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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한림읍 비양도에 서식하는 염소들. 먹성이 좋아 풀을 모두 뜯어먹어 환경 훼손 주범으로 꼽힌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시가 ‘천년의 섬’ 비양도의 환경을 훼손하는 범인(?)으로 꼽히는 염소 포획에 나선다. 

고경실 제주시장은 13일 오전 8시30분 간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야생화된 염소에 의해 비양도 환경이 급속하게 파괴되고 있다.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염소 포획을 지시해 주목된다.

고 시장은 이날 “관계 부서와 해당 읍면이 협업해 비양도에 방목된 염소 포획을 추진해야 한다”고 구체적으로 지시했다.

앞서 <제주의소리>는 지난해 11월15일자 <염소떼의 습격? '천년의 섬' 제주 비양도 정상 초토화> 기사를 통해 야생 상태나 다름없는 염소떼로 인해 무차별적으로 환경이 훼손 중인 비양도 상황을 보도한 바 있다.

제주시 한림읍 서북쪽에 위치한 유인도 비양도는 해발 114m의 비양봉과 2개의 분화구를 갖고 있다.

비양도 분화구에는 국내에선 유일하게 비양나무 군락이 형성돼 제주도기념물 제48호로 지정돼 있고, 원시상태의 화산활동과 관련한 화산 지질층 및 화산쇄설물,호니토등을 비롯해 화산의 흔적들이 잘 보존돼 있어 화산지질학적으로 가치가 높은 곳이다.

섬 동쪽에 자리잡고 있는  펄랑못은 우리나라 유일의 염습지로 밀물 때는 해수가 밀려들고 썰물이 되면 다시 담수호가 되는 얕은 못도 비양도의 주요 생태자원이다

제주시는 이런 비양도가 10년 넘게 사실상 야생화 된 먹성 좋은 염소떼로 인해 섬 전체가 초토화되다시피 하면서 본격적인 염소 포획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제주시는 비양도에서 1개 농가의 염소 200여마리를 모두 매수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올해 염소 매수와 야생 상태의 염소 포획에 총 1억원의 예산이 배정됐다.

제주시 관계자는 “소나 돼지 등 가축은 마리당 공시 가격이 산정됐지만, 염소는 공시 가격이 없다. 현재 농가와 보상 매수액 협의를 진행하는 과정”이라며 “조만간 인력을 확보해 염소 포획에 나걸 것”이라고 말했다.

비양도 주민들에 따르면 약 40년 전 농가소득 사업 일환으로 세대당 2~3마리의 염소가 지원됐다.

그러나 방목 상태에서 점차 야생화된 염소는 먹성이 좋아 비양봉 정상의 비양나무 군락을 비롯해 화산송이 등을 훼손하면서 비양도 환경을 파괴하는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토사침식 방지를 위해 식생 복구 작업까지 진행됐지만, 좀처럼 풀이 자라지 않고 있다. 풀이 자라면 염소가 먹어치우기 때문이다.

현재 비양도 주민들도 1개 농가 소유의 200여마리 염소 외 야생 염소가 존재하는데, 정확한 개체수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천년의 섬으로 불리는 비양도는 분화구 주변에 비양나무 군락이 형성돼 1995년 8월 제주도기념물 제48호로 지정됐다.

조선시대 인문지리서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 고려 목종 5년(1002년) 6월 제주 해역 한가운데 산이 솟아 나왔다고 기록됐는데, 이 역사 자료를 근거로 학계에서는 비양도를 국내에서 확인된 마지막 화산활동지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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