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경찰-자치경찰, 게스트하우스 실태 합동점검 돌입...변칙 운영 등 집중단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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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게스트하우스에서 발생한 관광객 살인사건이 전국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가운데, 변칙적으로 운영되는 게스트하우스에 대한 특별단속이 실시된다.

제주지방경찰청과 제주도, 제주자치경찰단 등은 지난 18일부터 제주도내 숙박업소를 대상으로 단계별 합동점검에 돌입했다고 20일 밝혔다. 

일반적으로 운영되는 게스트하우스는 물론, 최근 구설수에 올랐던 '파티 이벤트' 등을 주도하는 게스트하우스에 대해서도 집중 점검이 이뤄질 예정이다. 1차적으로 최근 1년 내 성범죄가 발생했거나 음주파티 등 1회 이상 112신고가 접수된 게스트하우스를 대상으로 점검이 실시된다.

특히, 경찰은 합동점검반에 범죄예방진단팀을 투입, 게스트하우스별 환경·시설·운영자의 관리실태 등을 진단하고 등급별로 지정한 후, 등급에 따라 정기적인 점검과 순찰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게스트하우스는 사실상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게스트하우스'라는 업종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고, 대부분 농어촌정비법에 따른 '농어촌민박'으로 등록돼 운영중이거나 제주특별법에 의한 휴양펜션업, 관광진흥법에 의한 관광숙박업 등 형태를 달리하며 운영돼온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정확한 현황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개중에는 이러한 허점을 틈타 신고되지 않은 게스트하우스도 운영돼 온 것으로 보인다.

◇ '미신고' 게스트하우스 색출, 민박업 변종 사례 집중점검

이번 특별단속은 크게 세 가지 문제를 두고 이뤄지게 된다.

먼저 '미신고' 게스트하우스에 대한 색출 작업이 이뤄진다. 경찰은 행정당국과 합동으로 미신고 게스트하우스에 대한 첩보를 입수하고 현장 확인에 나서고 있다. 게스트하우스의 영업 특성상 SNS, 포털사이트 블로그 등 온라인 중심의 홍보가 주를 이루다보니 이미 상당 부분 관련 정보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번째는 농어촌민박으로 등록이 됐음에도 거주자로 등록된 이가 실제 거주하지 않는 사례를 들여다 보게 된다. 

농어촌정비법에 따르면 민박업은 농어촌의 소득 증대를 위해 규제가 풀린 형태의 업종이다. 문제는 대다수의 게스트하우스가 '숙박업'보다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 한 '민박업' 형태를 띠고 있다는데 있다. 

살인 사건이 일어난 문제의 게스트하우스도 소유주는 육지에 거주하고 있었고, 관리인 내지 매니저 명목으로 사람을 쓰고 수익을 올리는 변칙 운영이 이뤄져 왔다. 자치경찰은 이 같은 형태가 농어촌정비법의 제정 취지에 어긋난 건 아닌지 들여다보고 있다. 

마지막으로 '파티 이벤트'가 열린 게스트하우스에 대한 단속이 실시된다. 일부 게스트하우스는 투숙객들에게 추가 비용을 받아 음식을 제공하는 등의 영업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포털 사이트에 '게스트하우스 파티'를 키워드로 검색하면 복수의 게스트하우스에서 이 같은 운영이 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 경우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가 적용된다.

◇ 법 사각지대 놓인 일부 게스트하우스, 성범죄 위험 상존

뒤늦게 대응에 나서고는 있지만, 이번 단속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면키는 어려워 보인다.

제주지역의 게스트하우스는 '미니멀' 트렌드와 맞물려 근 5년새 급격하게 증가했다.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고, 가볍게 숙박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별관광객들에게 매력을 어필해 왔다.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고 있는 와중에도 관련당국은 사실상 게스트하우스에 대한 점검을 방치하다시피 했다. 지역내 게스트하우스의 현황 조차 파악하지 못한 것이 그 방증이다.

심상치 않은 징후는 일찌기 감지돼 왔다. 

2016년 9월에는 같은 게스트하우스에서 투숙한 여성의 방에 두 차례 침입해 신체 중요부위를 만진 혐의로 30대 남성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듬해 7월에는 한림읍 모 게스트하우스에서 투숙객 모임 파티를 계기로 알게 된 여성을 강제추행한 20대 의경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살인 사건 용의자로 공개수배되자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정민도 2017년 7월 제주시 구좌읍의 게스트하우스에서 술에 취한 여성 투숙객을 성폭행한 혐의로 같은해 12월 재판에 넘겨지기도 했다. 

이처럼 성범죄를 비롯해 절도 사례 등이 빈번하게 발생하곤 했음에도 게스트하우스는 여전히 법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이미 게스트하우스 이용 목적이 '숙박'에 있지 않다는 증언도 잇따르고 있다.

평소 제주지역 게스트하우스를 즐겨 이용한다는 김모(33.서울)씨는 "일부 이용객의 경우 숙박 보다는 파티를 즐기기 위해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특정 게스트하우스는 투숙객의 남녀 비율을 일정하게 맞춰 상당히 유명세를 타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에 살면서도 이 같은 목적으로 종종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한다는 또 다른 김모(28)씨는 "부담 없는 만남을 즐기기 위해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며 파티 이벤트가 성행하는 게스트하우스의 이름을 줄줄이 뀄다. 특히 그는 "이번 사건을 보면서 게스트하우스가 성범죄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생각은 들었다"고 전했다

게스트하우스 내 '파티 이벤트'가 그릇된 문화라고 낙인 찍긴 어렵겠지만 법 테두리에서 벗어나있었다는 점은 분명했다. 결국, 큰 사건이 터진 이후에야 부랴부랴 점검에 나서는 모양새라 아쉬움을 더하고 있다.

제주자치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정직하게 운영해 오던 게스트하우스 업주들도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위법 사항을 중심으로 문제가 있는 게스트하우스를 하루 빨리 추려내는 것에 중점을 두고 단속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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