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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내 병원으로 후송되는 박씨. 제주해양경찰서 사진 제공.

추자면 행정선 기관장 박종율씨 불의 사고로 중상...거동 불편한 노부모 지극정성 모셔 

제주에는 '섬 속의 섬'이 여럿 있다. 그 중에서도 제주시 북부 해상에 있는 추자도(楸子島)는 가장 큰 부속 섬이다. 상·하추자, 추포, 횡간도 등 사람이 살고 있는 4개 섬과 무인도 38개 등 모두 42개의 섬들로 이뤄져 있다. 따라서 추자도 주민들이 뭍으로 나가거나 다른 섬으로 이동하려면 선박을 이용할 수 밖에 없다. 선박이 유일한 교통수단인 셈이다. 

15년 동안 추자면 행정선(船)에서 일하며 주민들의 '발'이 돼온 공무원이 크게 다쳐 주민들의 걱정을 사고 있다. 더이상 일을 못할지도 모르는 그는 몸이 불편한 부모를 지극정성으로 모셔온 터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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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고를 당한 박종율 씨.
안타까운 사연의 주인공은 추자면 행정선 기관장 박종율(39.해양수산 8급)씨. 박씨가 사고를 당한 것은 지난 14일 오후 5시30분쯤. 행정선에 대한 정기 수리·점검이 진행중인 대서리항 내 조선소에서 쓰러져있는 박씨를 동료가 발견해 해경에 신고했다.  

의식이 혼미한 채 발견된 박씨는 제주시내 병원으로 긴급 후송됐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박씨는 머리 뒷부분과 척추를 크게 다치고, 갈비뼈 두개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어 이틀동안 각종 수술을 받았다.

사경을 헤매던 박씨는 15일 늦은 밤에서야 의식을 되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척추와 함께 신경이 일부 손상돼 하반신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추자도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 박씨는 지금도 추자도에서 노부모와 함께 살고 있다. 

더구나 박씨의 부모는 둘 다 몸이 불편하다. 지병을 앓고있는 아버지는 내내 누워서 호흡기에 의존하고 있다. 어머니는 그나마 거동이 가능한 수준이지만, 몸이 자유롭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이제는 자신들을 누가 돌봐야 하는지 모르는 상황이 됐다.

박씨와 행정선의 인연은 15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추자면사무소에서 공익근무요원으로 병역을 마친 박씨는 2003년부터 기간제 공무원으로 행정선에 올라 궂은 일을 도맡았다. 
▲ 추자면 행정선. 수리·점검을 위해 지상에서 1m 이상 올려져 있다.

갑판원으로 일하면서 틈틈이 책을 잡은 박씨는 기관사 면허증을 취득, 2011년 해양수산직 공무원으로 특별채용되면서 기관장으로 승진했다.  

특별채용에도 주변에선 누구하나 뭐라하지 않았다.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15년동안 행정선을 떠나지 않고 추자도 주민들을 실어날랐다.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22일까지는 1년에 한차례 받는 정기 수리·점검기간. 박씨가 다친 날도 동료 3명과 함께 행정선 수리·점검을 진행했다. 

하지만 사고를 목격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조선소를 향해 폐쇄회로(CC)TV가 설치됐지만, 오류로 인해 사고 당시 상황이 담기지 않았다.  

박씨가 정확히 어떻게 다쳤는지 현재까지도 파악되지 않는 이유다. 다만 사고 현장의 지형과 다친 부위 등으로 미뤄 낙상 사고를 당하지 않았을까 추정만 할 뿐이다.   

제주시는 기관장 박씨가 크게 다치자 행정선 운영 방안을 논의중이다. 그 만큼 박씨의 빈자리가 크다는 얘기다.  

주민과 동료들의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함운종 추자면장은 박씨에 대해 “아주 성실한 직원이다. 게다가 추자 토박이로, 주민들과 소통에 많은 도움이 됐다. 가장인데, 큰 사고를 당해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 끝을 흐렸다.

행정선 선장으로 박씨와 15년을 함께 한 황필운씨는 "정말 안타깝다. 집에 있는 노부모를 생각해서라도 하루 빨리 건강을 되찾길 바란다"고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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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리서 바라본 추자면 행정선. 빨간 원 지점에서 박씨가 쓰러진 채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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