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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도 7년차인 안창근(왼쪽) 글로벌제주문화협동조합 이사장이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이주민 정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선택6.13 바로미터-후보들에 바란다]
④이주민 청년농민 안창근-이성빈-손인준씨 제안

올레길 10코스인 최남단해안로를 등지고 청년 3인방이 벤치에 앉아 머릿속 구상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다른 곳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독특하고 새로운 방식의 이주민 공간 이야기다.

괸당(친척)만을 외치던 시대는 지났다. 매해 1만명이 넘는 이주민들이 제주를 찾으면서 폐교 위기에 놓인 학교가 살아나고 농촌 인구가 증가하는 등 곳곳에서 변화가 일고 있다.

과거에는 은퇴후 찾는 휴양의 개념이 강했다. 현재는 순이동 인구의 절반을 30~40대가 차지하고 있다. 선거에서도 유권자 지형을 변화시키며 선거 당락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제주가 좋아 바다를 건넌 이주 5~7년차 30대 청년 3인방을 만났다. 글로벌제주문화협동조합(이하 글제문)으로 연결된 이들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주민 이야기를 거침없이 꺼냈다.

글제문 이사장을 맡고 있는 안창근(39)씨는 이주 7년차 가장이다. 제주가 좋아 왔지만 초기에 적응은 쉽지 않았다. 노인회관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마을주민들 곁으로 다가갔다.

비닐하우스를 빌려 농사를 지으려했지만 젊은 외지 청년이 농사를 한다는 소식에 ‘투기꾼’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많았다. 곧장 제주농업기술원을 찾아 귀농·귀촌 교육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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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도 7년차인 이성빈(오른쪽) 글로벌제주문화협동조합 이사가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이주민 정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교육 내용은 교부금 지급과 직불금 사업, 웃음치료, 행복교실 안마 등 자신의 생각과는 다소 달랐다. 제주에서 터를 잡고 마을과 함께 성장하는 사업을 계획했지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안씨는 “땅을 사려면 투기꾼으로 생각하고 임대를 하려면 사업을 의심한다”며 “이주인구가 수십만명에 이르지만 이들을 위한 지방정부의 공약과 정책은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주민에 대한 정책이 단순한 귀농교육으로 끝나서는 안된다”며 “이주민들의 재능을 끌어내고 지역주민과 융화될 수 있는 거점별 커뮤니티센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성빈(35)씨도 입도 7년차다. 대구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대박을 친 치맥페스티벌 사업에도 참여한 청년 아이디어맨이다. 제주에서는 한국형 워킹홀리데이 사업을 진행중이다.

워킹홀리데이는 말 그대로 제주도에서 일을 하며 번 수익으로 하는 체류형 여행이다. 전국, 전세계 청년들에게 제주농업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수확물을 판매하는 유통까지 계획중이다.

다른 지역은 농촌에 있는 부모를 돕기위해 자식들이 고향으로 내려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홍보하는 청년 귀농이 많지만 이씨가 생각하는 제주의 모습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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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도 3년차 양봉업자인 손인준씨가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이주민 정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이씨는 “농업을 기반으로 사업을 계획하는 청년 이주민들이 많다”며 “그들이 생각하는 농업은 재미있게 농사를 지으며 성과를 내고 새로운 문화까지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주민 청년농부들은 일손이 부족한 농촌지역에 자연스레 스며들면서 노령화와 농촌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다”며 “청년농촌문화운동을 위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주시 애월읍 광령리에 터를 잡은 손인준(31)씨는 양봉업자다. 2013년 제주에 내려와 감귤꽃을 이용한 꿀 생산에 꽂혔다. 제주만의 특색있는 제품으로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양봉장을 찾아다니며 도움을 요청했지만 역시나 쉽지 않았다. 젊은이의 노력에 어르신들도 마음의 문을 열었다. 장기인 마술을 활용하면서 주변의 이목까지 끌었다.

손씨는 “양봉업계는 평균 연령이 60대다. 처음에는 대화 자체가 쉽지 않았다”며 “부품 꿈을 안고 5년 전 제주에 왔지만 적응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에 손씨는 “제주사회에 적응이 힘들어 포기하려는 생각도 많았다”며 “제주가 좋아 온 이주민들이 지역주민과 상생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정책공약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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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도 5~7년차인 청년농부 3인방이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이주민 정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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