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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 광역 13개 특정공사·공단 중 9개 기관의 노조가 모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반면, 4개 기관은 여전히 노조가 조직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4개 기관 중 3개 기관이 모두 제주도 산하 공기업인 제주도개발공사, 제주관광공사, 제주에너지공사다. ⓒ제주의소리

지방공기업 경영평가, 광역 13개 특정공사·공단 중 4개 기관 ‘무노조’ 3개가 제주도 산하 공기업 

제주특별자치도 산하의 공사(公社) 기관 중 노동조합이 결성된 곳이 단 한 곳도 없어 문재인 정부의 ‘노동존중’ 국정방향에도 위배되고 공기업들이 노동조합 자체를 불온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전국 광역 13개 공사·공단 중 9개 기관의 노조가 모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반면, 4개 기관은 여전히 노조가 조직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4개 기관 중 3개 기관이 모두 제주도 산하 공기업들이어서 일각에선 ‘공사 무노조 특별도’라는 불명예 지적이 제기된다. 

행정안전부와 지방공기업평가원이 지난해 펴낸 ‘2017년도 지방공기업 경영평가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광역 13개 특정공사·공단 중 노조가 조직된 기관은 9개, 노조가 조직되지 않은 기관은 4개로 조사됐다. 

무엇보다 노조가 없는 4개 기관 중 3개 기관이 제주개발공사·제주관광공사·제주에너지공사 등 모두 제주도 산하 공사 기관이다. 나머지 한 개 기관은 경기평택항만공사다.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13개 특정공사·공단 중 서울농수산식품공사, 구리농수산식품공사, 경기관광공사, 대전마케팅공사, 김대중컨벤션센터, 부산관광공사, 경북관광공사, 부산스포원, 창원경륜공단 등 9개 기관은 노조가 조직됐다. 

이들 중 김대중컨벤션센터와 부산스포원 등 2개 기관은 복수노조가 운영되고 있기도 하다.  

지방공기업평가원은 보고서에서 “노조가 있는 9개 공기관의 경우 대부분 노동관계법령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합법적·합리적 노조 활동을 하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히고 있다. 

다만 “대부분의 특정공사·공단의 경우 노사담당자 및 노조 집행부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이들에 대한 노사관계 교육을 보다 확대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며 “노사 교육프로그램에 노사가 함께 교육을 이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노조가 없는 제주도 3개 공사에 대해선 “제주관광공사와 제주개발공사는 노사협의회를 실질적으로 운영함으로서 노조를 대신해 노사관계를 풀어가는 실질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제주에너지공사의 경우엔, “노사협의회를 구성해야 할 법적의무가 있어 노사협의회를 새로 구성해 운영중인지만 협의회에서의 협의 안건이 매우 협소하고 실질적인 생산성 향상이나 직원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실효성 있는 결과를 만들어 내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도내 공사 기관 소속 직원들 사이에선 노사협의회 단계가 아닌 노조 설립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점점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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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정안전부와 지방공기업평가원이 지난해 펴낸 ‘2017년도 지방공기업 경영평가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광역 13개 특정공사·공단 중 노조가 조직된 기관은 9개, 노조가 조직되지 않은 기관은 4개로 조사됐다. 노조가 없는 4개 기관 중 3개 기관이 모두 제주도 산하 공사 기관이다. ⓒ제주의소리

도내 모 공사 기관 직원 A씨는 “제주도 공기업에만 노조가 없다는 건 분명히 문제”라며 “어떤 이들은 노사협의체면 되지 않느냐고 하는데, 이는 노조 자체를 부정하게 바라보는 비뚤어진 시각이 많은 때문으로, 노사협의체와 노조는 노사 양측에 실질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며 노조설립 필요성을 주장했다. 

또다른 기관의 B씨는 “공사 기관내에 노조 설립 움직임이 전혀 없던 것은 아니다. 공사 뿐만 아니라 도내 출자출연 기관에서의 노조설립이나 연대 시도도 있었다”면서 “그러나 기관 특성상 사기업과 달리 직원들의 운신의 폭이 상대적으로 좁은데다 인사와 예산을 쥐고 있는 상급기관과 윗분들의 보이지 않는 작업(?)에 번번히 주저앉게 된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근로자참여및협력증진에관한 법률’에 따른 노사협의회와,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에 따른 단체교섭은 외형상으로는 별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즉, 노사협의회는 반드시 의결(합의)할 사항과 노사 간에 의견만 나누어도 되는 사항(협의사항), 회사 측이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에 대해 단지 보고만 해도 되는 사항으로 구분되어 있어 논의할 수 있는 수준을 제한하고 있다.

반면, 노동조합과의 단체교섭은 단체교섭 대상이 되는 모든 사항에 대해 노사가 반드시 합의되어야만 체결될 수 있는 것으로, 이러한 합의사항(단체협약)은 노동법령에 위반되지 않는 이상 개별근로계약, 회사의 취업규칙에 우선하는 집단적 근로계약이라는 큰 차이가 있다.

특히 가장 본질적 차이는 노사 관계에서 노동자 입장의 크게 달라진다는 점이다. 노사 간 의견대립이 있을 시 노사협의회는 근로자의 단체행동권을 보장하지 못하지만, 단체교섭은 노사 간의 의견이 불일치하는 경우 근로자에 대해 적법한 절차에 따른 단체행동권을 부여하고 있다. 

결국 노사협의회에서의 협의는 쟁점사항을 노동자 입장에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제한하고 있는 반면, 노동조합의 단체교섭은 노동자 입장에서 사용자와 대등한 위치에서 교섭력을 발휘할 수 있는 힘(?)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그리 멀지 않은 과거 정권에서도 공기업이 나서서 노조를 탄압하거나 노조원을 회우, 어용노조를 결정하는 일들이 비일비재 했다. 그리고 여전히 일각에선 노조 활동을 과거 80년대 독재정권 시절의 노동운동으로 착각하는 경향도 있다. 공기업에서부터 노조를 불온시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노동존중’ 국정방침에도 배치되는, 우리사회가 당장 청산해야 할 적폐 중 적폐라는 목소리가 점점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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