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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우일 천주교 제주교구장. ⓒ제주의소리
천주교 4.3특위 주최 '4.3 70주년 기념 학술 심포지엄' 기조강연

천주교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는 22일 "제주4.3은 한국인 전체가 기다리고 염원했던 민족의 독립과 해방, 사회 구조악과 불의에 대한 저항이 작동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정의평화위원회와 한국천주교교회의민족화해위원회, 천주교제주교구 제주4.3 70주년특별위원회는 이날 오후 2시 명동성당 꼬스트홀에서 '제주4.3의 역사적 진실과 한국 현대사에서의 의미'를 주제로 4.3 70주년 기념 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기조강연에 나선 강우일 주교는 "제주 4.3 진상 보고서는 '4.3사건은 남로당 제주도당이 일으킨 무장봉기가 발단이 됐다. 단, 강경진압으로 많은 인명피해를 냈고 다수의 양민이 희생됐다'고 4.3의 성격을 규정했지만, 이런 사실은 겉으로 드러난 4.3의 한 가지 단면"이라며 "비극이 일어난 배경과 요인에는 민족 역사와 삶의 밑바닥에 흐르는 내면적 가치와의 연결고리를 발견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주교는 당시 제주 지역사회의 특성을 풀어내며 "제주도민들에게 한 가지 참을 수 없는 모순적 현실은 미군정이 일제강점기 때 일제의 관헌으로 동포를 압박하고 수탈하는데 앞장섰던 조선인 경찰들을 미군정의 경찰력과 행정요원으로 다시 등용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라며 "이는 시민들의 미군정에 대한 근원적인 불신과 불만을 초래했고, 1947년 3월 1일 제주시민 3만여명이 참가한 3.1절 기념대회에서 폭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한민국의 역사 속에서 이 땅의 백성들은 이미 전제군주 체제와 부조리한 신분제도에 의한 억압과 차별에 끊임없이 짓눌리고 고통 당하면서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권리와 존엄과 평등에 대한 시야가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다. 일제강점기 하에서 민중은 조선왕조의 뒤를 이은 일본 제국주의의 부당한 침략과 수탈과 차별에 대한 저항에 동참하며 국가 권력의 불의와 폭력에 불복종하고 맞서 싸우는 것이 정의롭고 고귀한 가치임을 학습해 나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 주교는 "1948년 4월 3일의 무장 봉기는 분명 몇 백 명 수준의 혈기왕성한 남로당 제주도당 당원들이 결행한 사건이었으나, 그 배경과 과정에는 제주도민 전체, 한국인 전체가 기다리고 염원했던 민족의 독립과 해방, 사회 구조악과 불의에 대한 저항, 인간의 기본적 존엄과 자유와 권리를 향한 장구한 역사의 동력이 작동하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주교는 "4.3은 한국 현대사에 보기 드문 참극을 연출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수많은 민간인이 무참히 학살되는 반인륜적 범죄가 국가 조직에 의해 저질러졌다. 많은 이들은 이를 해방 정국의 이념적 갈등과 혼란의 소용돌이 속에 이념과 무관한 일반 시민들이 휘말려 희생된 사고로 인식하며 살아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4.3은 결코 우발적으로 발생한 사고가 아니었다. 민족의 해방, 그리고 인간의 기본적 존엄과 자유와 권리를 억압하는 모든 종류의 사회악과 불의로부터의 인간 해방을 추구하는 역사의 에너지가 분출되는 가운데, 역사적 동력을 멈추고 저지하려는 부정적인 반작용으로 인해 많은 국민의 생명이 희생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4.3은 인간의 존엄한 인격과 자유와 평등을 위해 자신을 제물로 바친 수많은 희생자들의 순교적 행렬의 연장"이라며 "반세기 이상을 어둠에 묻히고 침묵 속에 매장된 억울한 희생을 통해 자신들 안에 감춰져 있던 존엄과 영광을 70주년을 맞이해 만천하에 드러내고 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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