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한림농협 마트 신축공사 도중 교회 덮쳐..."안전조치 수차례 요구했지만 묵살" 

60m가 넘는 대형 펌프카가 쓰러지면서 인근 교회를 덮쳤다.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31일 오후 1시께 제주시 한림농협 하나로마트 신축 공사 현장에서 작업중이던 펌프카가 균형을 잃고 동쪽 방향으로 쓰러졌다.

사고는 63m 높이의 콘크리트 펌프카를 작동하는 과정에서 장비를 지탱하는 아웃트리거(지지대)가 제대로 고정되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공사 현장 구조상 한쪽으로는 지지대를 여유있게 설치할 수 있었던 반면, 또 다른 한쪽으로는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지 못했고, 결국 지지대를 설치하지 못한 방향으로 펌프카가 넘어진 것이다.

▲ 31일 제주시 한림읍 한림농협 하나로마트 신축공사에서 발생한 펌프카 전도 사고 현장. ⓒ제주의소리
▲ 31일 제주시 한림읍 한림농협 하나로마트 신축공사장에서 발생한 펌프카 전도 사고 현장. ⓒ제주의소리
▲ 31일 제주시 한림읍 한림농협 하나로마트 신축공사장에서 발생한 펌프카 전도 사고 현장. 아웃트리거가 설치되지 않은 방향으로 펌프카가 기울어져 있다. ⓒ제주의소리
▲ 31일 제주시 한림읍 한림농협 하나로마트 신축공사장에서 발생한 펌프카 전도 사고 현장. ⓒ제주의소리
쓰러진 펌프카는 그대로 인근 교회 지붕을 덮쳤고, 교회 천장에 구멍이 뚫릴 정도로 상당한 충격을 입혔다.

펌프카는 교회 지붕을 타고 건너편 토지까지 덮쳤다.

다행히 인명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다중이용시설인 교회에 사람이 몰려있었으면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 했다. 

특히 펌프카는 조금만 방향을 달리했다면 민가를 덮칠 수도, 차량이 다니는 도로 위로 쓰러질 수도 있었다.

인근 주민들은 "안전을 제대로 확보하지 않고 공사를 진행하니 이 사달이 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근에서 농약사를 운영하는 고상순(57)씨는 "갑자기 '콰광'하는 소리가 나길래 깜짝 놀라 가게 밖으로 뛰쳐 나왔더니 크레인(펌프카)이 그대로 쓰러져 있더라"며 사고 당시를 떠올렸다.

고씨는 "뉴스에서나 보던 공사장 대형 사고가 눈 앞에서 벌어지니 불안해서 살 수 있겠나"라고 고개를 내저었다.

▲ 31일 제주시 한림읍 한림농협 하나로마트 신축공사장에서 발생한 펌프카 전도 사고 현장. 아웃트리거가 설치되지 않은 방향으로 펌프카가 기울어져 있다. ⓒ제주의소리
▲ 31일 제주시 한림읍 한림농협 하나로마트 신축공사장에서 발생한 펌프카 전도 사고 현장. ⓒ제주의소리
▲ 31일 제주시 한림읍 한림농협 하나로마트 신축공사장에서 발생한 펌프카 전도 사고 현장. ⓒ제주의소리
직접적인 피해를 입게 된 한림중앙교회 박영근(63) 목사도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박 목사는 "그렇지 않아도 공사가 시작되고 난 직후부터 교회 건물 곳곳에 금이 가기 시작했고, 식당 입구 천장에서는 물이 새고 있었다. 주말, 밤낮 할 것 없이 공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교회에서 문제를 제기하기도 그래서 참고 있을 뿐이었다"고 주장했다.

박 목사는 뻥 뚫린 교회 천장을 바라보며 "사고 당시 교회 안에 사람이 없었던 점은 너무나 감사한 일이지만, 당장에 불안해서 교회 안으로 들어올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로 교회 입구 콘크리트에는 조그마한 실금이 가 있었고, 식당으로 사용되는 건물 외벽은 한 귀퉁이가 떨어져 나가 위태로워 보였다.

이 교회 이경직(62) 장로도 "지역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철저하게 안전펜스나 안전바를 설치해달라고 수 차례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이 큰 농협에서 공사를 하면서 안전장치도 제대로 안돼 있는 점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한림농협 관계자는 "현장 관계자들을 통해 사고 원인을 바로 분석하고 후속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며 "아직 보상을 운운하는 것은 이르지 않은가 싶다"고 조심스런 입장을 피력했다.

한편, 한림농협 하나로마트 신축공사는 한림리 1546 외 3필지에 지하 1층 지상 3층, 연면적 7679.65㎡ 규모로 짓고 있는 공사다. 기존 하나로마트 건물 인근 토지에 새 건물을 신축하고, 이르면 내년 이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 31일 제주시 한림읍 한림농협 하나로마트 신축공사장에서 발생한 펌프카 전도 사고 현장. ⓒ제주의소리
▲ 31일 제주시 한림읍 한림농협 하나로마트 신축공사장에서 발생한 펌프카 전도 사고 현장. 건물 귀퉁이가 허물어진 모습이다. ⓒ제주의소리
▲ 31일 제주시 한림읍 한림농협 하나로마트 신축공사장에서 발생한 펌프카 전도 사고 현장. 교회 측은 공사가 시작된 이후부터 바닥 등에 금이가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제주의소리
▲ 31일 제주시 한림읍 한림농협 하나로마트 신축공사장에서 발생한 펌프카 전도 사고 현장. 교회 내부 바닥에 천장에서 떨어진 자재가 널부러져 있다. ⓒ제주의소리
▲ 31일 제주시 한림읍 한림농협 하나로마트 신축공사장에서 발생한 펌프카 전도 사고 현장. 교회 내부 천장에 구멍이 나 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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