을 △성찰의 날 △참회의 날 △고백의 날 △정의의 날 △용서의 날 △화해의 날 △평화의 날로 나눠 7일 기도회를 진행한다. 마지막날인 7일에는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는 국민문화제에 참석할 계획이다.

7월에는 전국의 청년·학생들을 제주로 초청해 '4.3평화 신앙캠프'를 개최한다. 4.3의 정신을 공유함으로써 신앙과 문화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4.3의 평화메시지를 전국적으로 홍보한다는 목적으로 진행되며, 약 800여명의 참석이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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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창우 주교. 천주교 제주교구 부교구장인 문 주교는 제주4.3 70주년 제주교구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제주의소리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와 제주교구가 공동으로 마련하는 제주4.3 70주년 기념 학술심포지엄은 오는 2월 22일 명동성당에서 열린다.

강우일 주교가 기조강연에 나서는 가운데, '4.3의 역사적 진실과 한국 현대사에서의 의미'를 주제로 박명림 연세대학교 동아시아 지역협력 및 통합연구 센터장의 발제, 백장현 한신대 교수와 박찬식 제주학연구센터 센터장의 토론이 이어지고, '4.3의 철학적·역사적 의미'를 주제로 김상봉 전남대 교수의 발제, 한재호 광주가톨릭대학 성서신학 교수, 박찬식 제주4.370주년 범국민위원회 집행위원장이 토론에 나선다.

제주교구 차원에서는 남부지구 신앙대회, 교구 성모의 밤 행사, 성금요일 십자가의 길 행사 등을 통해 4.3 추모 분위기를 이끌어 갈 계획이다.

앞서 강우일 주교는 지난해 추계주교회의에서 4.3 70주년을 맞아 교계 차원의 추모를 제안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강 주교는 "4.3은 제주라는 지역에 국한해 일어난 사건이긴 하지만, 4.3의 역사적 배경과 오늘로까지 이어지는 후속 경과는 제주에만 한정되지 않고, 한반도 전체와 직간접으로 연관된 우리 현대사의 중요한 단편"이라며 "4.3 70주년을 맞이해 한국 교회는 아직도 분단의 깊은 상처와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제주도민과 분단의 종식과 화합을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해가야 할지 함께 생각하고 중지를 모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며 주교회의의 구체적인 사업을 제안했다.

그동안 제주교구 차원에서는 4.3에 대한 추모 프로그램을 꾸준히 전개했지만, 한국천주교계 차원에서 이를 승인하고 공동 행동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첫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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