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제주도 도시건설국 도로관리과 고원혁

지난 겨울 매서웠던 한파와 폭설이 제주에 쓰라린 생채기를 남겼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완연한 봄이 찾아왔다. 봄은 움츠러든 한라산과 오름, 들에 생기를 불어넣는 전령이다. 하지만 봄은 곧 우기가 다가온다는 예고이고,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최근 지구온난화 등 이상기후로 급작스런 집중호우가 자주 발생한다. 집중호우는 전국적으로 침수피해를 입힌다. 제주 또한 주택과 도로, 경작지 침수피해가 해마다 발생한다.

집중호우로 인한 반복적인 피해가 발생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여러 요인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시급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배수로다.

제주도 내 지방도급 이상의 주요 도로 측면에는 우수를 처리하기 위한 배수로가 설치돼 있다. 도에서는 해마다 배수로 정비를 하고 있으며, 올해도 연초부터 사업 시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문제는 주요도로 외 마을 안길, 골목길 등 생활주변 배수로다. 행정에서 모든 지역의 배수로를 관리한다는 것은 물리적인 한계가 있다. 따라서 생활공간 주변의 집수구의 경우는 정비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낙엽이나 생활쓰레기가 정비되지 않은 골목길 집수구를 막고, 호우가 내리면 침수피해로 연결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소한 무관심이 큰 피해를 가져오는 것이다.

고원혁.jpg
▲ 제주도 도시건설국 도로관리과 고원혁. ⓒ 제주의소리
배수로는 혈관과 같다. 대동맥이 막히지 않았다고 피가 잘도는 것은 아니다. 혈관 구석구석 흐름이 원활해야 피가 잘돌고 몸의 건강도 유지할 수가 있다. 침수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행정의 대규모 배수로 정비사업도 중요하다.

하지만 예방의 원천은 도민들의 작은 관심으로 귀결된다. 도민들이 주변 배수로를 막혀있는지 살피고, 정리를 해준다면 예측 가능한 피해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올해에는 도민들의 관심으로 단 한건의 침수피해가 발생하지 않는 제주도를 기대해 본다. / 고원혁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