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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 선거쟁점 급부상…도민사회 평가도 엇갈려 여론향방 주목

제주지역의 폭증하는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 제주도가 지난해부터 시행하고 있는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가 6.13 지방선거의 핫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다.

도지사 예비후보들이 요일별 배출제 전면폐지를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는 가운데 임명직인 고경실 제주시장이 9일 “쓰레기 처리 인프라를 생각할 때 다른 대안이 없다. 요일별 배출제는 지속돼야 한다”고 밝히면서 불을 지핀 형국이다.

고경실 시장은 이날 오전 제주시청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갖고 “봉개동 쓰레기매립장 등 수용력을 감안하면 요일별 배출제 말고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제주시에 따르면 지난해 쓰레기 소각은 238.8톤(이하 하루평균)으로 전년(236.9톤)에 비해 소폭 늘었다. 매립은 2016년 195.8톤에서 2017년 142.6톤으로 줄어들었다. 반면 재활용은 2016년 298.5톤에서 2017년 352.2톤으로 늘었다.

이에 대해 고 시장은 “요일별 배출제 시행으로 증가하던 소각·매립쓰레기 발생량이 줄었고, 재활용이 늘었다”며 “다만, 시민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24시간 재활용품 배출이 가능한 재활용 도움센터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일부 제주도지사 예비후보들이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 전면폐지를 공약한 것에 대한 반박이 아니냐는 해석에 대해 고 시장은 “(나는) 정치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렇지만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 폐지 또는 수정․보완 공약이 나오게 된 데는 주민들 불편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표를 먹고 사는 정치인 입장에서는 시민 우선주의를 내세우면서 역으로 원희룡 도정의 ‘행정 편의주의’를 비판할 수 있는 양수겸장 카드인 셈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요일별 배출제 전면폐지’는 원희룡 도정에서 정무부지사를 지낸 김방훈 자유한국당 제주도지사 예비후보의 대표 공약이다. 선거사무소를 휘감고 있는 현수막도 요일별 배출제 전면폐지 공약으로 도배했다.

앞서 김방훈 예비후보는 지난달 9일 출마선언 기자회견에서 “도민을 불편하게 하는 요일별 배출제를 전면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김 예비후보 측은 요일에 관계없이 재활용품을 분리배출할 수 있도록 청결지킴이 운영 자체를 감시가 아닌 실질적인 분리처리 시스템으로 전환한다는 구상이다.

또 분리배출 수거함의 색깔을 더욱 차별화하고, 개인 및 민간업자들의 재활용품 수거를 지원해 일자리 창출 및 자원재활용산업 활성화 효과까지 거두는 방향으로 정책을 정교하게 다듬고 있다.

김우남 예비후보(더불어민주당)도 지난 8일 기자회견을 갖고, “모든 쓰레기를 도민이 원하는 시간에 배출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며 요일별 배출제 전면폐지를 공약했다.

재활용품 분리배출 시스템인 클린하우스 제도를 강화해 재활용품 처리 공공도우미를 지역과 조건에 맞게 확대 배치하고, 수거시스템을 지역별 계절별 특성에 맞게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아울러 쓰레기 감량정책을 강화해 인센티브, 생활용품 나눔장터 등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김 예비후보는 “요일별 배출제는 성장관리를 잘못한 도정이 그 책임을 도민에게 전가하는 대표적인 사례”라며 “제도시행 후 쓰레기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집안에 쌓여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강기탁 예비후보(더불어민주당)는 ‘요일별 배출제’의 전면폐지보다 보완에 방점을 찍었다.

강 예비후보는 9일 고경실 시장의 ‘요일별 배출제 외에 대안이 없다. 지속돼야 한다’는 브리핑이 있은 후 ‘기탁이의 현안논평’을 통해 “요일별 배출제가 재활용률 상승에는 어느 정도 기여했지만 생활쓰레기 감축 효과는 거의 없다고 판단된다”며 현행 제도를 유지하되 보완책을 강구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 예비후보는 △1회용품 비닐봉투, 1회용 컵(플라스틱 컵) 사용제한 △개인컵 이용자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이를 제도화하기 위한 제주특별법 개정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도지사 뿐 아니라 도의원선거에 나서는 후보들 중에서도 ‘요일별 배출제’ 보완 공약을 제시하는 경우가 있다.

외도․이호․도두동 선거구에 출사표를 던진 송창권 예비후보(더불어민주당)는“재활용품 분리배출은 철저히 하되 요일별 배출제는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요일별 배출제’ 전면폐지 공약에 대한 고경실 시장의 ‘반박’ 브리핑은 또 다른 논란이 되고 있다. 임명직 시장으로서 선거에 영향을 주는 정치적 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

김우남 예비후보 캠프 고유기 대변인은 9일 논평을 내고 “고경실 시장의 오늘 발표는 누가 봐도 ‘쓰레기 요일별 배출제 전면 폐지’라는 김우남 후보의 어제 기자회견 내용에 대비되는 것으로, 이를 겨냥한 발표로밖에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제주시장의 직위를 이용해 선거에 영향을 주는 명백한 선거개입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요일별 배출제’의 원작자라고 할 수 있는 원희룡 지사가 선거전에 본격 뛰어들 경우, 아직까지 첨예한 쟁점 없이 밋밋하게 흘러가던 선거판 최대 이슈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도민사회에서도 제도시행 이후 어느 정도 정착되고 있다는 평가와 여전히 불편하다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어 여론의 향방이 어디로 쏠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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