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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제주중앙여고 체육관에서 열린 '찾아가는 4.3청소년아카데미'. ⓒ제주의소리
[4.3청소년아카데미] 중앙여고 학생들과 함께한 4.3 토크콘서트, 미래세대 질문 잇따라

"국가가 나서서 진상규명을 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었나요?", "서북청년단은 무슨 권리로 많은 사람들을 탄압할 권리가 있었던거죠?", "4.3을 위해 우리 청소년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제주4.3 70주년을 앞둔 30일 <제주의소리> 주관으로 제주중앙여자고등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찾아가는 4.3청소년아카데미'에서는 그간 터부시돼왔던 4.3의 진실에 대한 미래 꿈나무들의 질문이 잇따랐다.

이날 아카데미는 중앙여고 2학년 학생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강사로는 기자 시절 방대한 현장취재에 이어 4.3중앙위원회 전문위원을 지내며 지난 30년간 오직 제주4.3의 진실규명에 천착해 온 명실상부 4.3 최고의 전문가, 김종민 전 위원이 나섰다.

김 전 의원의 특강에 이어 4.3에 대해 보다 속속들이 파헤치고 싶다는 4명의 학생들이 강단에 올라 질문을 주고 받는 참여형 토크콘서트가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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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제주중앙여고 체육관에서 열린 '찾아가는 4.3청소년아카데미'.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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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제주중앙여고 체육관에서 열린 '찾아가는 4.3청소년아카데미'. ⓒ제주의소리
평소 근현대사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는 박수현 양. 역사교사가 꿈이라는 박 양은 학교의 4.3교육이 동영상 하나 보여주고 끝내는 수준이라며 미래에 역사교사가 되면 꼭 제주에서 근무하면서 4.3의 진실을 생생하게 학생들에게 전달해주고 싶다는 당찬 꿈을 지니고 있었다.

김민주 양은 할아버지의 형제 중 한 명이 4.3 당시 실종되서 유해도 찾지 못한 가족사를 지녔다. 김 양은 영화 <지슬>을 보면서 분통함과 억울함을 느꼈고, 특히 그 때 제주도민들이 느꼈을 무서움도 같이 느꼈다고 전했다. 미안한 마음과 함께 4.3을 더 많이 알려야겠다는 감정이 남아있다고.

양서희 양은 제주지역 외국인 교사들이 함께 만드는 영어잡지에 조만간 4.3 관련된 글을 게재할 예정이다. 왜 굳이 같은 나라 사람들끼리 싸워야 했는가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는 양 양은 앞으로 '4.3을 국제적으로 알리고 싶다'는 소망을 드러냈다.

장제우 양은 오는 4월 7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는 4.3광화문 국민문화제에 제주지역 학생 대표단으로 참석, 부스를 운영할 예정이다. 민간인의 희생을 두고 무장대와 군경의 책임소재에 대한 얘기들이 오고 가는데, 왜 매끄럽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토로했다.

먼저 수십년 동안 묻혀있던 4.3. 국가의 진상규명이 왜 이렇게 어려웠던 것이냐는 질문이 던져졌다.

김 전 위원은 "세월호도 마찬가지였지만, 국가가 잘못을 했는데 그 잘못을 감추기 위해 자꾸 진실을 덮으려는 것이다. 4.3도 군경이 워낙 잘못했기 때문에 제주도민들 입을 틀어막은 것이다. 유족들은 억울하다는 호소 한마디 못하고 연좌제로 인해 장래가 막히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주도민들이 끝끝내 진상규명 해서 여기까지 왔다. 우리 국민들이 깨어 있어야 국가가 정상적으로 굴러가는 것이지 국민들은 가만히 있으면 안된다. 그러면 4.3은 또 다시 발생할 수 있다"고 피력했다.

4.3 당시 서북청년단이 무슨 권리로 많은 사람들을 탄압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김 전 위원은 "서북청년들은 모두 이북에서 월남한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이북에서 왜 월남을 했겠나. 이북의 정치가 싫어서 월남한 사람들이지 않나. 공산주의에 대한 반감이 굉장히 심한 사람들"이라고 전제했다.

김 전 위원은 "그 사람들 모아놓고 정부가 '공산폭동 벌어졌다', '다른 사람들은 못 믿겠고 여러분은 반공 사상이 투철하니까 가서 진압해 달라' 한 것이다. 그 사람들도 남북분단이 없었으면 사람 안 죽이고 평범하게 살았을 수도 있는 역사의 희생자들"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어떻게 4.3 연구를 시작했느냐는 질문도 나왔다. 김 전 위원은 "사명감이나 의지, 그런걸 갖고 4.3을 공부해야지 하고 시작했던 것은 아니다. 하다보니까 3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여러분들은 18살로 굉장히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는 만큼, 아주 오랫동안 노력하다보면 더 깊은 전문가가 될 수도 있다"고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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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민 전 4.3중앙위원.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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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제주중앙여고 체육관에서 열린 '찾아가는 4.3청소년아카데미'. ⓒ제주의소리
강당에 모여있던 학생들로부터 '쪽지'를 통한 질문도 전해졌다.

'4.3을 위해 청소년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겠나'라는 질문. 김 전 위원은 "무엇보다 4.3을 아는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독일 나치에 의해 유대인이 사망한 사건은 계속 글로 나오고 있지 않나. 잊혀진 역사는 반드시 되풀이 된다"며 "이 역사(4.3)을 모르는 것은 말이 안된다. 지금처럼 4.3을 더 많이 알기 위해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김 전 위원은 "제가 그동안 살아오면서 제가 특별히 모진 사람이라는 생각은 별로 해본적이 없는데, 4.3사건 오랫동안 공부하면서 정말 어질어야겠구나 생각을 했다. 평화와 인권이 유린됐을때 얼마나 인간이 참혹해지는가 알게됐기 때문"이라며 "이런 공부를 통해 우리가 다른 사람에 대한 태도도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4.3공부를 열심히 해 여러분이 어진 마음을 갖게되면, 학교폭력이나 왕따나 그런 생각은 아에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아카데미 전후로는 2011년 제주 이주 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싱어송라이터 '제주거지훈'의 무대가 펼쳐져 열기를 더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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