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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3항쟁 70주년 역사맞이 2018 전국문학인 제주대회-그 역사, 다시 우릴 부른다면이 27일부터 29일까지 제주시 한화리조트와 제주4.3평화기념관에서 열린다. 사진=제주작가회의. ⓒ제주의소리

제주작가회의, ‘4.3항쟁’ 70주년 전국문학인 대회...4월 27~29일 국내외 작가 500여명

오랜 시간 숨 죽여 있던 제주4.3을 수면 위로 꺼낸 건 1979년 현기영의 소설 《순이삼촌》이었다. 시간이 흐르며 회화, 음악, 연극, 영상 같은 다양한 4.3예술이 등장했지만, 문학이 4.3에서 지닌 묵직한 힘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4.3 70주년을 맞는 올해, 제주 작가들이 4.3의 이름 찾기(正名)에 팔을 걷어붙였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인식으로 ‘4.3 항쟁’을 당당히 내건 <2018 전국문학인 제주대회>다.

(사)한국작가회의 제주도지회(제주작가회의)는 27일부터 29일까지 제주시 한화리조트에서 <4.3항쟁 70주년 역사맞이 2018 전국문학인 제주대회>를 개최한다. 제목은 강덕환 시인이 써낸 ‘그 역사, 다시 우릴 부른다면’으로 정했다. 기간 동안 국내외 작가 500여명이 행사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행사는 4.3 70주년을 역사적 분기점으로 판단하면서, 오늘날 시대가 요구하는 문학의 역할이 무엇이며 미래지향적인 담론은 무엇인지 모색하는 자리다. 이를 위해 제주작가회의는 제주와 유사한 역사를 공유하는 일본 오키나와, 베트남, 대만, 몽골, 팔레스타인의 문학을 살펴본다. 또, 해방 이후 4.3과 함께 전국적으로 자행된 ‘학살’을 문학이 어떻게 접근했는지 논한다. 

행사 구성을 보면 최근 전국화·세계화 등으로 대표돼 왔던 4.3에 대한 화두에, 마치 본질로 맞서는 듯한 ‘센 인상’을 풍겨온다. 《순이삼촌》이 용기있게 4.3을 세상에 꺼냈듯이, 4.3의 잊혀진 이름 '항쟁'을 되살리는데 문학이 가장 먼저 나서겠다는 기개도 함께 느껴진다.

첫 날(27일)은 오전 10시부터 국제 문학 심포지엄으로 베트남 소설가(바오닌), 대만 시인(리민용), 일본 오키나와 소설가(메도루마 슌)을 한 자리에 초청한다. 

일본 오키나와 미군기지 반대 운동에 앞장서며 소설 <물방울>, <넋들이기>, <눈 깊숙한 곳의 숲> 등의 대표작을 발표한 메도루마 슌. 베트남 전쟁 경험자로 소설 《사랑의 숙명》(1991)을 16개국 언어로 출간하고 영국, 덴마크, 일본 등에서 각종 상을 수상한 바오닌. 국내에서는 시집 《자백서》 등으로 알려진 시인 리민용. 이 세 사람을 모두 초청하는 건 전국에서도 흔치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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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메도루마 슌, 바오닌, 리민용. 사진=제주작가회의. ⓒ제주의소리

여기에 대만 2.28, 재일조선인, 몽골 문학, 팔레스타인 문학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의 발표를 듣는다. 종합토론은 김수열 시인, 김동윤 교수, 김남일 소설가, 허영선 시인, 김명원 경희대 교수, 하상일 동의대 교수가 참여한다.

둘째 날(28일)은 오후 1시부터 한림화 소설가의 기조 발표 ‘4.3의 전개과정에서 제주여성에 가해진 성폭력 사례’를 시작으로 강성현 성공회대 교수(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김요섭 문학비평가, 문예원 아주대 교수의 발표가 이어진다. 

발표자들은 4.3 전후, 전국적으로 자행된 학살의 역사적 의미는 무엇이며 문학(소설·시)은 학살을 어떻게 표현했는지 들려준다. 특히 국내 대표적인 위안부 연구자로 평가받는 강성현 교수가 발표할 예정이어서 주목을 끈다. 

세미나가 끝나면 현기영 소설가와 김수열 시인이 대담을 나누는 문학 토크 콘서트 ‘잊는다는 것, 잃는다는 것’이 준비돼 있다. 셋째 날은 4.3평화공원 식수와 문학 기행으로 전체 일정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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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행사로 3월 31일부터 4.3평화기념관 야외 문주에서 시화전이 열리고, 4월 21일 오전 10시부터 도령마루(해태동산 인근 4.3유적지) 문학기행이 잡혀있다.

이종형 제주작가회의 회장은 “4.3을 제주라는 지역적 범주에서 사고해 온 그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일본 패전 이후 동아시아에 있어서 미국의 패권주의에 저항해온 오키나와, 베트남, 대만의 작가들과도 문학적 성과를 논의해본다”며 “4.3문학을 오키나와, 대만, 베트남 등의 문학적 상상력을 통해 새로운 동아시아 문학과의 연대를 도모한다”고 포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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