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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청 전경.

[단독] '하천 등 시설물 정밀진단' 용역...대체도로, 10여km 방수로 건설 등 총예산 1조 육박 

과거 환경단체 등의 거센 반발을 무릅쓰고 도심 하천을 복개(覆蓋)한 제주시가 앞으로 복개 구조물을 전면 철거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에따른 예산이 천문학적인 것으로 추산됐다. 

7일 <제주의소리> 취재 결과 지난해 제주시가 제주대학교 산학협력단과 한국종합기술 등에 의뢰한 ‘하천 등 시설물 정밀진단’ 용역의 보고서 초안이 최근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용역에는 16억원이 투입됐다. 

이번에 용역진은 도심 복개 하천인 한천과 병문천, 산지천, 독사천, 흘천 등 5개 하천의 범람을 막기 위한 방안을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용역진은 보고서 초안에서 복개 구조물 제거나 교각 설치, 저류조 설치 등 다양한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용역진은 그 중에서도 흘천을 제외한 4개 하천의 복개 구조물을 전면 철거하고, 하천변에 대체 도로를 내는 방안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이들 하천의 복개 구간은 도로나 주차장 용도로 쓰이고 있다. 

특히 동서 간선도로인 애조로를 따라 일종의 물길인 외곽 방수로(放水路)를 설치하는 방안도 비중있게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수로를 통해 한천, 병문천, 독사천, 산지천 상류에서 유입되는 물을 제주시 외도나 애월읍 구엄리 등 바다로 흘려보내는 방안이다. 하천 범람 등에 대비해 인위적으로 수량을 조절하겠다는 얘기다. 용역진이 구상한 방수로는 총 연장 13.6~16.9km, 건설 예산은 약 4000억원(보상비 포함)으로 추산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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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태풍 차바가 제주를 관통할 당시 제주시 도심지역 하천이 범람해 큰 피해가 발생했다. 사진은 태풍이 휩쓸고 간 한천 복개구간. 주차장으로 활용되는 이 곳은 태풍 차바가 지나간 직후 차량들이 뒤엉키는 등 난장판이 됐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이미 2005년부터 2009년까지 4년에 걸쳐 수립된 ‘제주 지방하천 기본계획’에는 복개 구조물 철거 관련 내용이 들어있다. 

용역에 들어가기 앞서 지난해 7월 열린 용역 관련 자문회의에서도 ‘복개구조물을 이대로 둘 수 없다’는 의견이 강하게 제기됐다.  

방수로 설치를 비롯해 복개 구조물 철거, 대체도로·교량 건설 등 일련의 사업에는 총 1조원에 육박하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됐다.

방수로 외에 각 하천 정비 사업 예산도 인근 주민 보상금을 포함해 1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시는 가까운 시일 내 자문회의를 갖고, 제주도와 제주도의회 등에 보고할 예정이다. 이후 공청회와 주민설명회 등을 통해 도민 여론을 수렴할 방침이다. 

1982년부터 2004년까지 한천, 병문천, 산지천, 독사천, 흘천 등 5개 하천에 설치된 복개 구조물은 총 연장 6.25km에 달한다.

이들 하천은 2007년 태풍 '나리'와 2016년 태풍 '차바' 때 범람으로 수많은 차량이 물에 쓸려가고, 하천변 곳곳이 잠기는 등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복개 구조물에 대한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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