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게스트하우스 여성관광객 살인사건의 용의자가 공개수배 하루 만에 숨진채 발견됐다.
경찰은 14일 오후 3시1분 충남 천안시 동남구의 한 모텔 2층 객실 화장실에서 한정민(34)이 천장에 목을 매 숨져있는 것을 모텔 주인이 발견했다고 밝혔다.
한씨는 12일 오후 4시35분 해당 모텔에 홀로 투숙한 후 13일 오후 4시 최종 목격됐다. 모텔 주인은 한씨가 퇴실 시간에 나오지 않자 14일 오후 3시 열쇠수리공을 불러 방안에 들어갔다.
발견 당시 한씨는 검정색 끈으로 목을 매 숨이 끊어진 상태였다. 경찰은 신분증을 통해 한씨의 신원을 확인하고 현재 지문을 확보해 추가 신원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다.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은 “현장 도착 당시 화장실에 매달린 상태로 숨져 있었다”며 “방 안에 짐 등 특별한 물건은 없었다. 유서가 있는지 여부는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용의자가 숨지면서 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지게 됐다. 경찰은 한씨를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했지만 범행 발생 추정일인 8일부터 엿새 동안 신원을 확보하지 못했다.
지난 11일 한씨를 피의자로 전환해 입건한 경찰은 한씨가 사망함에 따라 미제가 아닌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피해여성이 게스트하우스 인근 폐가에서 발견됐지만 용의자의 진술을 듣지 못하게 되면서 살해 장소와 시간은 물론 살해 동기까지 미스터리로 남게 됐다.
경찰은 한씨가 게스트하우스 내에서 피해여성인 이모(26)씨를 상대로 몹쓸짓을 하려고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이 역시 용의자가 숨지면서 특정 짓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한씨 단독 범행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범행 행적을 명확히 하고 사인을 밝히기 위해 당분간 수사는 계속하기로 했다. 성범죄 확인을 위한 국립과학연구원 수사도 이어간다.
당시 꺼져있던 게스트하우스 내 폐쇄회로(CC)TV도 복원작업을 거쳐 사실 관계를 확인하기로 했다.
한씨는 2017년 7월에도 해당 게스트하우스에서 여성 투숙객을 상대로 성폭행 범행을 저지른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던 인물이다. 재판과정에서 한씨는 줄곧 범행을 부인해 왔다.
이 사건 역시 한씨가 숨지면서 진실은 묻히게 됐다. 재판 중 피고인이 사망하면 재판부는 공소기각 결정으로 사건을 마무리한다.
피해 여성은 7일 오전 8시30분 울산에서 홀로 관광차 제주를 찾았다. 입도 직후 해당 게스트하우스에 투숙했다. 당초 9일 오후 5시30분 항공편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한씨는 피해 여성이 투숙한 당일 저녁 손님들과 함께 술자리를 가졌다. 이후 이씨를 상대로 몹쓸짓을 하려다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범행 직후 한씨는 피해여성의 차량을 타고 편의점에서 담배를 사는 등 대범한 모습을 보였다. 사체를 인근 폐가에 숨긴 한씨는 이틀간 게스트하우스를 관리하며 태연하게 일했다.
10일 이씨 가족의 실종신고로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경찰을 따돌리고 오후 8시35분 항공편을 통해 김포로 향했다. 경찰이 뒤늦게 위치추적에 나섰지만 이미 제주를 빠져나간 뒤였다.
한씨는 김포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서울 신림동으로 이동한 뒤 휴대전화를 껐다. 11일 오전 1시23분에는 안양역 인근 호텔에 투숙했다. 11일 새벽에는 호텔에서 나와 수원시로 향했다.
택시를 탄 한씨는 11일 오전 6시19분 수원 모 초등학교 앞에서 내려 편의점에 들르고 곧바로 인근 모텔에 다시 투숙했다. 이후 다시 숙소를 나와 서울로 향한후 행적이 끊겼다.
제주 경찰은 11일 오전 1시30분쯤 한씨가 제주를 빠져나간 사실을 확인하고 지금까지 형사 등 23명을 다른 지역에 보내 용의자를 추적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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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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