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문화예술재단, 재밋섬 매입 과정·향후 일정 공개...“100여명 상주 인원, 지역경제 도움”

제주문화예술재단이 15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가칭)한짓골 제주아트플랫폼 조성 계획을 공개했다. 한짓골 제주아트플랫폼은 제주시 삼도2동에 위치한 재밋섬(메가박스 제주점) 건물을 공공공연연습 공간과 재단·제주예총·제주민예총 사무실, 회의실 등으로 탈바꿈한 공간이다.

재단은 건물을 매입하는 과정부터 왜 공공공연연습 공간이자 핵심 문화예술 단체·기관이 입주하는 아트플랫폼으로 건설해야 하는지 당위성을 설명했다.

재단은 제주도, 제주도의회, 지역예술인들 모두 오래 전부터 공공공연연습 공간을 필요로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만약 재단이 건물을 매입하지 않았다면 이곳에는 19층 주상복합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었다.

재단, 제주예총, 제주민예총이 한짓골 제주아트플랫폼에 입주하면 향후 100명이 넘는 인원이 상주하면서 원도심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무엇보다 건물주가 매각하는 시기, 내부 공간 높이, 방음 시설 등을 고려하면 이번이 최적의 시기이자 장소라는 점을 강조했다.

<제주의소리>는 이날 한짓골 제주아트플랫폼 조성 계획 기자간담회 내용을 1문 1답으로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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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문화예술재단이 15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가칭)한짓골 제주아트플랫폼 조성 계획을 공개했다. 사진은 한짓골 제주아트플랫폼이 들어설 재밋섬 건물. ⓒ제주의소리

Q. 왜 공공공연연습 공간을 만들려고 하나. 이미 예술공간 이아에도 실내연습장이 하나 있지 않나?

A. 제주에 전문 공연연습 공간은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예술공간 이아도 우겨넣기로 만들었지만 높이가 낮아 제대로 된 연습을 할 수 없다. 이런 문제는 지난해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위원회에서도 지적한 사항이다. 더욱이 문화체육관광부는 2014년부터 유휴공간을 활용한 ‘공연연습장 조성 및 운영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제주는 조건을 충족하는 대상 공간이 없어 지원조차 하지 못했다.

지역예술인들 역시 연습 공간에 대한 갈증을 느낀다. 지난 2015년 제주도가 실시한 ‘창작여건 개선을 위한 문화생태지도 구축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예술인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제주 공연 예술인들의 발표 활동에 있어 어려움)에서 관람객 부족(23.9%), 지역 관심 부족(21.1%), 그리고 연습 공간 부족(16.6%)이 꼽혔다.

한짓골 제주아트플랫폼 공연연습 공간은 연극, 무용, 발레, 실험극, 클래식 음악 등을 모두 소화하는 문화체육관광부의 공간 기준에 맞게 제작된다. 특히 원래 극장 건물로 만들어졌기에 바닥에서 천장까지가 모든 공연 연습을 소화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높다. 방음도 잘 돼 있어 최적의 장소다.

Q. 한짓골 제주아트플랫폼에 재단, 예총, 민예총 사무실이 생긴다고 하는데, 결국 그들만의 공간 아니냐?

A. 다른 지역을 보더라도 광역문화재단 청사를 예술인회관과 전문생활문화예술인 활동 공간이 합쳐진 인프라로 활용한다. 부산, 인천, 대전, 충북 등 문화재단이 예술인회관을 운영하고, 서울 역시 동숭아트홀을 매입해 리모델링 공사 중이다. 

예총은 60년, 민예총은 20년 넘는 역사를 지닌 문화예술 단체로 정부도 종합예술단체로서 지위를 인정하고 있다. 현재 세 기관·단체가 입주해 있는 건물(문예회관 옆)은 회의, 공개세미나 등의 행사를 열기가 불가능한 상태다. 매번 행사 때 마다 다른 기관의 회의실이나 장소를 임대하는 실정이다. 재단 건물 역시 25년이 지나 엘리베이터, 주차시설, 배관 등이 낡아 안전문제가 커지고 있다. 전면 보수할 경우에는 최초 매입 금액인 15억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보인다.

한짓골 제주아트플랫폼에는 시민들도 함께 사용하는 열린 공간이 생길 예정이다. 특히 재단, 예총, 민예총 상주 인력을 합하면 120명에 달하는데 지역 경제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공공공연연습 공간은 난타동아리, 풍물동아리 같은 주민들의 생활 문화예술 장소로 활용 가능하다.
 
Q. 설계비, 세금 등 부대비용을 포함하면 건물 매입에 약 113억원이 투입되는데, 국민 세금으로 모은 큰돈을 함부로 사용하는 것 아니냐?

A. 애초 제주도와 재단은 2010년까지 적립금 300억원을 조성한다는 목표를 조례에도 명시했으나 성사하지 못했다. 2020년까지 연장했지만 종료 2년을 앞둔 현 시점에서도 170억원에 그친다. 적립금 300억원은 이자로 재단 운영비를 충당하려는 당시 도정의 계획이었다. 그러나 최근 저금리를 고려할 때 이자로 운영비를 쓰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올해 도의회에서 재단 적립금 없이 운영비만 반영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문제는 다른 광역문화재단들도 함께 겪는 고민이다. 결국에는 기금 누출 없이 자산 가치를 높이는 방안을 고민할 수 밖에 없다. 서울문화재단이 2016년 동숭아트홀을 매입한 것도 제주와 같은 맥락이다. 한짓골 제주아트플랫폼을 완성하면 현금 자산이 부동산 자산으로 바뀌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자산 가치가 높아질 수도 있다.

한짓골 제주아트플랫폼을 매입하는 비용은 재단의 기본 재산이다. 일각에서는 건물 매입으로 재단 사업이 차질을 빚는다고 하는데 잘못된 이해다. 사업은 기본 재산이 아닌 별도의 운영·사업비를 사용한다.

Q. 주민, 도의회, 제주도 동의도 구하지 않고 추진하는 거 아니냐? 매입 결정 시기가 지방선거와 맞물리는데, 특정 도지사 선거 후보를 위한 것 아니냐?

A. 이미 삼도2동 주민자치위원회와 논의를 거쳐 사업 취지를 충분히 설명했고, 긍정적인 답변을 얻었다. 의회는 지난해 9월 20일 문광위 김동욱 의원실과 함께 전문가 라운드 테이블 회의를 열었으며, 매입을 진행하면서 의원들에게 개별적으로 내용을 전달했다. 지방선거가 있어 공식 보고는 이번 의회 임기가 끝나는 6월이 될 전망이다. 삼도2동 선거구에 출마하는 예비후보들 역시 찬성 입장을 밝혔다. 제주도는 이미 3년 전부터 공공공연연습 공간을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해왔다. 

재밋섬 건물에는 애초 극장을 폐업하고 19층 주상복합건물을 지을 예정이었다. 재단은 지난해 상반기에 정보를 접하고 협의를 이어왔다. 다행히 재밋섬 운영진도 문화예술, 삼도2동에 대한 애정이 높아 현재까지 오게 됐다.

건물 매입은 사는 사람이 원하는 대로 하는 게 아니라, 파는 사람에 의해 결정된다. 재단은 매입을 위해 10개월 전부터 협의했다. 지방선거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Q. 한짓골 제주아트플랫폼 구성은 어떻게 되나. 향후 일정은? 

A. 기본적으로 대극장용·중극장용·소극장용 연습실, 재단·예총·민예총 사무실과 회의실이 들어선다. 여기에 소극장, 독립영화관, 카페, 시민갤러리, 커뮤니티 공간, 예술정보자료실 등을 갖춘다. 세부적인 구상은 전문가 전담조직(테스크포스)을 통해 확정한다.

15일 도민설명회를 거치고 5월 안에 설계비용 산정 적정성 용역, 임시 이사회, 건물 계약 등 실무 절차를 마무리한다. 그리고 내년 8월까지 테스크포스를 운영하고 매각·매입을 확정지어 리모델링을 진행한다. 개관은 내년 9월로 예상한다.

한짓골 제주아트플랫폼은 입지, 기능, 시기 모든 면에서 매우 적절한 기회라고 감히 말한다. 행정이 매입을 시도했지만 결국 무산된 제주시 현대극장, 서귀포시 요양병원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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