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일홍의 세상 사는 이야기] (56) 지도자의 진짜 덕목은?

IQ(지능지수)란 무엇인가? 지능검사의 결과로 얻은 정신연령을 실제연령으로 나눈 다음, 100을 곱한 수가 아이큐다. IQ가 높으면 머리가 좋은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IQ가 높으면 출세하고 성공할 확률이 높을까? 이것도 아니다.

1990년 존 메이어가 IQ가 으뜸이던 세상에 EQ(감성지수) 열풍을 일으켰다. EQ는 다른 사람의 감정에 공감해 주며, 자신의 감정을 조절해서 차분히 표현하는 능력을 말한다. 직장에서 잘 나가는 것은 IQ보다 EQ에 달렸다고 한다. 그런데 2015년, 존 메이어는 성격지능(PI)이란 화두를 들고 다시 나타났다. 그에 따르면 성격이야말로 한 사람의 실제 모습과 능력을 포괄적, 핵심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도구이다.

이런 말이 있다.

“생각이 행동을 바꾸고, 행동이 습관을 바꾸고, 습관이 성격을 바꾸고, 성격이 운명을 바꾼다.”
성격이 인간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말이다. PI가 높은 사람이 성공할 확률이 높은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래서 괴테도 ‘이탈리아 기행’에서 “인생을 좌우하는 것은 성격”이라고 했다)

PI 말고도 HI(역사지능)가 있고 MQ(도덕지수)도 있지만 큰 틀에서 지능의 진화는 IQ→EQ→PI로 설명할 수 있다. 따라서 IQ를 가지고 한 인간의 능력을 평가하는 건 아주 낡은 생각이다. 실제로 학자들의 연구결과를 보면 IQ는 지능의 10%정도만을 반영한다는 거다. 쉬운 예로 공부 잘 하는 사람은 머리가 좋은가? 공부는 수많은 재능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예술의 재능, 기계의 재능…등등이 얼마나 많은가?

말하자면 IQ는 인간의 총화가 아니다. 한 인간의 능력을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선 IQ, EQ, PI, MQ 등을 종합적으로 검증해 내야 한다.

그러니까 IQ가 높다고 해서 탁월한 인간이라고 보는 것은 낭설이요, 어불성설이다. 오히려 IQ만 지나치게 높으면 자기를 과신하여 교만하고 타인을 불신하는 비정상적 성격의 소유자가 되기 쉽고, 이런 기형적인 인간형은 우리 사회가 요구하고 필요로 하는 인물이 아니다. 더욱이 이런 자가 백성을 다스리게 된다면 그야말로 위험천만이다.

왕조시대의 인재등용 기준은 신언서판(身言書判)이었다. 과거에도 머리가 깬 사람들은 공부가 전부가 아니란 걸 알았다는 증좌다. 일반적으로 IQ가 높은 사람은 차가운 머리에, 더 차가운 가슴을 지닌 경우가 허다하다. 이들에게는 인간에 대한 따뜻한 사랑, 애틋한 연민이 부족하다. 인간애와 인간미가 없는 사람은 지도자가 될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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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일홍 극작가. ⓒ제주의소리
유비는 제갈량을, 유방은 장량이라는 책사의 머리를 빌려 나라를 세웠다. 머리를 빌려올 수 있지만, 덕을 빌려올 순 없다. 덕은 본성에서 우러나는 덕목이기 때문이다. 현명한 사람은 덕이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옛사람도 덕불고 필유린(德不孤 必有隣) 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지식이 많은 자가 지혜로운 자가 아니듯이, IQ 높은 자가 현명한 자는 아니다. 학교의 우등생이 사회의 낙제생이 되는 이유는 그들의 오만과 어리석음에서 연유한다. 요즘에 와서 IQ보다 EQ, PI, MQ 등을 중시하는 까닭도 이런 배경에서다.

천재라고 일컬어지는 영국의 천체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IQ 뽐내는 자는 다 루저(실패자)다”라고 갈파한 적이 있다. / 장일홍 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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