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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까지 4.3미술제가 열리는 예술공간 이아 전시장. ⓒ제주의소리
탐라미술인협회 제25회 4.3미술제, 4월 29일까지 진행

제주4.3은 4월만으로 끝나지 않지만, 4.3 70주년을 맞아 열리는 여러 미술 전시들은 막바지를 향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시기가 시기인 만큼 공들여 준비한 기획들이 다수 선보였다. 그 중에서 25회째를 맞는 4.3미술제는 4월 3일부터 29일까지 예술공간 이아와 아트스페이스 씨에서 열린다.

탐라미술인협회의 4.3미술제는 4.3미술운동의 본격적인 시작인 동시에, 25년이란 긴 세월을 이어오며 4.3을 미술로서 알리는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올해는 <기억을 벼리다>는 주제를 정했다. 

예술공간 이아에서는 4.3에 주제를 맞춘 작품 위주를 소개한다. 아트스페이스씨는 4.3미술제의 역사를 모은 아카이브 전시와 시리아, 팔레스타인, 오키나와 등 다른 세계에서 벌어지는 ‘또 다른 4.3’을 소개한다.

70년이란 긴 시간이 흐르면서 4.3을 기억하는 방식, 표현도 다양해지고 있다. 이번 미술제 역시 이런 경향을 보이는데, 4.3에 대한 확고한 메시지를 강조하는 ‘센’ 작품들도 여럿 눈에 보인다.

‘Made in U.S.A’라고 새겨진 거대한 총탄(강문석의 <숨>), 수형인명부와 6.25 전후 탈옥수 명부를 선별해 벽을 가득 채운 작품(오석훈의 <국가테러-재판은 없었다>), 움크린 시체 더미를 연상케 하는 작품(고경화의 <상처와 치유>)은 목 잘린 남녀노소 제주도민들을 새긴 판화(박경훈의 <4.3정명(正名)_두무인명상도[頭無人冥想圖])은 4.3의 진상과 아픔을 정면으로 투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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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문석의 <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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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석훈의 <국가테러-재판은 없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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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경훈의 <4.3정명(正名)_두무인명상도(頭無人冥想圖)>. ⓒ제주의소리

1948년부터 올해까지 발행된 4월 3일자 신문을 모아놓은 연미 작가, 눈 쌓인 고요한 중산간에서 4.3의 현장을 끄집어낸 양동규, 신우대·색실·헌옷으로 상실감을 구현한 김영화, 제주바다의 푸른 파도를 붉은 색, 흰색으로 변환시켜 시선을 사로잡는 이경재, 동족상잔과 분단의 아픔을 하나의 뿌리에서 자란 두 개의 나뭇가지로 표현한 이승수, 재일제주4.3난민 김동일 할머니를 조명한 임흥순 등 4.3미술제는 다양한 장르 속에 깊이 있게 4.3을 보여준다.

킵 카니아, 거스톤 손딩 퀑과 제인 진 카이젠은 각각 팔레스타인, 오키나와 문제를 조명하는 작품을 선보인다. 20일 열린 전시 연계 프로그램에서는 압둘 와합 헬프시리아 사무국장을 초청해 7년째 내전이 지속되는 시리아 현실을 들려준 바 있다.

김수범 4.3미술제 운영위원장과 안혜경 올해 4.3미술제 전시감독은 전시 소개에서 "벼리다는 '무디어진 날을 불에 달구고 두드려 날카롭게 만든다'는 의미다. 정신을 가다듬고 긴장해 사 반 세기 25주년을 맞는 4.3미술제는 세계사적 관계성과 현재적 관점에서 4.3의 기억을 갖고 있는 우리가 진실, 기억 탄압, 역사 왜곡, 가해, 피해, 학살, 치유, 자존, 난민, 자본, 여성, 이주, 노동 환경을 되짚어내고자 했다"고 소개했다.

전시는 29일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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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수의 <둘이 된 나무>.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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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재의 <이녘의 땅>.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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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3미술제의 역사를 정리해 놓은 아트스페이스씨 전시장.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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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미 작가의 <말하는 글, 기억하는 입>.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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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소연 작가의 <창 288>.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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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현림 작가의 <70년의 기억>.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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