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70주년을 맞아 <제주의소리>가 진행중인 '찾아가는 4.3청소년 아카데미'는 미래세대에게 평화와 인권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확산시키기 위해 마련된 토크큰서트입니다. 지난 달 30일 제주중앙여고에서 열린 첫 번째 아카데미에 참석한 학생들이 후기를 보내왔습니다. 4.3을 다시보게 된 이들의 이야기가 4.3의 전국화, 세계화에 대한 실마리가 되길 바랍니다. [편집자 주]

[기고] 제주중앙여자고등학교 2학년 김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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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달 30일 제주중앙여고에서 열린 '찾아가는 4.3 청소년 아카데미'. ⓒ 제주의소리

제주4.3사건은 나에게 ‘함께 커온 존재’라고 의미 내릴 수 있을 것 같다. 제주4.3평화공원의 의미도 모르고 겨울철 고드름을 갖고 노는 장소로 밖에 인식하지 못했을 적부터, 직접 제주 4.3에 대해 궁금증과 지식을 가지고 제주4.3콘서트에 참여하게 된 지금까지 짧지만 긴 인생동안 늘 함께 있던 존재였다.

초등학생 때는 부모님을 따라 매해 제주4.3평화공원 기념관에 갔고 제주 4.3에 대해 조금씩이나마 지적으로 인지하게 되었다. 정신적으로 더 성숙해진 후 제주 4.3을 마음으로 이해하기 시작할 때 즈음부터는 끔찍했던 그 날의 기억과 정부가 국민을 내팽개치고, 심지어는 학살을 저지르는 행위에 대한 분노와 비통한 심정을 공감하고 함께 아파할 수 있었다.

이 사건을 잊지 않기 위해, 더 잘 알기위해 부모님과 함께 4.3을 다룬 영화 ‘지슬’을 보거나, 학교에서 하는 제주 4.3 역사문학기행에 신청해 많은 제주 4.3 유적지를 다녀오고, 청소년 지리캠프에서 알뜨르 비행장과 섯알오름을 갔다오고, 또 설민석 역사강사의 4.3강연을 들으러 가는 등 많은 노력을 했다.

이번 4.3콘서트 패널로 신청한 것 또한 이런 활동과 노력의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4.3콘서트를 준비하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4.3 발생의 대내외적인 원인과 상황, 냉전체계 속에서 모스크바 3상회의에 대한 왜곡보도가 있었다는 것, 그 당시 불법적인 군사재판으로 2000명이 넘는 사람이 죽어간 사실 또한 알게 됐다. 또 제주4.3을 어떻게 정명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깊게 생각해 보게 하고, 4.3의 진행과정을 다시 한 번 정리하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특히, “진상조사보고서가 공식 채택됨으로써 희생자 심사업무가 새롭게 맡겨졌습니다. 당시 희생자 심사는 매우 더디게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특히 수형인은 단 한 명도 심사에 통과하지 못하고 있던 상태였습니다”라는 과거 기사를 보고 4.3 당시에 진행된 불법적인 엉터리 재판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희생자에서 배제될 뻔했다는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이렇게나 많은 지식들을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활동에서 내가 얻은 가장 큰 것은 반성할 기회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내가 4.3에 많은 관심과 지식을 가지고 있고 그만큼 많은 활동들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는 4.3광화문 국민문화제에 제주지역 학생 대표단으로 참석, 부스를 운영하며 제주4.3을 알리는 일을 할 친구, 미래에 역사교사가 되면 꼭 제주에서 근무하면서 4.3의 진실을 생생하게 학생들에게 전달해주고 싶다는 친구, 제주지역 외국인 교사들이 함께 만드는 영어잡지에 4.3 관련된 글을 게재할 예정이고 ‘앞으로 4.3을 국제적으로 알리고 싶다’라고 하는 친구들을 이번 토크콘서트에서 만나면서 ‘지금까지 나는 나의 앎에만 치우쳐져 있었고 사람들에게 알리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앞으로 제주4.3을 알리기 위한 노력을 해야겠다’라고 다짐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나는 이번 콘서트를 계기로 사람들에게 4.3을 알리는 노력을 실천하고 싶다. 아직 제주 4.3에 대해 잘 모르지만 배우고 싶다거나 사건의 진행과정은 아는데 실제 그 당시의 현실과 상황을 보고 싶다는 사람에게 몇 가지 문학작품을 소개해보려고 한다.

첫 번째는 4.3을 배경으로 한 작품 중 가장 잘 알려진 <순이삼촌>이다. 이 때 삼촌은 아버지의 친형제를 이르는 말이 아니라 제주도에서 촌수를 따지기 힘든 먼 친척을 남녀 구분 없이 부르는 말이다. 이 책에서는 환청과 신경쇠약으로 자살한 순이삼촌의 옛날을 되짚어가며 4.3의 이야기를 꺼내는데 이는 제주 4.3을 배경으로 한 최초의 문학작품이며 군인들의 학살극에 대한 고발이었고 30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난 후에도 피해사실을 알리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고발이었다.

두 번째로 소개해 주고 싶은 작품은 영화 <지슬>이다. 지슬에서는 동광리 마을사람들의 목숨을 건 처절한 피난 생활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지슬의 구성은 제사의 절차를 따르고 있어서 이 영화 자체가 제주 4.3의 억울한 영혼들을 위한 제사이며, 위령제임을 알 수 있다.

지슬을 보면 제주 4.3 당시의 사람들이 자신의 집을 잃고 동굴에서의 피난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피난을 하지 않은, 피난을 하지 못한 사람들이 얼마나 쉽게 죽어갔는지, 그들이 얼마나 쉽게 사람을 죽였는지를 여실히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현진숙 작가의 <최후의 죽음되길>을 추천해주고 싶다. 사건 당시에 국내와 국외의 상황을 보여주고 작가가 직접 여러 피해자들을 인터뷰한 내용들과 피해자분들께 들은 실제 사례들을 필터 없이 아주 자세히 보여준다. 이 책에는 사건 당시에 토벌대가 쏜 총탄에 턱을 잃어 평생을 무명천으로 감싸 살아가신 무명천 할머니의 이야기도 다루고 있다.

할머니는 잠깐 물을 마실 때도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이 책을 보면 무명천 할머니외에도 자신의 이름조차 잊을 정도의 심한 치매에도 4.3의 기억은 잊지 못하고 고통 받는 할머니와 건실히 일만 하던, 그 어떠한 이념도 나타내지 않았는데 사상이 불손하다며 억울하게 죽어나간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많이 들어있다.

이 콘서트에서 나온 질문 중에 가장 중요한 질문이 있다. ‘그럼 제주 4.3을 위해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일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김종민 선생님께서는 그에 대한 답으로 ‘아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는데 나도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 아는 것, 잊지 않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제주 4.3에 관한 내용은 몇 십년동안 입 밖으로 꺼내는 것조차 금기되어 제대로 된 기록, 보관이 되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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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중앙여고 김민주. ⓒ 제주의소리
유대인 집단학살 수용소 아우슈비츠 정문에는 이런 말이 써 있다. “아우슈비츠보다 더 무서운 것은 한 가지뿐이다. 그것은 인류가 그 사실을 잊는 것이다”

우리는 역사를 보며 현재를 비추어 보고 미래를 건설해간다. 우리가 부정적이라는 이유로 우리의 역사를 잊는다면 우리의 사회에는 그 어떠한 발전도 없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 참혹했던 현실을 잊지 않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이를 통해 평화와 상생, 인권의 가치를 배울 필요가 있다.  / 제주중앙여고 2학년 김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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