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해 예방과 오염 방지, 하수처리 효율 등을 위해 설치된 하수관을 통해 시도때도 없이 생활하수 등이 하천과 바다로 유입되고 있다. 오접(誤接), 부실시공, 파손, 노후화 등이 겹친 탓이다. 이로인해 하수처리장 포화문제까지 야기하고 있다. <제주의소리>가 도민 우려가 커지고 있는 도내 하수관로 체계의 문제점을 두 차례에 걸쳐 짚어봤다. [편집자 주] 

[제주 하수관로 무엇이 문제인가] () 오접, 부실시공, 노후화 등 원인 '근본처방 시급'

▲ 지난달 26일 우수관을 통해 오수가 유입되면서 오염된 제주시 대표 하천인 한천.

최근 제주시 대표적인 하천인 한천(漢川)으로 오수가 유입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도내 하수관로 구조상 비슷한 상황이 곳곳에서 벌어지는 것으로 파악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26일 제주시 용담1동 제3한천교 일대 하천에 잿빛 물이 흘러들었다.

<제주의소리> 취재 결과 하수관이 찌꺼기 등으로 막히면서 수위가 높아져 맞닿아있는 우수관으로 오수가 유입된 것이 이유였다.

도내 하수관로는 크게 △합류식 △분류식(오수관·우수관)으로 나뉜다.  

합류식 하수관로는 말그대로 오수와 우수(빗물)가 한데 섞이는 관로를 뜻한다. 유입되는 오수와 우수는 그대로 각 지역별 하수처리장으로 향하게 된다.

분류식 하수관로는 오수관의 경우 하수처리장으로, 우수관은 인근 하천이나 해안가 등으로 각각 연결된다.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

합류식은 집중호우 등 때 침수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하천으로 유입되는 빗물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활하수와 쓰레기 등이 유입돼 배수 불량과 함께 악취 문제를 낳고 있다. 또 우수까지 하수처리장으로 유입되면서 하수처리장 포화 문제를 야기한다.

분류식은 오접과 부실시공, 파손 등 문제로 오수가 우수관으로 유입돼 하천과 해안 등의 오염을 유발하고 있다. 심지어 오수관이 우수관과 연결(오접)된 곳도 있다.

하수관 이음부 불량으로 오수가 관 밖으로 흘러 지하수까지 오염시키곤 한다.

제주의 경우 두 가지 방식이 혼용되고, 시설 노후화 등으로 시도 때도 없이 오수가  하천과 바다를 오염시키고 있다. 또 우수관을 통해 몰래 생활하수를 버리는 사례도 심심찮다. 제주도는 오는 2035년까지 합류식 하수관로를 분류식으로 대체한다는 방침이다. 

<제주의소리>가 입수한 제주도 광역 하수도정비 기본계획(2016년 기준)을 봐도 하수관로 정비가 시급함을 알 수 있다. 

기본계획은 제주도가 5년마다 수립한다. 2016년 기준 기본계획은 아직 예산 등 문제로 환경부로부터 인가를 받지 못했다. 쉽게 말해 도내 하수관로 관련 가장 최신 자료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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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수관으로 오수가 흘러나오는 모습.

하수도정비 기본계획은 ‘국가공간정보기본법’,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법률’ 등에 맞춰 수립됐다. 법 제·개정에 따라 2000년대 들어 하수관로에 대한 데이터베이스(DB)화가 시작됐다.

도내 하수관로 연결관부는 총 3383곳. 이중 431곳(12.7%)에서 오접 등 문제가 발생해 오수가 우수관으로, 우수가 오수관으로 유입되고 있다.

오접은 오수관·우수관·합류식 하수관끼리 각각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오수관이 우수관과 잘못 연결되는 것을 말한다. 최근 제주에서 진행되는 하수관 정비 사업 대부분이 이 같은 오접을 바로잡는 작업이다.

제주에 설치된 합류식 하수관은 355.724km. 이중 120.618km(33.9%)는 언제 설치됐는지도 모른다. 오수관도 2153.113km 중 264.626km(12.82%), 우수관은 1488.109km 중 419.965km(28.22%)는 설치연도가 파악되지 않았다. 

도내 하수관 총연장 3996.946km 중 805.209km(약 20.1%)의 설치연도를 알 수 없다는 얘기다. 

정확히 말해 현장 조사를 벌였음에도 설치 연도가 확인되지 않았다. 20년을 넘은 하수관도 약 274.484km(6.86%)에 달한다. 오접 정비를 우선순위에 두고 있어 노후화나 부실시공 등으로 땅 속으로 침투하는 오수, 그리고 우수관으로 넘치는 오수는 아직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또 분류식 하수관로라 하더라도 완전히 분류되지 않는 지역도 있다. 불완전한 분류식 하수관로의 경우 비가 올 때 우수 일부가 오수관으로 넘어가도록 설계됐다. 자연스레 우수와 오수가 섞인다는 얘기다. 특히 불완전한 분류식 하수관은 제주시 동(洞)지역에 몰려있다. 

최근 오수가 유입된 제3한천교 일대도 하수관이 막히면서 오수가 우수관으로 흘러들어가 넘친 경우다.

이런저런 이유로 우수관 등을 통해 하천이나 해안으로 유입되는 오수량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조차 안되고 있다. 

제주참여환경연대 홍영철 공동대표는 “하수관로 정비가 시급하다. 임대형 민자사업(BTL)으로 부설된 하수관로가 많아 각 업체별로 부설 방식 등에서도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제주참여환경연대 차원에서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 기사는 하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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