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훈의 과학이야기] 2. 장수식품 (60) 씹는 것이 곧 뇌기능 활성화 

지난 번에는 씹지 않으면 안 되는 음식물인 오징어와 기억력의 관계를 얘기했는데, 이번에는 잘 씹지 않아도 되는 음식물이 신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얘기해 보자.

본래 음식물은 저작(咀嚼, 씹는 것을 의미)함으로서 맛과 먹는 즐거움을 느끼기 마련이다. 그런데 시중에는 오래 전부터 잘 씹지 않아도 맛있는 음식물이 넘쳐나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봉지에 들어있는 스낵과자이고, 또 하나는 인스턴트 식품이다.

이런 식품은 잘 씹지 않아도 입안에서 녹으며, 맛과 먹는 즐거움을 곧 뇌로 전달한다. 맛있다고 느끼게 되는 것은 입안에 넣는 순간 혀의 미각을 자극하는 성분을 포함시켜 제조하기 때문이다. 이 맛을 내는 원인 물질이 감미료나 조미료다. 씹지 않아도 맛과 즐거움을 내는 이런 물질을 많이 먹어서 배를 채우게 되면 ‘씹음으로써 뇌가 활성화하는 기능’이 작동하지 않게 돼 뇌가 쇠퇴해 진다.

이렇듯 몸에 좋지 않은, 자연의 섭리에 역행하는 식품을 왜 현대인들은 선호할까? 다음과 같이 설명하는 학자가 있다. 현대사회가 스트레스사회라는 것이다. 스트레스 사회 속에 살고 있으면 무의식적으로 뇌가 점점 피곤해진다.

뇌는 피폐감(披弊感)을 회복하려 하는데, 잘 씹어서 뇌를 활성화시키는 것은 수고스럽기 때문에 즐거움을 한 순간에 얻을 수 있는, 즉 즉효성이 높은 스낵과자나 인스턴트 식품을 선택해 버린다는 것이다. 물론 과자나 인스턴트 식품을 먹는다고 해서 뇌가 근본적으로 회복되지는 않는다.

세레토닌이나 도파민 등과 같은 즐거움을 주는 호르몬은 장에서 만들어져 뇌로 보내진다. 과자나 인스턴트 식품은 뇌를 일시적으로 만족시키지만 근본적인 즐거움을 주지 못한다. 반대로, 씹히는 감각이 있는 음식물을 조금씩 잘 씹어서 먹는 것은 뇌에 좋을 뿐 아니라 혈당도 천천히 올라가게 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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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훈 명예교수는...

1947년생인 윤 교수는 1969년 동국대 식품공학과를 졸업하고, 1981년 일본 동경대학 대학원에서 농업생명과학전공으로 농학박사를 취득했다. 1982년부터 2012년 8월까지 제주대 식품영양학과에서 교수직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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