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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오후 7시 제주시 평생학습관에서 '목요인문학' 첫 강연이 열렸다.

[제주시 목요인문학] 2018년 첫 강좌 개최...고운기 교수 '우리 신화의 상상력과 현실주의'

1858년 영국에서 태어나 ‘켈트 신화와 전설’이라는 책을 쓴 찰스 스콰이어(Charles L. Squire). 스콰이어의 책은 켈트 신화와 문화를 공부하는 학자들의 참고서라고 불린다. ‘반지의 제왕’, ‘해리포터’ 등 작가들도 스콰이어에 영향을 받았을 정도다. 

그런 스콰이어는 ‘그리스·로마 신화’를 부러워했다. 당시 ‘해가 저물지 않는 나라’라 불리며 세계를 지배한 영국의 국민이면서도 다른 의미로 세계를 지배한 ‘그리스·로마 신화’를 인정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목요일인 15일 오후 7시 제주시가 ‘일상을 인문학처럼, 인문학을 일상처럼’ 인문학에 빠졌다. 제주시가 주최·주관한 ‘2018 제주시 목요인문학’ 첫 강이 제주시 평생학습관에서 열렸다.

첫 강연자는 고운기 한양대교수.

삼국유사(三國遺事)를 전공한 고 교수는 ‘우리 신화의 상상력과 현실주의’를 주제로 제주시민들 앞에 섰다.

고 교수는 영국의 켈트 신화를 재정립한 스콰이어가 그리스를 부러워했다고 단언했다. 그리스·로마 신화와 기독교가 섞여 서구 문명을 지배했다는 얘기다.

고 교수는 ‘켈트 신화와 전설’에 나온 문장을 이유로 스콰이어가 그리스를 부러워했다고 설명했다. 

고 교수는 “스콰이어는 자신의 책에 그리스가 부러운 이유 3가지를 썼다. 첫 번째로 그리스·로마 신화로 인해 흩어져 지냈던 그리스인들이 뭉친 점을 꼽았다. 신화를 통해 징벌과 상(賞) 개념을 공유해 사회 질서를 정립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두 번째로 그리스·로마 신화 관련 그림과 노래, 조각상 등 각종 예술이 발달한 점을 꼽았다. 세 번째는 그리스가 멸망하고, 수천년이 지났음에도 그 신화가 세계를 점령한 점을 들었다. 실제 그리스는 2000년간 역사와 신화만 남고 국가가 없었지만, 19세기에 다시 국가로 존재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고 교수는 “독일 야콥(Jacob Ludwig Carl Grimm)과 빌헬름(Wilhelm Carl Grimm) 그림 형제는 곳곳에 흩어진 동화를 모아 책으로 펼쳐냈다. 동화도 전설·신화의 일종이다. 그림 형제도 그리스·로마 신화를 넘어 자국의 문화를 만들고 싶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삶의 신화는 중요하다. 우리 삼국유사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삼국유사에서 크게 2가지를 배울 수 있다. 바로 도전적 상상력과 현실주의”라며 “일연이 삼국유사를 썼던 고려는 사대주의였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중국은 공자(孔子) 등의 말을 빌어 ‘현자(賢者)는 귀신 얘기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연은 삼국유사 첫 장에 ‘중국의 신화도 기이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고구려·백제·신라 삼국 시조 이야기가 신기한 것이 괴상한 일이 아니다’라고 썼다. 중국에 도전적으로, 또 스스로 상상력을 펼쳐낸 것이다. 또 삼국유사는 삼국 시조를 제외하고 대부분은 현실적현실적인 이야기로 풀이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첫 강연 시작에 앞서 고길림 제주시 부시장은 "목요인문학을 통해 시민들이 배려와 존경, 경청 등을 마음에 담길 바란다. 또 그 마음이 사회 곳곳에서 실현되길 기대한다. 목요인문학이 마음의 양식이 되고, 제주가 좋은 사회로 발전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목요인문학 1기는 오는 7월19일까지 매주 목요일 제주시 평생학습관에서 열린다. 총 19강좌로, 인문학과 미술, 역사, 음악, 철학 등 다양한 강연이 예정됐다.

제주시민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강좌를 들을 수 있으며, 8월23일부터 12월13일까지 2기도 예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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