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 천국 제주] ① 총 1만1천명 돌파 추정...합법적 외국인 노동자 100여명 불과

빠르게 증가해 2018년 현재 1만명을 훌쩍 넘어선 제주도내 불법체류자.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이들은 지역 노동시장 곳곳에 퍼져 지금은 통제가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 때로는 강력범죄에 연루돼 지역사회에 '막연한 공포'를 안겨주기도 한다. <제주의소리>는 불법체류자에 의한 사회문제가 어디서부터 시작됐고, 어떻게 고착화됐는지, 또 이에 대한 해법이 없는지 네 차례에 걸쳐 다룬다. <편집자주>

지난달 22일 제주도심 한복판에서 중국인끼리 살인사건이 발생하면서 지역사회는 공포에 떨었다. 피의자와 피해자 모두 불법체류자 신분이었고, 일자리를 위한 이권 다툼으로 칼부림까지 벌어졌다는 데서 큰 충격을 안겼다.

이 사건을 계기로 지역 노동시장의 어두운 현주소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아직 수면위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불법체류자들에 의한 지역 일자리 잠식 현상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로서는 사실상 '알지도 못 하고', '알고도 못 막는' 수준이다.

법무부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지역에서만 불법체류 외국인이 6218명 늘어났다. 전년도 5763명에 비해 7.8% 증가했다. 

제주지역 누적 불법체류 인원은 9846명. 소재가 파악되지 않은 등록외국인 1641명을 포함하면 사실상 불법체류자는 1만1000명을 넘어섰다.

반면 지난해 단속에 적발돼 강제 송환된 불법체류자는 1445명, 자진출국자는 3058명에 그쳤다. 불법체류자 증가에 비해 송환·출국 인원이 적다보니 누적 인원이 갈수록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불법체류자 대부분이 지역 노동시장으로 유입되는데도 당국은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법무부는 건설 현장에 약 6000명, 식당 등에 약 3000명, 농어업분야에 약 2000명 종사하는 추산하고 있지만, 이마저 명확치 않다.

건설 분야로 범위를 좁히면 사정은 더 심각하다. 

도내 건설현장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을 만나는 일은 너무나 흔해졌지만, 이들의 절대다수가 불법체류자로 추정된다.

제주도고용센터에 따르면 지난 3월말 기준 E-9과 H-2 취업비자로 입국한 외국인을 고용하고 있는 도내 사업장은 1367곳. 제조업 294곳, 어업 525곳, 농축산업 481곳, 서비스업 54곳, 건설업 11곳 등이다. 

이 사업장에서 고용한 외국인은 3015명. 제조업 973명, 어업 958명, 농축산 862명, 서비스 74명, 건설업 146명 등으로 파악됐다.

관련법상 사업장은 '내국인 고용이 여의치 않을 시'라는 전제조건이 충족될 경우에만 고용노동부에 신고해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다. 도내 건설현장에서 이 조건에 따라 합법적으로 고용된 외국인은 146명 뿐이다. 

E-7, F-4 등도 취업이 가능한 비자지만, 이 경우는 전문성이 있는 일부 직종에 한정된 것이어서 단순노무직으로 취업한 이들은 대부분 E-9과 H-2 비자 발급자라고 봐도 무방하다. 

다시말해 11곳의 건설업체에서 고용한 146명의 외국인을 빼면, 그 밖의 건설현장의 외국인 노동자들은 모두 불법체류자인 셈이다. 

▲ 10일 오전 법무부 제주출입국·외국인청 앞에서 항의 시위를 갖고 있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건설사업노동조합 제주지부 관계자들. ⓒ제주의소리
현장 노동자들의 증언은 더욱 생생하다.

민간 건설현장은 말 할 것도 없이 외국인 노동자들이 자리를 꿰차고 있다. 

노동자 A씨는 "고용주 입장에서 말 많은 국내 노동자보다야 말귀는 알아듣지 못해도 시키는 일 묵묵히 잘하는 외국인을 더 선호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임금 차이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관련 내용은 후속편에서 보다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더 큰 문제는 국가나 공공기관이 시행하는 공공 건설현장에도 불법체류 노동자들이 버젓이 일하고 있다는 점이다. 

A씨는 "공공 분야 역시 거의 모든 공사 현장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입에서는 '00학교', '00소방서' 등 보다 구체적인 사례들이 줄줄이 언급됐다. 

실제로 최근에는 제주도가 발주한 '가파도 프로젝트' 사업 건설 현장에서 일하고 있던 불법체류 노동자가 적발돼 곤욕을 치른 바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건설사업노동조합 제주지부는 10일 오전 법무부 제주출입국·외국인청 앞에서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노조는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들로 인해 내국인 일자리가 빼앗기는 상황인데, 이는 출입국당국의 안일한 대처에 따른 것이다. 노조가 불법체류 외국인이 일하는 현장을 포착, 신고해도 단속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도내 건설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사수하기 위해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②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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