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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검색어를 바꾼다!

고영자 박사 news@jejusori.net 2018년 05월 14일 월요일 09:23   0면
[BOOK世通, 제주 읽기] (91) 아즈마 히로키(원서: 2014년), 《약한 연결 : 검색어를 찾는 여행》, 안천 옮김(2016년), 북노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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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즈마 히로키(원서: 2014년), 《약한 연결 : 검색어를 찾는 여행》, 안천 옮김(2016년), 북노마드.

현대 사회 인터넷은 이제 더 이상 가상의 공간이 아닌 일상생활의 영역으로 확고히 자리 잡고 있다. 1990년대 이래, ‘네이버’와 ‘다음’으로 대표되는 대한민국 포털 사이트가 무료 이메일 서비스에서부터 지식IN, 실시간 뉴스 보도까지 디지털 콘텐츠 생태계를 장악하고 있다. 이와 같은 포털은 특히 클릭 수 위주로 돈이 되는 뉴스 플랫폼을 조성하여 독자의 시선을 실시간 끌며 댓글 작성 및 여론형성 나아가 여론 조작까지 가능한 환경이니, 최근 불거진 ‘드루킹 사건’과 같은 인터넷 범죄가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구글(Google)과 같은 세계 최대의 인터넷 검색 서비스 기업의 경우는 한 차원 더 앞서고 있다. 이 중 맞춤형 서비스(미디어 큐레이션, 콘텐츠 큐레이션)는 이미 상당히 진화, 당신이 무언가를 검색하려고 하면 '○○씨라면 이런 것을 알고 싶겠지'라고 진단해 검색해 주기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구글은 전 세계 데이터 센터에 100만 대가 넘는 서버를 갖추고 있고, 매일 10억 건 이상의 검색이 구글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특히 ‘다언어’ 서비스에 자동 번역 기능까지 제공되므로, 마음만 먹으면 방 안에 앉아서도 실시간 세계 각국 현안을 추적, 검색하고, 자동번역에 재전송도 가능하다.

이처럼 우리는 정보기술 혁명으로 정보 접근성이 매우 높은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런데 인터넷엔 정보(글자·음성·영상)가 넘친다고 하지만 정작 중요한 정보는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기가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 준다. 더 엄밀히 말하면 누군가가 올려야겠다고 마음먹은 것만 있는 세계가 인터넷이다. 거기다 세계 최대의 검색 엔진인 구글을 펼쳤다 해도 번잡한 일상의 쳇바퀴 속에서 사는 우리들이 입력할 수 있는 검색어는 거기서 거기 빈약하기 그지없다. 

이번 호에 소개할 책 아즈마 히로키의 《약한 연결 : 검색어를 찾는 여행》은 '이러한 인터넷의 현실과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주제로 쓴 책이다. 저자가 아즈마 히로키(東 浩紀, 1971년~)라서 내겐 더없이 흥미로운 책이다. 그는 일본인으로 외자 성(姓) ‘東’, 이를 일본에서는 아즈마(東)라 부른다. 1990년대 나의 일본 유학시절, 일본 현대사상(가라타니 고진(柄谷行人)과 아사다 아키라(浅田 彰)로 대변되는 양대산맥)을 발칵 뒤집어 놓으며 혜성처럼 사상계에 나타난 20대 중반 철학도를 나는 잘 기억하고 있다. 당시 그에 대한 기사를 실시간 접했던 기억, 그의 책《존재론적, 우편적:자크 데리다에 대하여》(일문원서: 1998년, 한글번역: 2015년), 이듬해 《우편적인 불안》(일문원서: 1999년)이 나와 그 중 후자를 구입해서 읽었던 기억도 생생하다. 

자크 데리다 사상을 기반으로, 기존 아카데미즘과 저널리즘을 극복한 새로운 글쓰기와 새로운 소통 회로를 모색하려 했다는 그의 도전정신은 같은 세대인 나에게는 참으로 신선하고 자극적이었다. 《우편적 불안》에서 “(일본) 아카데미즘 비평에는 사회적 긴장이 없고, 저널리즘 비평에는 지적 긴장이 없다”(10쪽)고 그가 지적한 것처럼 그는 이후 그 경계에서 글을 쓰는 철학자, 사상가, 논객, 비평가, 소설가, 편집인으로 거듭나 일본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왔다. 

거기다 이번에 그의 책 《약한 연결 : 검색어를 찾는 여행》을 우연히 발견하고 보니 그가 최근에는 마을사람과 나그네 중간 지점에 있는 ‘관광객’이고 싶다는 발언을 접한다. 역시 그답다. 그간 그의 행보가 얼마나 (철학적) 글로벌과 (사회적) 로컬을 오갔는지도 잘 알 수 있다. 상황에 따라 다양한 입장을 대변하면서도 그는 초기작 《존재론적, 우편적》이래, 여전히 지적이면서 사회적인 것, 그리고 구체적이면서 사변적인 것을 병행하여서 흥미 있는 글을 쓰고 있는 셈이다.

그의 책 《약한 연결 : 검색어를 찾는 여행》을 보자. 이 책은 2012년부터 2013년에 거쳐 겐토샤(幻冬社) PR저널《세이세이쿄 星星峡)》에 연재한 에세이를 재구성한 것이다. 이후 대폭 수정하여 나온 것이 이 책이다. 앞서 말했듯이 '인터넷의 현실과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주제로 쓴 책으로, 인터넷 환경에 갇혀 사는 현대인들이 한번쯤 성찰해 볼만하다.

서문에서 저자는 인터넷을 공동체의 인간관계를 더 강하게 고정시켜 거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미디어라고 언급한다. 

“인터넷은 계급을 고정하는 도구다. ‘계급’이라는 말이 너무 강하게 느껴진다면 당신의 ‘소속’이라 해도 좋다. 세대, 사회, 취미……무엇이든 상관없는데 사람이 속한 공동체의 인간관계를 더 깊게 하고, 고정시켜 거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미디어가 인터넷이다.” (7쪽)
믹시(mixi, 일본 대표적인 소셜 미디어)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 미디어만 해도 강한 유대관계를 암묵적으로 강요한다. 이는 한 곳에 머물러 쉼 없이 노력하는 마을 사람의 공동체와 닮았다. 거기에는 언어, 브랜드, 간판, 규율을 포함해 자신을 둘러싼 기호 환경이 거기서 거기 동일하다. 한 곳에 머물러 지금 있는 인간관계를 소중히 여겨 공동체에서 성공하고, 때로는 ‘좋아요’를 늘려 인기를 얻으면 그만이다. 마을 공동체와 마찬가지로 강한 유대관계로 얽힌 미디어 환경에는 ‘노이즈(noise, 잡음)’가 거의 없다. 그만큼 자기만족적이고 안정적이다. 그러나 새로운 만남, 도전, 타자 성찰 없이 안정적인 연결에만 머무르다 보면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입력을 단지 출력할 뿐인 기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인간의 고통스러운 존재 모순(주관·객관, 실존·구조, 분자적·몰적)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환경을 의도적으로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리하여 “환경을 달리하여 사고, 발상, 욕망이 바뀔 가능성에 거는 것. 자신이 놓인 환경을 자기 의지로 부수고 바꾸어 나가는 것. 자신과 환경의 일치를 스스로 부수는 것. 구글이 주는 검색어를 의도적으로 배반하는 것. 환경이 요구하는 자신의 모습에 정기적으로 노이즈를 끼워넣는 것”(12쪽)이다.

그런 이유로 저자는 ‘약한 연결(Weak Tie, 미국 사회학자 마크 그라노베터(Mark Granovetter가 1970년대 주창)’ 개념에 주목한다. 약한 연결은 우연적인 것, 무책임한 것, 경박한 것, 욕망으로 넘친 그야말로 노이즈(잡음) 세상이다. 그런데 바로 그 노이즈가 사회와 인생의 다이나즘을 창출한다는 점을 저자는 강조한다. 아즈마에 의하면 그 노이즈를 온몸으로 느끼는 신분이 마을 사람과 나그네 중간 지점에 있는 ‘관광객’이다. 

관광객은 말하자면, 기호(말)로 구성된 인터넷·일상 밖으로 나가 신체를 이동시키는 사람이다. 그는 기호(말)로 나타나지 않는 것도 세계에 존재한다는 사실, 말로 다 진실을 찾을 수 없다는 사실, 말의 해석은 현전하는 사물에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 즉 말 바깥에 있는 것(물리적인 실재)이 중요하다는 사실에 눈을 뜬다. 또 관광객으로서 여행은 “인터넷을 떠나 현실로 돌아가기 위한 여행이 아니라, 더 깊이 인터넷에 빠지기 위해 현실을 바꾸는 여행”(31쪽)이기도 하다. 저자 아즈마 자신, 관광객이 되어 타이완·인도·후쿠시마·아우슈비츠·체르노빌·한국·방콕·도쿄를 누비면서 발견한 교훈들이다.

여기서 눈여겨 볼 점은 저자가 말하는 ‘약한 연결’이 때론 ‘강한 실천’과 맥을 함께 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즈마는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에 큰 충격을 받으면서 지금까지의 ‘잘나가는’ 비평가 입장을 뒤로하고 ‘활동가’로 변신했다. 대지진과 함께 동북지방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가 침수되어 다량의 방사성 물질이 누출되는 사고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이후 이 일대가 방사성 물질 누출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추락했고, 이곳 마을 사람들 또한 삶의 터를 등지고 피난 가서 마을 재건을 두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 처참하고도 불행한 역사적 사건 앞에서 저자 아즈마 연구 그룹은 원전 터 부근 부흥계획으로 ‘후쿠시마 제1원전 관광지화 계획’을 제창한다. ‘기억해야 할 부(負)의 유산’ 즉 ‘다크투어리즘’ 계획이다. 이를 위해 아즈마 일행은 2013년 우크라이나로 가서 (구)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도 시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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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쿠시마 제1원전 관광지화 계획’ 구상을 위해 2013년 아즈마 히로키 일행이 체르노빌 시찰 장면. 1986년 사고 이래, 체르노빌 접근 금지 구역이 최근에 일반인에게 공개되어 관광이 가능해진 현상을 시찰하는 장면. 출처=Youtube 영상 갈무리.

체르노빌의 관광지화를 참조하여, 원전 사고를 미래에 알리기 위해 후쿠시마를 관광지화하자는 주장이다. 그의 이러한 민첩하고, 기발하고, 어찌 보면 인정사정없고, 생뚱맞은 생각에 대해서는 이후 지금까지 찬·반이 엇갈리는 상태로 논의 중에 있으므로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중·장기적으로 눈여겨 볼 일이다.

어쨌든 우리의 관심은 ‘관광지화’(39쪽)라는 표현이다. 이 발상은 저자가 아우슈비츠 및 체르노빌 지역을 관광하면서 얻은 확신이다.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라는 큰 사건을 겪은 만큼, 후세에 이 장소를 기념하기 위해서라도, 이 지역의 관광지화는 “말로 할 수 없는 체험을 말로 하기 위한”(67쪽) 그의 철학적 제언이다. 가령 “(아우슈비츠라는) 비극의 장소가 관광지가 되면서 아우슈비츠의 ‘정말 소중한 것’은 사라질 수 있지만, 그래도 관광지가 되는 게 낫다고 본다. 아무리 조야한 관광지가 되더라도 비극의 편린은 남기 마련이고, 그 편린만으로도 인생은 충분히 바뀐다. 그런 마음이 후쿠시마 제1원전 ‘관광지화’하자는 제안으로 이어졌다.”(68쪽)

그럼에도 ‘우편적 배달오류’는 늘 발생하기 마련이다. (관광지가) 하고자 하는 말과 (관광객이) 듣고 싶은 말 사이의 불통 말이다. ‘우편적’이라는 말은 저자의 중심 사유로, 이는 어떤 것을 어느 장소에 제대로 전달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오히려 배달 오류, 즉 배달의 실패 또는 뜻하지 않은 커뮤니케이션의 가능성이 높음을 암시하는 상태다. 저자 아즈마는 소통의 ‘배달 오류’에도 불구하고 ‘기억해야 할 부(負)의 유산’은 남길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후쿠시마 제1원전 지역을 관광지화 하면, 후세에 말로 다 전달 될 수는 없어도 실재 그 장소에 ‘관광객’이 와서 ‘말로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표면적 체험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관광지화’의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관광객은 신체를 이동시키며 ‘약한 연결’ 속에 세계 이곳저곳을 누비다 귀국하는 사람이다. 그는 적어도 “기호가 되지 않는 것이 세계에 존재한다는 사실”(69쪽)을 겸허히 깨닫고 돌아온다. 다시 인터넷 서핑(surfing)으로 복귀한다. 그가 다루는 검색어가 한층 풍부해졌다. 그래서 ‘약한 연결’ 속 여행은 “자기가 아니라 검색어를 바꾼다”(30쪽)는 말도 실감난다. 그것이 반복되다 보면 강한 연결이 되고 노이즈도 사라진다. 그러면 재빨리 인터넷을 나와 기호(말) 밖 세계를 다시 관광하는 관광객이 된다. 이것이 적어도《약한 연결》의 저자 아즈마가 실재와 가상의 간극을 매우는 방법이다.

어쨌거나 관광지화된 장소나 인터넷은 말로 할 수 없는 것은 말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말로 할 수 없는 것’을 말하기 위해 늘 분투한다. 원래 의도와 조금 다른 방법으로 전달된다. 내 자신조차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한다 해도 이를 다 말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러므로 저자는 다음의 점을 누차 강조한다. 

“우리는 배달오류를 통해 말로 할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더라도, 말로 할 수 없는 것이 이 세계에 존재한다는 사실 만큼은 알게 된다. 한마디로 기호로 다루더라도 기호가 되지 않는 무엇이 세계에 있다는 사실에 대한 외경을 잊어서는 안 된다.”(70쪽)
아즈마 히로키의《약한 연결》은 2015년 일본의 대형서점이 수여하는 ‘기노쿠니야(紀伊國屋) 인문대상’을 받은바 있다. 그의 수상 소감을 읽으면서 글을 마무리하자.

“이 책에서 제가 호소하고 싶었던 것은 한마디로 '철학이란 일종의 관광이다'라는 것입니다. 관광객은 무책임하게 다양한 곳에 갑니다. 호기심에 이끌리고, 어설픈 지식 언저리에서 자기 입맛에 맞는 말만 하다가 떠납니다. 철학자는 그 같은 관광객과 비슷합니다. 철학에 전문지식은 없습니다. 철학은 어떤 종류에도 속하지 않습니다. 철학은 여러 전문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 상식 밖의 관점에서 섬뜩한 시각을 한순간 던지는 그런 수상한 영역입니다. 소크라테스의 ‘대화편’에는 이미 철학의 그러한 본질이 뚜렷하게 각인되어 있습니다. (중략) 철학은 답을 추구하는 일상에서 우리를 조금이라도 자유롭게 해 줄 수 있는 어떤 것입니다. 관광의 여행이 그러하듯이.”
5월 봄날 인터넷 미디어를 벗어나, 시간을 들여 발품을 팔며 어디론가 여행가는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뜻하지 않은 새로운 검색어를 잔뜩 가지고 무사히 귀가하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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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자(미학자·번역가)

(사) 제주기록문화연구소-하간 대표
제주대학교 탐라문화연구원 특별연구원
일본 오사카대학 대학원에서 미학(예술학) 전공으로 
석사 및 박사학위 취득.
프랑스 파리사회과학고등연구소(EHESS) 연구원 역임.
부산대학교 예술대학 대학원 강사(미학) 역임.

현재, 근·현대 문화매체론, 제주기록·제주미학론. 제주도 ‘형태기록’ 생성 및 변천사 등을 연구하고 있다. 번역서로는 크리스틴 조디스 저 《미얀마 산책》(2008년), 데이비드 네메스 저《제주 땅에 새겨진 신유가사상의 자취》(2012년), 《서양인들이 남긴 제주견문록(1845~1926)》(2013년), 《서양인들이 남긴 제주도 항해·탐사기(1787~1936)》(2014년), 《구한말 佛語·英語 문헌 속 제주도(1893~1913)》(2015년), 데이비드 네메스 저 《新제주순력담》(2016년), 韓東亀 편저 《제주도: 삼다의 통곡사》(2017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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