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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구속영장 신청 의견 수용 않아...제보자는 알선수재, 변호사법·정치자금법 위반 적용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최측근 비리 의혹의 핵심인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검찰이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5개월간 이어진 경찰 수사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제주지방경찰청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현광식(56) 전 제주도 비서실장을 입건하고 18일 중 사건을 검찰에 넘기겠다고 밝혔다.

원 도정 최측근 비리 의혹은 2017년 11월 <오마이뉴스>가 조모(59)씨의 제보 내용을 토대로 제3자 뇌물수수 의혹을 보도하면서 촉발됐다.

현씨가 건설업자 고모(56)씨를 통해 조씨에게 매달 돈을 지급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경찰은 올해 1월 제3자 뇌물수수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동시 적용해 현씨와 고씨를 입건했다. 

경찰은 현 전 실장이 2015년 2월 중학교 동창인 건설업자 고씨를 통해 민간인인 조씨에게 매달 250만원씩 11개월간 총 2750만원을 지원한 것을 제3자 뇌물수수로 판단했다.

반면 검찰은 흘러간 돈의 대가성과 직무연관성을 찾기 어렵다며 경찰의 기소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적용은 가능성을 열어뒀다

정치자금법 제45조(정치자금부정수수죄)는 법에 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받은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경찰은 현씨가 공무원 신분으로 직접적인 정치활동을 하지 않았지만 당시 비서실장이라는 신분 등을 고려해 '기타 정치활동'을 하는 예외조항으로 적용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현씨가 2014년 언론인 출신 인사를 특정 업체에 취업시켰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지만, 대가성이 없고 알선 여부도 입증되지 않아 무혐의 처리했다.

변호사법 제111조는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건 또는 사무에 관해 청탁 또는 알선을 명목으로 이익을 받거나 제3자에게 공여하게 할 경우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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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블랙·화이트리스트 작성을 지시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언급된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혐의는 입건 대상에서 애초 빠졌다.

직권남용은 원칙적으로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다. 제한적으로 민간인에게 적용할 수 있다. 경찰은 조씨의 신분 등을 고려해 적용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실제 블랙리스트에 오른 일부 공무원을 대상으로 수사한 결과 오히려 승진한 인사가 있고 공무원들도 불이익 등을 받은바 없다고 진술해 실체가 없는 것으로 봤다. 

경찰은 제3자 뇌물수수에 대해 기소의견을 내고 현씨에 대한 구속수사 지휘까지 요청했지만 검찰이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결과적으로 변죽만 울린 셈이 됐다. 

경찰 관계자는 “현씨에 대해서는 결과적으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만 적용해 기소의견으로 송치할 것”이라며 “검찰에서 추가 수사가 이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수사결과 발표 시점에 대해서는 “본격적인 수사는 1월 압수수색 이후부터였다”며 “수사대상 40여명을 불러 50차례에 걸쳐 조사하는 등 수사에 시간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항간의 예상과 달리 수사가 장기화하면서 일부에서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는 등 각종 억측이 돌기도 했다. 

경찰은 사건의 발단이 된 제보자 조씨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알선수재와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기기로 했다.

조씨는 2014년 이벤트 업자에게 공무원들과 친분을 내세우며 관련 사업 수주를 약속한 혐의를 받아 왔다. 조씨는 수주가 되면 이익금의 절반을 받기로 약속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조씨가 실제 이벤트 업자에게 2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보고 특가법상 알선수재와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모두 적용해 입건했다.

다만, 현씨에 대한 제3자 뇌물수수 혐의가 인정되지 않으면서 조씨에 대한 제3자 뇌물수수 방조 혐의도 인정되지 않았다. 대신 정치자금법상 방조 혐의를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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