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터미널 흡연 고발 민원 석달간 '답변중'...처음엔 "주관부서 아니" 변명, 지사 지시 무색 

공식 접수된 생활 민원이 석 달 넘게 아무런 조치없이 방치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제주도정의 태만한 업무행태가 빈축을 사고 있다.

제주에 거주하고 있는 김모씨는 지난해 11월 11일 제주도청 홈페이지 '제주자치도에 바란다' 게시판을 통해 서귀포버스터미널의 흡연 문제에 대한 민원을 제기했다.

승객들이 타고 내리는 장소에서 버스 기사들이 버젓이 흡연을 하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는 내용이다. 김씨는 해당 지역엔 '금연구역'임을 알리는 스티커와 팻말이 곳곳에 붙어있었음에도 기사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씨는 "기사들은 담배를 꺼내 망설임 없이 불을 붙였고, 다 피우고 나서는 담배꽁초를 바닥에 던지더니 신발로 비벼끄고는 대합실 안으로 들어갔다. 옆에 있던 아가씨는 인상을 쓰며 자리를 피하더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러면서 "이 같은 문제들은 CCTV를 통해 확인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며 "불시에 점검을 하든지, CCTV로 확인하든지 문제의 기사들에 대한 과태료는 물론 징계방안을 실시해 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문제는 100일이 지난 현재까지 제주도정이 이 같은 민원에 대해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데 있다.

당시 제기된 민원은 '관광·교통' 분야 민원으로 분류되면서 제주도 교통항공국 대중교통과로 이관됐다는 설명이 명시됐다. 그러나 여전히 '답변중'으로 처리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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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모씨가 민원을 제기한 제주도청 '제주자치도에 바란다' 게시판 갈무리. 지난해 11월 11일 올린 민원글에 아직도 '답변중'이라는 아이콘이 떠 있다. ⓒ제주의소리
김씨는 2개월 가량 지난 1월 3일 '서귀터미널흡연실태건'이라는 제목의 글을 다시 한번 게재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11일자로 올린 제목의 건이 아직까지도 답변이 없다. 흡연실태는 확인했는지, 확인됐다면 징계는 어떻게 하는지 등에 대한 내용이 전혀 없다"고 민원처리 실태를 꼬집었다.

그는 "민원인들이 여기 올리는 내용은 원래 담당자들이 파악해서 조치해야되나 시간·공간적 제약이 따르므로 일일이 파악하지 못하니 대신 보고 느낀 것들을 올리는 것인데 이렇게 늦게 조치되면 공무원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되겠나"라며 빠른 답변을 요구했다.

그로부터 40일이 더 흐른 19일 현재까지도 제주도정은 여전히 '답변중'이라는 문구만 띄워놓았다.

김씨는 "민원을 제기하고 두 달여 동안 전혀 답이 없어서 재차 답변을 요구했으나 아직도 응답이 없다"며 "도민의 이야기를 무시하는 것인지, 아니면 지치도록 하는 작전인지 알 길이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와 관련, 제주도정 담당 부서는 다소 이해하기 힘든 답변을 내놨다.

대중교통과 한 관계자는 "이번 민원의 경우 단속 규정이 딱히 있는 것이 아니었다. (터미널)건물 안에서 피우는 것은 안되지만 건물 밖에서 피우는 것까지 단속하거나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물론 금연구역이라는 스티커는 붙어있지만, 안내하는 차원이고, 그 분(버스기사)들이 걸어다니면서 피우고 다니는 것까지 제재할 수는 없었다"며 "터미널 사업자에게는 기사들이 담배를 피우지 않도록 지도할 것을 요구하기는 했다"고 했다.

왜 민원인에 대한 답변이 늦어졌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담배를 피우는 것을 단속하는 업무 자체가 대중교통과에서 하는 것이 아니고, 보건소에서 하는 것이다. 업무 성격상 흡연 관련이나 단속 업무는 대중교통 업무가 아닌걸로 봤다"고 밝혔다.

민원인의 글에는 담당부서에 '대중교통과'라고 명확히 쓰여 있었지만, 정작 해당 부서는 "자신들이 주관하는 업무가 아니어서 응대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소관 업무가 아니라 하더라도 민원을 받았으면 이관했어야 했던 것 아니냐는 질문하자 그제서야 "그 부분은 소홀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고 인정했다.

해당 부서는 민원을 접수받은 후 서귀포보건소에도 별다른 협조를 구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와 올해를 통틀어 서귀포버스터미널의 흡연 행위에 대한 과태료 부과 건수는 0건이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앞서 지난 1월 8일 주간정책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민간에서는 다양한 형태로 건의 또는 민원 사항을 제기하는데 행정 민원 관리는 다 안 담겨질 뿐만 아니라 행방불명이 되는 경우가 많고, 중간에 가다보면 반복되는 민원들도 공중에 떠서 책임추궁도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어떤 형태로든 행정에 접수된 민원들은 정식으로 번호도 매겨지고, 요지에 대해 카드도 작성이 되고, 부서와 책임 그리고 복합인 경우에는 주무‧협조 또는 유관부서가 함께 일목요연하게 파악될 수 있는 실시간 추적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김씨의 최초 민원이 방치된지 두 달이 흘렀고, 답변을 재차 요구한 지 불과 5일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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