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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회, 재의 요구에 ‘원안 재의결’ 강행…지속가능 위한 상위법 근거마련은 과제

국가기념일인 제주4.3희생자추념일(매년 4월3일)이 전국 최초로 지방공휴일로 지정될 전망이다. 중앙정부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제주도의회가 4.3사건 70주년을 앞두고 관련 조례를 밀어붙이면서다.

제주도의회는 20일 오후 23시 제359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를 열어 제주도지사가 제출한 ‘4.3희생자추념일의 지방공휴일 지정에 관한 조례안 재의요구안’을 재석의원 31명 전원 반대로 부결 처리했다.

이는 앞서 제주도의회가 손유원 의원(4.3특위 위원장)이 대표발의한 원안을 재의결했다는 의미다.

4.3추념일 지방공휴일 조례안은 4.3희생자추념일을 지방공휴일로 지정해 도민화합과 통합, 평화와 인권, 화해와 상생의 4.3정신을 고양․전승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주요내용으로는 제주도지사가 4.3추념일인 매년 4월3일을 지방공휴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적용 대상으로는 제주도의회와 제주도 본청 및 하부 행정기관, 제주도 직속기관 및 사업소, 제주도 합의제 행정기관 등으로 한정했다.

이에 대해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도정질문 답변을 통해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는 입장을 피력하며 4.3추념일의 지방공휴일 지정은 순풍을 타는 듯 했다.

하지만 정부(인사혁신처)가 발목을 잡았다.

인사혁신처는 조례가 제주도의회에서 의결된 직후인 지난해 12월8일 제주도에 재의를 요구하도록 내용의 공문을 보내왔다. 제주도는 이를 근거로 올해 1월10일자로 제주도의회에 재의를 요구했다.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지방의회의 의결사항에 대해 이의가 있을 때 수리를 거부하고 지방의회에 재의결을 요구할 수 있고, 정부도 자치단체장에게 재의 요구를 지시할 수 있다.

인사혁신처는 공문에서 “조례 제정 취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조례로 공휴일을 별도로 지정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법 또는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 등 개별 법령에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 하지만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 또는 지방자치법 등 개별 법령에서 지정권한을 규정하지 않아 도의 조례로 지방공휴일을 지정하는 것은 현행 법령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또 공휴일을 조례로 자치단체마다 달리 정하는 경우 국민불편과 혼란이 야기되고, 국가사무 처리의 어려움이 초래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제주도의회는 법령 위반 여부와 관련해서는 자치사무에 해당하는 점, 지역의 특수성을 감안해 지방공무원의 근무일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한 규정, 입법취지에 반하지 않는다는 점 등을 들어 재의결 방침을 일찌감치 천명했고, 끝내 이를 밀어붙였다.

그렇다고 재의결로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제주도지사가 재의결된 조례를 공포하지 않으면 제주도의회 의장 직권으로 5일 이내에 공포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법적 다툼 수순으로 넘어갈 수 있다.

재의 요구를 제주도에 지시했던 인사혁신처가 전국에서 지방공휴일 지정 추진이 처음인 점 등을 감안, 조례의 적법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대법원에 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과거 ‘4.3흔들기’로 제주도민들의 원성을 샀던 보수정권과 달리 촛불혁명으로 태동한 문재인 정부가 전향적으로 검토해 수용할 가능성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자 시절부터 “70주년 4.3추념식에 직접 참석하겠다”고 수차례 약속한 바 있다.

설령 대법원에 소가 제기되더라도 판결이 나려면서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어, 올해 70주년을 맞는 4.3추념일은 지방공휴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

원희룡 도지사가 4.3국가추념일(4월3일)의 지방공휴일 지정을 고시 또는 공고하게 되면 올해는 의결된 조례에 따라 시행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고충홍 의장은 표결 직후 폐회사를 통해 “비록 정부가 반대하고 있지만 그 벽을 넘어 도민이 원하는 방향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해서 조례 공포를 신중히 처리해 달라”면서 “그래야 정부가 제주4.3을 달리 보게 될 것”이라고 도지사의 결단을 주문했다.

고 의장은 또 “특히 70주년을 맞는 제주4.3 희생자 추념일의 의미를 더욱 깊게 만들고 4.3의 전국화와 세계화의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한 뒤 거듭 원희룡 지사의 결단을 촉구했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1회성으로 끝나게 될지, 상위법 개정을 통한 지방공휴일 지정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지속하게 될 지는 향후 과제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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