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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귀포 소방서 동홍 119센터 양준환 소방사.
4월 2일 전북 익산 어느 도로 한복판, 119구급대는 쓰러진 사람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다행히도 쓰러진 사람은 취객이었다. 그러나 취객은 자신을 도와주려는 구급대원을 욕하고 때렸다. 폭행당한 구급대원은 취객의 폭행으로 심한 구토와 경련에 시달리다가 4월 24일 뇌출혈로 쓰러졌다. 긴급 수술을 받은 뒤 산소호흡기에 의존하다 5월 1일 상태가 급속도로 악화해 결국 숨을 거뒀다. 너무나도 가슴 아픈 사건이다.
 
2012년부터 2017년 7월 말까지 소방관들이 업무 중 폭행·폭언을 당한 사례는 총 870건이다. 또한 2016년 피해 건수는 2012년의 2.2배에 달한다.

구급대원 폭행·폭언 사례는 뉴스·방송에서도 여러 차례 등장했다. 소방기본법에는 소방대원을 폭행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명시돼 있다. 그럼에도 폭행은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났다니 아이러니하다. 이것은 제도 개선이나, 언론 매체의 보도에 앞서 도민의 의식 변화가 절실함을 시사하는 문제다.
 
사람이 쓰러져 있다는 신고를 받고 부리나케 출동하면 단순 주취자인 경우가 많다. 다친 사람이 없어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취객에게 폭언을 듣거나 폭행을 당할 때면 엄청난 스트레스, 폭력에 대한 두려움이 밀려온다. 이럴 땐 가끔 소방관이라는 직업에 회의를 느끼기도 한다.

사소해 보이지만, 구급대원들은 “고맙습니다”라는 말 한마디면 없던 힘도 생긴다. 그 말은 너무 값진 말이다. 구급대원들만 도움을 주는 건 아니다. 신고자의 따뜻한 말 한마디, 그거 하나면 된다.
 
신고자, 구조받는 분과 서로 “고맙습니다”라고 따뜻하게 인사하는 그날까지, 오늘도 구급대원들은 언제든 도움이 필요한 곳으로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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