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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교육청, 크롬북 비교견적서 '비공개' 방침...의혹 자초

[기사수정 : 1월 30일 오후 4시 10분]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 최근 의혹이 불거진 정보화기기 입찰과 관련한 '정보공개 청구'에 응하지 않으면서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정보화기기 입찰 과정에서 제품 선택 결정이 올바르게 이뤄졌는지, 또 공고 과정에서 입찰기준 산출이 적정했는지 여부 등을 살필 결정적 근거인 비교견적서를 '비공개'하면서 논란을 자초한 것이다.

<제주의소리>는 최근 단독 보도한 [믿고 따랐더니 '부정당 업체' 낙인...제주교육청의 '수상한 입찰']과 관련, 논란이 된 학교정보화기기 구매 사업의 비교견적 자료에 대한 정보공개를 지난 16일 청구했다.

크롬북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어떤 기준으로 특정 업체와 기술지원협약을 맺었는지, 또 크롬북 제품에 대한 타 업체와의 비교자료 등을 첨부해 줄 것을 요청했다.

정보공개 청구가 접수되면 휴일을 제외한 10일 이내에 공개 여부를 결정해 당사자에게 통보해야 한다. 도교육청은 지난 26일이 되어서야 비공개 방침을 밝혀왔다.  

도교육청은 "학교정보화기기 건과 관련해 현재 행정소송이 진행 중에 있고, 또한 우리 교육청에서 수사기관에 수사를 요청한 상태"라며 "비교견적 관련 서류는 재판에 관련된 정보와 수사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그 직무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로 판단돼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보공개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도교육청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사업에 연관된 2개 부서 중 한 곳은 공개를 결정한 반면, 또 다른 부서는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의견을 냈다. '법적 근거조항' 등 통상적인 정보는 제공했지만, 핵심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결국 '비공개' 처리된 것이다.

특히 교육청 내부에서는 '이번 기회에 의혹을 말끔하게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목소리도 컸던 것이 사실이다. 

<제주의소리>는 수사와 소송 진행 등에 따른 정보공개가 어렵다면 '열람'만이라도 허용할 것을 추가 요청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받아들여지지 않아 교육청 내부에선 지나친 몸사리기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대신 도교육청은 요청도 하지 않은 '컴퓨터실 PC보급 추진을 위한 협의회 자료', '컴퓨터실 PC보급에 따른 수요조사 실시 자료' 등을 제공했다. 크롬북 도입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자료들이었다. 디지털 교과서 활성화에 따라 학교 일선현장에 ICT 기술을 적용한 기기 보급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애초에 논란이 된 사안은 크롬북의 필요성이 아닌 왜 특정 제품을 선택했느냐 하는 점이었다. 경쟁입찰에 뛰어든 업체가 손해를 보는, 일반적이지 않은 내용으로 사업을 설계한 것에 대한 의문이 아직 풀리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도교육청이 관련 자료의 정보공개를 거부하면서 의혹은 더욱 커지게 됐다. 이번 정보공개 거부 결정이 적절한가에 대한 논란도 남게 됐다. 

비교분석 결과 가격이나 성능 등 다른 브랜드의 제품 평가가 우수함에도 특정 업체에게 특혜를 준 것인지, 아니면 비교분석 자료 자체가 남아있지 않은 것인지 의구심까지 일고 있다.

도교육청은 지난 25일 교육청 직원과 특정 업체 간 유착 여부 등 입찰 관련 의혹을  규명한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앞서 도교육청은 지난해 10월 12일 총 9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크롬북 180대를 3개 학교에 보급하는 내용의 학교 정보화기기 구매 입찰공고를 냈는데, 이 과정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행정을 펼치며 도마에 올랐다.

경쟁입찰에는 도내 5개 업체가 참여했는데, 1순위 업체가 도교육청 권유에 따라 '입찰 취소'를 진행했다가 '부정당 업체'로 찍혀 2개월간 공공기관 공개입찰에 참여할 수 없게 됐고, 향후 2년간 공공기관 공개입찰에서 감점을 받는 패널티도 부과됐다.

교육청이 왜 1순위 업체에 절차에도 없는 입찰 취소를 권유했는지 일련의 과정에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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