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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2일 오후 3시 29분께 서귀포시 남원읍 태흥리 태흥포구 인근 하수중계펌프장에서 배관 교체 작업을 하던 인부들이 질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제주소방안전본부 ⓒ제주의소리
남원 하수중계펌프장 배관교체 작업 중 사고...이틀째 의식 불명

제주에서 발생한 하수중계펌프장 질식 사고로 중태에 빠진 이는 현장을 감독하던 공무원인 것으로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지난 22일 오후 3시 29분께 서귀포시 남원읍 태흥리 태흥포구 인근 하수중계펌프장에서 배관 교체 작업을 하던 인부 4명과 공무원 2명이 유독가스에 질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현장 감독관인 제주상하수도본부 소속 부모(46)씨가 중상을 입어 긴급출동한 119에 의해 서귀포의료원으로 후송됐다. 경상자 4명은 제주시 한마음병원과 서귀포의료원으로 분산 후송됐고, 나머지 1명은 증상이 미미해 병원으로 옮겨지지 않았다.

현장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이들은 2.5m 가량 지하에 위치한 펌프장에서 배관 교체 작업을 하던 중 변을 당했다.

배관에 있던 볼트를 풀자 하수가 새어나왔고, 배출된 하수가 바닥에 고이면서 일산화탄소와 황화수소 등의 유독가스에 노출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제주시내 병원으로 후송된 한 인부는 기자와 만나 "작업이 2곳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2~3명이 한 조로 각각 배관 교체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반대쪽 작업장에서 펌프장 안에 빠진 사람이 소리를 질렀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급하게 정리하고 반대쪽으로 도와주러 갔는데, 발을 헛디뎠는지, 미끄러졌는지 처음 들어간 사람이 빠지자 급하게 구하러 들어가던 사람들도 미끄러져 3~4명이 하수에 얼굴까지 잠기게 됐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자칫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뻔한 상황이었다.

이중 현장을 감독하고 있던 부씨는 작업중이던 인부가 위험에 빠지자 그를 구하기 위해 펌프장 안으로 뛰어들었고 유독가스를 마셨다.

결국, 사고 이틀째인 23일 오전까지도 의식을 찾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현장에서 인부들의 마스크 착용 여부, 산소농도 측정 여부 등 안전관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사고가 발생하자 열악한 작업환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수관련 사업에 종사하고 있는 A씨는 하수배관 교체 공사 등은 항상 쫓기듯 작업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현장의 애로사항을 전했다.

A씨는 "배관을 교체한다고 해서 안을 깨끗하게 세척하고 작업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작업 중 인근의 주민들에게 물을 쓰지 말라고도 할 수 없지 않나"라며 "물이 흘러나오지 않도록 해놓고 쫓기면서 작업을 해야 하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물이 터져나올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파이프 내부의 잔류물들로 인해 가스가 발생하는데, 처음엔 몇번 마셔도 견딜 수 있어도, 그게 축적이 되면 위험에 빠질 수 밖에 없다"며 "매번 위험한 작업 환경에 노출되는 사람들이라 해도 펌프장 안으로 잘 들어가려 하지 않는 이유"라고 전했다.

실제로 불과 2년 전인 2016년 7월에도 서귀포시 표선면 토산리 하수처리펌프장에서 작업을 하던 근로자 2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들은 하수가 흐르면서 퇴적된 찌꺼기를 제거하기 위해 펌프 설비 지하 6m로 내려가던 중 사고를 당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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