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시민속오일시장의 시설 현대화사업 이후 지붕에서 빗물이 새면서 부실시공 논란이 일고 있다. 상인들이 임시방편으로 자비를 들여 천장에 비닐을 설치했다. ⓒ제주의소리
[현장] 제주시민속오일시장 현대화 사업 '부실시공' 의혹...곳곳에 '비닐지붕', 상인들 분통 

'전통시장 현대화'를 명목으로 수 억원의 예산을 들여 새로 설치한 제주시민속오일시장의 지붕이 준공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빗물이 새면서 부실시공 의혹을 사고 있다.

장이 선 22일, 현장을 확인한 결과 제주시오일장은 깔끔하게 정비된 신식 지붕이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러나, 조금만 시선을 돌려보면 얇은 비닐로 점포 천장을 얼기설기 덮어놓은 어색한 풍경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해 11월 준공검사를 마친 비가림 시설이 제 구실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제주시는 지난해 총 사업비 11억2100만원을 투입해 화장실 신축, LED 조명, 보안등 설치, 배수로 정비, CCTV 설치, 노후 지붕 및 소방시설 공사 등의 시장현대화 사업을 추진했다. 

작년 본 예산으로 6억5000만원을 투입했고, 아직 완료되지 않은 화장실 신축 등의 공사는 4억7100만원의 이월예산으로 올해 상반기 중 착수키로 했다.

문제는 순차적으로 진행됐어야 할 사업의 부실시공이 의심되면서 차기 공사 단계로 쉽게 넘어가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공사가 완료된 지 한달도 채 되지 않아 비가 주룩주룩 새는 모습에 상인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100m도 안되는 사업 구간에 비가 새는 곳은 어림잡아 5~6군데에 달했다. 점포 천장을 덮은 비닐은 참다 못한 상인들이 임시방편으로 자비를 들여 설치한 것이다.

이날 제주는 간간이 비가 내렸지만, 시장 천장에서는 어김없이 빗물이 새고 있었고, 비닐 위에는 빗물이 고여있었다.

▲ 제주시민속오일시장의 시설 현대화사업 이후 지붕에서 빗물이 새면서 부실시공 논란이 일고 있다. 상인들이 임시방편으로 자비를 들여 천장에 비닐을 설치했다.ⓒ제주의소리
▲ 제주시민속오일시장의 시설 현대화사업 이후 지붕에서 빗물이 새면서 부실시공 논란이 일고 있다. 상인들이 임시방편으로 자비를 들여 천장에 비닐을 설치했다. ⓒ제주의소리
시장에서 만난 한 상인은 "비가 오면 비가 새고, 눈이 오면 눈이 들어온다. 몇 달에 걸친 공사도 묵묵히 참아줬는데, 공사를 마친 후에는 불편해서 장사를 할 수가 없을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비가 새는 곳은 약재상, 분식점, 의류업 등의 점포가 위치해 있었다. 하나같이 빗물이 들어오면 큰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는 곳이다. 특히 분식점 같은 경우 튀김솥에 물이 쏟아져들어올 위험을 비닐로 가까스로 막고있었다. 

또 다른 상인은 "제주시와 상인회에 수 십차례에 걸쳐 시급한 보수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금방 보수해주겠다'라는 말만 믿고 지내 온 시간이 벌써 2~3개월이 넘었다"고 하소연했다.

오일장상인회 역시 답답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상인회 관계자는 "제주시에 가서 따져도 공사 업체를 다그치겠다는 답변 뿐이고, 공사 업체에 따져도 '금방 해준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을 뿐"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또 다른 공사를 진행해야 한다면 상인들이 믿고 맡길 수 있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다면 부실하게 이뤄진 공사는 어떻게 준공검사를 통과한 것일까. 제주시는 '검사 당시에는 괜찮았다'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답변을 내놓았다.

제주시 관계자는 "시설물이라는 곳이 하자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준공검사 당시에는 비가 내리지 않아 쉽게 하자를 찾아내지 못한 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반 주택에도 지붕에 비새는 것을 찾기가 어렵지 않나. 원인을 찾는데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특히 "사업을 조금씩 조금씩 진행하면 상인들이 싫어해서 실시설계를 한꺼번에 발주하다보니까 문제가 발생한 것 같다"며 "빠른 시일 내에 보수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시설 현대화 사업이 완료된 제주시민속오일시장 지붕. ⓒ제주의소리
▲ 시설 현대화 사업이 완료된 제주시민속오일시장 입구 전경. ⓒ제주의소리
▲ 제주시민속오일시장의 시설 현대화사업 이후 빗물이 새면서 부실시공 논란이 일고 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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