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형무소 순례 마무리…4.3혼백, 60주년 맞아 4.3평화공원 안치 추진
4.3유족회 "4.3 진실찾기 차원...부끄러운 역사 정리 작업도 진행돼야"

제주4.3 희생자의 흔적지인 전국 형무소 옛터 및 학살지에 대한 표석작업이 서둘러 이뤄져야 한다는 여론이 4.3유족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전국 형무소 옛터 순례를 통한 4.3위령제 연례 행사가 내년도에 모두 마무리될 것으로 보여 차후 4.3 진실규명에 따른 흩어진 역사 기록 작업도 아울러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인천소년형무소 옛 자리. 노제(路祭)를 지내는 유족 바로 옆에 법원과 검찰청이 보인다.

세간의 주목 받으며 치러진 '도로 한복판' 4.3위령제...내년 대대적인 '혼백' 본풀이로 마감 

제주도4.3유족회는 7~9일 전국 6군데 형무소 옛터와 대전 골령골 학살지를 찾아 4.3원혼들의 넋을 달래는 위령제 행사를 마쳤다.

현재 인천지방법원과 검찰청이 들어선 인천소년형무소 옛 터에서 시작된 위령제는 마포, 대전, 경산, 진주, 광주, 목포로 이어지는 2박 3일의 강행군으로 이어졌다.

때로는 경찰의 '비호(?)'를 받으며, 때로는 실랑이(?) 속에서 진행된 위령제는 옛 터마다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때문에 가는 곳마다 세간의 이목을 끌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수년째 유족 150여명 이상이 참가하는 옛터 순례에 대한 행사가 반복되면서 예산과 비용에 대한 문제 제기와 함께 보다 상징적인 역사정리작업으로 모아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 인천형무소 옛 터를 찾은 유족들이 거리에서 제복을 갈아입고 있다.

2008년 4.3 제60주년 맞아 '4.3평화공원 안치' 추진

김두연 제주4.3사건희생자유족회장은 "현재까지 4.3희생자 결정이 미뤄지면서 150명 이상의 유족들이 참여하는 유례없는 방문길이 지속돼 왔다"며 "지금까지 7차례의 행사를 치르며 3억원의 비용이 들어가는 등 예산에 대한 부담도 만만찮다"고 말했다.

▲ 서대문 형무소(구 경성형무소)
따라서 현재 대전 골령골을 제외한 인천, 마포, 대구, 전주, 광주, 목포 등 옛 형무서 터 및 학살터에 대한 보존 및 표석 상징화 작업에 대한 필요성이 나오고 있는 것. 이는 더이상 지금과 같은 방식의 순례 위령제에서 한걸음 나아가 역사의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에 대한 절박함에서 비롯됐다. 

김두연 4.3유족회장은 "이번 순례를 끝으로 내년에 전국 형무소 옛터에서 잠든 4.3원혼들을 불러오는 대대적인 '본풀이'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며 "유골발굴 문제가 남아있는 대전 골령골을 제외한 나머지 6개 형무소 옛터에 대한 표석 상징화작업도 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4.3유족회는 이와함께 전국에서 불러온 4.3혼백들은 2008년 제주4.3 60주년을 맞아 4.3평화공원에 안치한다는 계획을 갖고 적극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 마포형무소 옛터를 찾은(?) 경찰들.

4.3토벌론자 당시 조병옥 경무부장....여전히 '독립투사'로만 기록

형무소 옛터 표석 사업과 함께 독립유공자 위주로 기록된 역사 기록 정리작업도 서둘러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일제시대 독립운동가들이 옥고를 치렀던 옛 서대문 형무소에 들어선 역사관에는 4.3 당시 학살에 대한 중대 책임자인 당시 '조병옥 경무부장'이 일제시대 독립투사로서 '순국선열' 대열에만 버젓이 소개돼 있는 실정이다.

4.3 당시 오라리 방화사건이 일어난 4일 후 제주에서열린 '화평과 유혈지압'에 대한 갈림길이 된 '5.5 최고수뇌회의'에서 조병옥 경무부장은 "4.3은 공산주의자들이 일으킨 폭동인 만큼 철저하게 토벌해야 한다"는 주장을 편 바 있다.

일제는 독립투사를 가두기 위해 경성감옥을 짓고 이후 공간이 모자라자 마포형무소를 별도로 지었다. 이후 경성감옥(형무소)는 서대문 형무소로 이름을 바꿨다.

▲ 옛 경성형무소(현 서대문 형무소 자리)에 투옥된 순국선열 대열에 오른 조병옥(두번째 줄 오른쪽 끝). 많은 친일 인사들이 안창호와 나란히 있다.

법무부 '교정사' 등에도 '4.3제자리 찾기' 필요

이규배 제주4.3연구소장은 "역사란 비단 부끄럽고 어두운 것까지 포함해야 하는 것"이라며 "4.3의 진실이 거듭나기 위해서는 그늘에 가려진 역사까지 끄집어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등 근대사박물관을 비롯해 법무부가 발간하는 교정사(교도소역사) 등에도 제대로된 4.3의 진실규명 차원의 기록작업을 통한 자리매김이 아울러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번 순례길에 나선 함 4.3유족은 "내년에 형무소에서 숨져간 4.3영혼들의 혼을 풀게 되면 불교, 기독교, 천주교 등 각 종교단체 어른들을 모시고 성대하게 열고 싶다"며 "이와함께 죽기전에 4.3의 진실 규명을 위한 역사 정리 작업들도 동시에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에대해 제주도4.3사업소는 "보다 구체적인 내년도 순례 사업은 4.3유족회와 관련 단체와의 다양한 의견을 통해 마련해 나가겠다"며 "유족들의 뜻을 적극 반영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전국 4.3 관련 유적지 가운데 대전 골령골에 세워진 표석이 유일하다.

▲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을 찾은 유족들.

▲ 4.3 당시 조병옥 경무부장은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 '순국선열'로 두 차례나 소개돼 있다.

▲ 서울서부지방검찰청이 들어서 있는 마포형무소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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