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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 경쟁자→선수․감독 ‘한배’…김․문, 주군․책사→경쟁자…고, 文후원회장
金감독

정치권에는 ‘영원한 동지도 영원한 적도 없다’라는 속설이 있다. 또 정치를 살아있는 생물체에 비유하기도 한다. 그만큼 변화무쌍한 게 정치다.

6월13일 치러지는 제주도지사 선거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기 위한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영원한 동지도 영원한 적도 없다’라는 정치권 속설이 딱 들어맞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어 눈길이 간다.

김우남, 문대림 예비후보와 고희범 전 한겨레신문사 사장의 얽히고 설킨 ‘삼각 관계’를 두고 하는 얘기다.

김우남 예비후보는 12일 보도자료를 내고 “고희범 전 한겨레신문사 사장을 캠프 총감독으로 영입, 캠프를 본격 지휘한다”고 알렸다.

그런데 이 둘은 4년 전 이맘 때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의 제주도지사 후보가 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쳤던 사이다. 당시 신구범 전 제주도지사까지 3명이 벌이던 새정치민주영합의 경선은 갑작스럽게 신 전 지사로의 ‘합의추대’가 이뤄지면서 당원과 지지자들 모두를 어리둥절케 했다. 바람처럼 등장한 ‘원희룡 대세론’이 모든 걸 집어삼키던 때였다.

그랬던 이들이 4년 만에 한 배를 타게 된 셈이다.

4년 전으로 시계바늘을 잠시 되돌려보자.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김우남 캠프의 핵심이 지금은 김 후보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문대림 예비후보다. 당시 문 후보는 캠프 선대위원장을 맡아 김 후보의 책사 노릇을 톡톡히 했다.

제주도의회 의장 직을 도중에 그만 두고 2012년 국회의원 선거에 도전했지만 쓴 맛을 본 문 후보에게 ‘김우남 캠프’는 일종의 정치재개를 위한 징검다리 역할이 된 셈.

당시 문 후보는 ‘김우남 대망론’을 내세워 캠프를 진두지휘했지만, 정작 자신이 모신 ‘주군’이 합의추대 과정에서 뜻을 접자 적잖은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어쨌든 문 후보는 이를 발판 삼아 2016년 다시 국회의원 선거에 도전하게 된다. 당시에도 당내 경선을 통과하는 게 급선무였다. 상대는 현 위성곤 국회의원이었다.

이 때 문 후보의 후원회장이 바로 고희범 전 사장이다. 경선을 앞두고 있던 그해 1월 문 후보는 부부동반으로 고 전 사장의 자택을 수차례 방문해 고 전 사장을 설득하는데 성공한다.

결국 고 전 사장이 문 후보의 삼고초려에 마음을 내준다. 당시 고 전 사장은 “문 후보의 진정성과 결연한 의지에 마음을 열었다. 문 후보가 서귀포를 위해, 2017년 정권교체를 위해 큰 역할을 할 후보임을 확신한다”며 후원회장 수락 이유를 밝힌 바 있다.

그로부터 다시 2년이 흐른 지금. 셋의 관계는 더욱 미묘해졌다.

4년 전 경쟁상대였던 김 후보와 고 전 사장은 감독과 선수로 한 배를 탔고, 당시 김 후보의 책사였던 문 후보는 김 후보와의 일전을 벼르고 있다.

적에서 동지로, 동지에서 적으로 알다가도 모를 ‘삼각 관계’가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지방정가 소식에 밝은 한 인사는 “정치를 살아 있는 생물체에 비유하는 건 그만큼 드라마틱하기 때문”이라며 “그래도 한때 동지가 적으로, 또 반대의 현상이 되풀이되는 것을 보면 강자만이 살아남는 비정한 ‘정글의 법칙’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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