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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부인이자 일우재단 이사장인 이명희 씨의 도를 넘은 갑질과 횡포가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2009년 서귀포칼호텔 앞을 지다던 제주올레길 중 일부 구간이 폐쇄됐던 이유가 이씨의 갑질 때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의소리

2009년 올레6코스 중 서귀포칼호텔 해안 코스 폐쇄…이씨, 올레꾼에 “저것들 뭐야!” 

[기사 보강]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소위 ‘욕설·물컵 세례’로 촉발된 한진그룹 오너 일가 '갑질'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부인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의 각종 횡포 사례까지 속속 드러나면서 국민적 공분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한민국 걷기 열풍을 일으킨 제주올레길에 까지 ‘이명희의 갑질’로 인해 코스 일부가 폐쇄된 일화가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예상된다. 

제주올레는 사단법인 제주올레가 걷는 사람이 행복한 길, 길 위에 사는 지역민이 행복한 길, 길을 내어준 자연이 행복한 길을 목표로 지난 2006년부터 제주에서 ‘걷는 길’을 만들어, 종전의 관광패턴을 혁신하는 계기는 물론 대한민국 걷기 열풍을 몰고 왔다. 

이명희 이사장의 ‘갑질’ 논란이 제기된 제주올레 코스는 지난 2007년 10월 개장한 제주올레길 6코스(개장 당시 2코스) 중 일부인 서귀포 칼호텔을 지나는 구간. 

서귀포칼호텔은 한진그룹 계열사인 대한항공 소유의 호텔로, 6코스 개장 당시 대한항공과 (사)제주올레의 사전협의에 따라 호텔 정원 남측 해안선 인근을 올레코스로 개방했다.      

제주올레 6코스는 서귀포시 하효마을 쇠소깍에서 출발해 돈나무 군락지를 지나 제기기오름, 구두미포구, 검은여, 서귀포 칼호텔, 파라다이스호텔, 소정방폭포, 이중섭화백 거주지, 천지연폭포 위 생태공원-남성리마을-외돌개-제주올레 여행자센터에 이르는 아름다운 길이다. 

올레꾼들 사이에선 서귀포 칼호텔과 파라다이스 호텔을 잇는 구간이 제주올레길 중에서도 제주도 해안 풍경 최고의 백미로 꼽혀왔던 곳이다. 

과거 공유수면이었던 현 서귀포칼호텔 정원 남측 해안선을 따라 서쪽으로 걷다가 옛 파라다이스호텔 외곽 경계를 따라 다시 칼호텔 주차장에서 보목입구 교차로로 향하는 구간이다. 

문제는 2007년 10월 6코스를 개장한 이후, 약 2년간 수많은 올레꾼들이 6코스를 걸으며 서귀포 칼호텔 정원 남쪽의 빼어난 해안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지만, 갑작스럽게 2009년 연말 칼호텔 측의 일방적 요구로 호텔 정원을 지나는 구간이 폐쇄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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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간색 표시 부분이 제주올레 6코스 중 폐쇄된 일부 구간. 서귀포 해안절경이 빼어난 곳으로 공유수면과 맞닿은 해안경관을 호텔이 사유화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현재 제주올레 6코스는 파란색 선을 따라 칼호텔 외곽을 돌아서 지나가고 있다. ⓒ제주의소리 <그래픽-문준영 기자>

이에 대해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은 “당시 2년 가까이 운영되던 6코스는 올레길 중에서 가장 빼어난 제주해안 절경을 자랑하는 가장 좋은 포인트로 올레꾼들의 큰 사랑을 받던 곳으로, 길을 걷다 서귀포 칼호텔을 새롭게 인식하게 하는 계기가 되어 호텔측도 마케팅 수단으로 올레길을 적극 홍보할 만큼 매우 호의적 분위기 였다”고 우선 설명했다. 

서 이사장은 이어 “그런데 어느 날, 호텔 관계자가 찾아와 6코스 중 칼호텔 정원을 지나는 구간을 폐쇄해야 겠다. 정원 내부에 연못이 있어 안전문제 등이 제기됐다. 더 이상 이유는 묻지 말라”며 곤혹스러워 하기에 끈질기게 자초지종을 물었더니 “오너 부인인 이명희 여사가 와서 호텔 마당을 지나가는 여성 올레꾼들의 무리를 보고 욕설과 함께 올레길로 개방했던 호텔 마당을 폐쇄하라고 한 것이니 이해해 달라. 거꾸로 자신을 살려달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당시 이명희 이사장은 호텔 책임자를 불러 올레꾼들을 가리켜 “저것들 뭐야, 이 ××, 당장 길을 막아~ 올레길이고 뭐고 저것들 당장 내쫓아” 등을 비롯한, 최근 언론보도에 익히 알려진 대로 심한 욕설이 이어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이 길이 폐쇄되기 직전인 2009년 상반기에는 대한항공과 서귀포칼호텔이 당시 기업과 제주올레길이 만나는 ‘1사 1올레 마을’ 결연을 (사)제주올레와 서귀포시 송산동 등과 체결하고 마을과의 상생을 약속하며 올레꾼들을 대상으로 한 음식할인 이벤트 등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기 까지 했다. 

<제주의소리>는 이에 대해 대한한공 측에 ‘올레길 일부 구간 폐쇄 관련 사실을 알고 있느냐’고 물었지만 “너무 오래전 일이고, 잘 알지 못한다. 현재 서귀포칼호텔 마당은 개방된 것으로 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러나 <제주의소리>가 수차례 연락 끝에 어렵게 전화 연결된 대한항공 출신 A씨는 “당시 서귀포 칼호텔 앞마당을 지나던 제주올레길이 폐쇄된 것은 오너 부인인 이명희 씨 때문이었다”며 “당시 이명희 씨가 제주에 연중 봄과 가을에 걸쳐 적으면 2~3회 많으면 4~5회 다녀갈 때면 대한항공 임직원들이 비상이 걸렸고, 욕설은 일상적이었고 임원들 중에 이명희 씨에게 밉보여 하루아침에 인사이동이 나는 경우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A씨는 “대한항공 오너 일가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분명히 있었다. 제주에 다녀갈 때마다 지×지×했고, 최근 사태를 보면서 ‘터질게 터졌구나’ 싶으면서도, 회사와 묵묵히 일하는 직원들은 살려야 할텐데 하는 걱정들을 OB직원들끼리 주고받고 있다. 대한항공 출신으로서 무거운 마음으로 일말의 책임을 느끼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편, 서귀포칼호텔 해안변 산책로는 공유수면과 맞닿은 곳으로서 칼호텔 정원으로의 일반인 출입을 통제하면서 경관사유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또한 인접한 파라다이스호텔도 과거 대한민국 최고 신혼여행지 ‘허니문 하우스’로 명성이 자자했지만 한진그룹 2세들의 법정 다툼으로 오랫동안 폐쇄돼 도민과 관광객들의 출입이 통제돼 경관사유화와 재벌가의 횡포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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