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새 동안 제주에 찾아온 역대급 폭설과 한파가 물러가고 반가운 겨울햇살이 모처럼 찾아와 언 마음을 녹인다.
<제주의소리> 사진 객원기자인 문성필 시민기자가 지난 7~8일 이틀간 폭설이 찾아온 제주의 동·서 일주도로와 해안도로를 따라 제주 마을의 겨울풍경을 앵글에 담았다.
낡은 골목길 눈 쌓인 돌담과 사이좋게 마주한 팽나무는 고난을 버티고 앙상한 갈비뼈를 드러낸 수도승 같은 모습이다.(구좌읍 북촌리)
포구에서 노숙하는 어선들도 바다로 나아가 곧 건져 올릴 희망을 떠올리며 얼어붙은 몸을 녹이고 있다.(북촌리 포구)
굽이굽이 흑룡만리 밭담을 따라 핀 눈꽃이 장관이다. 그 어떤 대가의 작품도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자연이 그려낸 최고의 수묵화다.(구좌읍 김녕리)
바람코지 성산포 광치기 해안에는 설경(雪景)에 취한 말들도 추위를 잊었다.(성산일출봉 광치기 해변)
흰 물감을 풀어 놓은 듯 제주 동쪽 마을 성산 온평리 바닷가는 온통 백색이지만, 서쪽 마을 애월 신엄리 바닷가는 본디 흑백이 둘이 아니라는 듯 바닷물이 오르락내리락하며 둘을 한데 섞는다.(성산 온평리, 애월 신엄리)
오름을 닮은 나지막한 초가지붕 위로 지붕만한 눈이 쌓였지만, 사철 흙 냄새 돌 냄새 나는 초가집은 넉넉한 제주사람의 인심을 닮아 겨울을 휘저어 내쫓지 않는다.(표선면 성읍리) / 글= 김봉현, 사진= 문성필
김봉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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