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소리>가 새해를 맞아 독자와의 쌍방형 소통을 위한 <소리多> 기획을 시작합니다. <소리多>는 독자 여러분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겠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독자분들이 <제주의소리>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댓글 등을 통해 질문을 남겨주시면 정성껏 취재해 궁금증을 해소해 드리겠습니다. 편안한 소통을 위해 글도 딱딱하지 않은 대화 형식의 입말체를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가끔 기자의 생각도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번 기획이 조기에 '강판'되지 않도록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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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多] (5) 기상청 직원 매일 1시간 단위로 측정...디지털시대지만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

말 그대로 역대급 폭설이었습니다. 이렇게 많은 눈이 수일에 걸쳐 내린 적이 있었나요. 폭설로 적설량에 대해 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래서 오늘 주제는 ‘적설량’ 관측입니다.

많은 분들의 질문이 바로 기상청에서 발표하는 제주시 적설량과 실제 체감하는 자신의 거주지와의 차이입니다. 때문에 대체 측정을 어떻게 하냐는 질문이 상대적으로 많습니다.

그래서 제가 직접 기상청을 찾아 관측자의 적설량 측정 방식을 알아봤습니다. 제주시 일도1동 동문시장 옆 주택가에 제주지방기상청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기상청 건물 옆 넓은 잔디밭에는 각종 기상관측 장비가 설치돼 있죠. 이 곳에 1m 높이의 막대 3개가 꽂혀 있습니다. 정면에는 5mm 단위의 눈금이 적혀 있죠.

3개 막대 중 첫 번째 막대는 관측자가 1시간과 3시간 단위로 적설량을 측정합니다. 측정후에는 바닥의 눈을 모두 치웁니다. 두 번째 막대는 하루에 한번씩 눈을 치워 측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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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세 번째 막대는 눈을 치우지 않고 계속 측정을 하죠. 3개 모두 1시간 단위로 연속 측정을 합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막대는 그 날 가장 높은 적설량이 공식 적설량이 됩니다.

막대 주변으로 바람이 불거나 눈의 무게로 높이가 낮아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눈이 내린다고 반드시 적설량이 그에 비례해 높아지지는 않습니다.

제주지방기상청 관측과 직원은 하루 24시간 365일 1시간 단위로 이처럼 적설량을 측정해 데이터화 합니다. 이 적설량이 오늘 제주시의 최대 적설량의 기준이 되는 거죠.

첫눈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관측과 직원이 기상청에서 눈을 관측해야 그해 공식 첫눈으로 기록됩니다. 같은 시간 제주시청에서 위쪽에 눈이 내려도 공식 첫눈이 될수 없습니다.

7일 오전 7시 기준으로 제주시는 14.3cm의 적설량을 기록했지만 아라동에는 52.1cm의 많은 눈이 내렸죠. 아라동에 아무리 많은 눈이 내려도 역시 제주시 공식 적설량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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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시대에 왜 꼭 사람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자를 이용해 적설량을 측정해야 하는 것일까요. 이는 기상청 지침상 22개 기상관서는 반드시 눈으로 확인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목측이라고 합니다.

기상예보 때 기준이 되는 서귀포와 성산, 고산 기상관서의 경우 4년 전만해도 직접 눈으로 확인해 데이터화 했지만 2015년부터 무인화되면서 레이저를 이용해 측정하고 있습니다.

기상청은 4곳 외에 아라동과 유수암, 추자도 3곳에 레이저 관측장비를 설치해 적설량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한라산에는 CCTV를 설치해 실시간으로 적설량을 파악하고 있죠. 

기상 측정 지점을 이도동과 노형, 연동 등 실제 거주자가 많은 곳으로 옮기자는 얘기들도 하시는데 그건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일도1동에 위치한 기상청은 1923년 이후 95년간 제주의 기상관측 지점으로 사용돼 왔습니다. 이 지점을 다른 곳으로 옮기면 지금껏 쌓아온 기후 데이터의 연속성이 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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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제주지방기상청 청사 신축 공사 과정에서 불거진 공신터 복원 논란 속에서도 꿋꿋이 자리를 지켜낸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그럼 적설량은 기상청만 측정할까요. 아닙니다. 제주도에서도 12곳에 자체적으로 적설량 측정장비를 설치해 운용중입니다. 위치는 평화로, 산천단, 비자림, 영실 등입니다.

이중 윗세오름과 진달래밭에 설치된 장비는 고장 나 현재 점검중입니다. 제주도는 3m 높이에서 레이저를 쏘고 그 차이를 계산하는 방식으로 적설량을 측정하고 있습니다.

기상관측을 위한 기상청 장비와 달리 제주도 장비는 재난 대응이 목적입니다. 제설작업이나 재난경보 등을 위한 기초자료로 사용하죠. 때문에 공식 기상 자료로 활용될 수 없습니다.

기상청은 이번 폭설을 계기로 현재 7곳에 설치된 적설량 측정 레이저장비를 추가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중입니다. 달라지는 기후에 맞게 적절한 곳에 어딘지 고민중이라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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