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훈의 과학이야기] 2. 장수식품 (61) 혈전(血栓)을 예방하는 식품

아무 일없이 건강했던 사람이 돌연 사망하는 일이 가끔 있다. 이런 돌연사(突然死)의 원인은 약 75%가 혈전이라고 한다. 혈전이란 혈관이 막히는 것을 말한다. 혈전은 혈액의 성분인 혈소판(血小板)이 굳어지는 것이며, 혈관의 피의 흐름을 막아 버린다. 말하자면 물 호스를 발로 밟았을 때 물이 앞으로 흐르지 않는 것과 같다.

심장으로 영양과 산소를 보내는 관상동맥에 혈전이 생기면 심근경색(心筋硬塞), 뇌의 혈관이 막히면 뇌경색이다. 심근경색을 일으켜 쓰러지면 사망률이 40%라고 한다. 사망하지 않더라도 심장의 일부가 전혀 움직이지 않는 상태가 되면 일상생활에 커다란 제약이 생긴다.

한편 뇌경색도 경색을 일으킨 직후 사망률은 낮지만, 회복되도 반신불수나 이부자리에서 생활해야 하는 무서운 병이다.

동맥경화가 오고 혈전이 생기면 더 위험하다. 동맥경화란 혈액 중에 나쁜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이 많아지면, 이것들이 혈관 벽에 생긴 상처로부터 안쪽으로 들어가 혈관 내경(內徑)이 좁아지고, 혈관 벽을 경화시킨다(딱딱하게 만들다). 이런 상황에서 혈전이 생기면 혈액이 흐르는 통로가 더욱 좁아져서 혈관이 막힌다.

다만 혈관 내경이 좁아져도 혈류(血流, 피흐름)가 좋다면, 즉 혈액에 중성지방이나 콜레스테롤등이 많이 포함되어 있지 않고 혈소판이 굳어지지 않아서 잘 흐른다면 아무런 지장이 없다. 

과거에 에스키모인들은 몸에 상처로 피가 나도 잘 굳어지지 않는 특징이 있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EPA(eicosapentanoic acid)나 DHA(docopentanoic acid)등 다가 불포화지방산을 많이 함유한 물개, 바다표범, 청어 등을 주식으로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피흐름이 좋고 또한 혈전증도 없었다는 게 밝혀졌다. 이 사실이 혈전증과의 관계를 밝히는 최초의 연구가 행해진 계기가 되었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에스키모인들의 생활에 변화가 왔다. 햄버거와 같은 즉석 식품을 자주 섭취하면서 예전과 달리 혈액이 끈적끈적해졌고, 심근경색 등의 질환이 급증했다. 이것이 현대인의 식생활에 대한 경종이 된 셈이다.

따라서 혈액을 점성(粘性)이 낮도록 유지하는 게 중요하며, 혈액은 식사와 깊은 관계에 있다. 혈액의 점성이 낮도록 유지하려면 ① 혈액중의 당분이나 지방을 감소시키는 식사를 해야 한다. ② 혈액 중에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이 많아지지 않도록 동물성지방이나 알콜을 과식, 과음하지 말아야 한다. ③ 혈액의 점도가 높아지는 것을 막기 위해 충분히 수분을 보충하자. ④ 혈소판이 굳어지지 않도록 식사내용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이 4개의 항목 중에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혈소판이 필요이상으로 굳어지는 것을 막는 식품이다. 위에서 말한 청어(푸른 물고기)에 속하는 고등어, 정어리, 꽁치 등이 해당된다.

특히, 청어는 지방이 많은 시기와 그렇지 않은 시기에 따라 EPA나 DHA의 양에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혈전을 예방하는 식품은 청어만이 아니다. 야채나 과일 중에도 혈액의 흐름을 좋게 하는 것들이 많다. 녹차에 함유된 떫은 성분인 카테킨이나 홍차의 테아플라빈, 마늘도 같은 효과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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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훈 명예교수

1947년생인 윤 교수는 1969년 동국대 식품공학과를 졸업하고, 1981년 일본 동경대학 대학원에서 농업생명과학전공으로 농학박사를 취득했다. 1982년부터 2012년 8월까지 제주대 식품영양학과에서 교수직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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