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청소년아카데미] 김종민 전 4.3위원회 전문위원, 제주일고서 두번째 강연

“바다로 둘러싸여 고립된 섬 제주도는 거대한 감옥이자 학살터였다.”

제주4.3 진실 규명을 위해 30년 넘는 세월을 바친 김종민 전 4.3중앙위원회 전문위원이 표현한 4.3 당시 제주는 도민들에게 '거대한 감옥이자 학살터'였다. 

4.3 70주년을 맞아 <제주의소리>가 마련한 '찾아가는 4.3청소년 아카데미'가 4일 오후 2시 제주제일고등학교에서 열렸다.

'제주4.3은 대한민국의 살아있는 역사입니다'라는 주제로 제일고 2학년 학생 4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토크콘서트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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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민 전 4.3중앙위원회 전문위원이 제주제일고 학생들 앞에서 4.3에 대해 특강하고 있다.

1988년부터 4.3과 관련된 기획기사.특종만 수백개를 쏟아낸 그는 자타공인, 명실상부 제주4.3에 관한 한 최고의 전문가다. 생생한 증언 확보를 위해 만난 4.3유족만 7000명이 넘는다.

김 전 위원은 제일고 학생들에게 4.3 당시 시대상황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경찰지서 습격이나 남한 단독정부 수립 등이 제주만의 상황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벌어진 일이라는 얘기다.

1948년 4월2일자 미군 보고서에 따르면 그해 2~3월 전국적으로 239건의 경찰지서 습격사건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경찰만 53명이 숨졌다. 당시 경찰지서 습격 사건이 제주에서만 벌어진 일이 아니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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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민 전 4.3중앙위원회 전문위원이 제주제일고 학생들 앞에서 4.3에 대해 특강하고 있다.

제주에 사는 도민 90% 이상을 ‘빨갱이’로 규정한 조병옥 당시 경무부장(지금의 경찰청장)과 미군정의 ‘Red Hunt(빨갱이 사냥)’ 작전, 4.3 시발점이 된 3.1절 발포 사건, 도민 3명의 고문치사 등등.

도민들이 겪은 당시 고통은 말 그대로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정도였다. 심지어 도민들은 소요사태가 아닌 3.10 총파업이라는 이례적인 저항운동을 벌였다. 총파업은 민간뿐만 아니라 경찰 등 공무원까지 가담한 대규모 민.관 합동 비폭력 저항이었다.  

비폭력 저항에 공무원까지 가담하자 미군정은 제주출신 경찰 등 공무원도 ‘빨갱이’라서 믿을 수 없다고 자체 판단하게 된다. 이는 서북청년단이 제주에 대규모로 입도하는 계기가 됐다. 당시 서청이 온다고하면 울던 아이도 울음을 멈췄다고 할 정도로, 4.3을 전후로 한 서북청년단의 횡포는 그야말로 악랄했다.  

김 전 위원은 당시 시대상황을 ‘탄압의 국면’으로 표현했다.

김 전 위원은 “당시 도민들은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섰다. 1년에 경찰 등에 구금된 도민만 2500명에 달했다. 당시 제주인구가 30만명 수준이라는 점을 간안하면 결코 적은 수가 아니다. 무고한 사람들이 수없이 잡혀 유치장에 구금됐다”고 말했다.

이어 “미군정 당시 제주지구 사령관 브라운 대령은 무장봉기 상황에 대해 ‘원인에는 흥미 없다. 나의 사명은 진압 뿐’이라고 답했다. 빨갱이로 몰려 탄압 받았던 도민들의 고통은 중요하지 않았다. 제주에 산다는 이유로 빨갱이로 몰렸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김 전 위원의 특강은 4.3이 발발하게 된 시대 상황 설명 등에 집중됐다. 특강이 끝나고 제일고 학생들이 직접 4.3에 대해 묻고, 김 전 위원이 답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제일고 학생들은 4.3에 대한 궁금증이 폭발한 듯 ‘4.3과 이념적 잣대’, ‘생존인’, ‘가해자 처벌 여부’, ‘유족에 대한 보상’ 등 다양한 질문을 쏟아냈다.

김 전 위원은 이러한 궁금증에 일일이 답변하고는 마지막으로 진심어린 부탁의 말을 남겼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에 의해 유대인들이 학살당했다. 홀로코스트(Holocaust)라고 한다. 유대인 학살과 관련된 영화나 소설 등이 제작되면서 전 세계인들이 유대인 학살에 대해 알았다. 유대인들은 '잊혀진 역사는 되풀이 된다'고 판단했다. 4.3도 마찬가지다. 제주도민이라면 누구에게나 4.3에 대해 일정 수준 알려줄 수 있어야 한다."

그는 또 "올해가 4.3 70주년이다. 당시 젖먹이가 일흔이 넘는 노인이 됐다. 그들은 가족을 잃었고, 불에 타 아무것도 남지 않은 고향을 찾아 다시 마을을 가꾸기 시작했다. 엄청난 시련에 굴하지 않았다. 참혹한 역사였지만, 결국 진상규명 등이 이뤄지고 있다. 자랑스러운 역사다. 우리 모두 훌륭한 사람들의 후손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며 4.3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거듭 강조했다.

4.3 70주년을 맞아 기획된 청소년 아카데미는 제주중앙여고에 이어 이번이 2번째다. 오는 17일에는 애월고등학교에서 3번째 아카데미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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