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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영장 기각으로 수사 방향 일부 수정 불가피...정황증거 보강 제한적 ‘향후 수사도 난항’

구속영장 기각으로 암초를 만난 제주 보육교사 살인사건 전담팀이 증거 보강을 통해 피의자를 법정에 세우겠다며 미제사건 해결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제주지방경찰청 장기미제사건팀은 2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신속한 사건 해결을 바라는 도민들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다만 구속영장 기각이 수사 종결은 아니”라고 밝혔다.

미제사건팀은 “9년만에 용의자를 피의자로 전환하고 증거 수집과 체포까지 숨 가쁘게 달려왔다”며 “영장기각으로 수사가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은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법원의 판단에 대해서는 “보다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는 재판부 판단에 미치지 못했다”며 “현 단계에서 구속의 상당성이 없다는 것이지 혐의점이 없다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했다.

미제사건팀은 제주보육교사 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였던 박모(49)씨를 9년만인 지난 16일 오전 8시20분 경북 영주시에서 체포했다.

이튿날인 17일 오후 8시에는 강간살인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법원은 18일 오전 박씨를 상대로 구속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했지만 끝내 영장을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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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문을 맡은 양태경 영장전담판사는 피의자의 주장이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점이 있지만 범행 당일 피해여성이 피의자의 택시에 탑승한 사실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초기 수사 당시 피의자의 택시 뒷좌석과 트렁크에서 피해여성인 이모(당시 27세)씨가 입고 있던 무스탕과 비슷한 섬유 조각을 발견했다.

피해여성의 오른쪽 무릎과 어깨 등에서도 피의자가 입었던 남방과 비슷한 섬유 조직을 확보했다. 이를 두 사람간 접촉이 있다는 증거로 판단해 진보된 과학수사를 동원해 분석했다.

경찰은 미세증거물 분석을 통해 당시 두 사람간 접촉이 있었다는 근거로 내세웠지만 ‘유사’와 ‘일치’에서 법원의 판단은 갈렸다.

재판부는 경찰이 제시한 증거는 감정결과에서도 ‘동일’이 아닌 ‘유사’에 그쳐, 다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당시 다른 택시에서도 무스탕 재질이 나온 사실도 예로 들었다.

경찰은 당시 수사과정에서도 피의자와 피해여성의 옷과 몸 등에서 상대방의 DNA를 검출하지 못해 직접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정황증거인 섬유조직 분석에 집중한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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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증거가 부족하고 피의자마저 일관되게 혐의 사실 전면 부인하면서 사건 해결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 피의자에 대한 신병확보도 어려워 수사방식의 변화도 불가피해졌다.

경찰은 체포 당시 압수한 휴대전화와 하드디스크를 디지털 포렌식 방식으로 분석하고 있지만 피의자가 살인사건을 검색한 것 이외에 추가 증거는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의자가 범행 현장을 지나쳤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탑승 위치와 시신 발견 지점에 대한 폐쇄회로(CC)TV 영상 복원작업도 벌이고 있지만 화질이 낮아 여전히 애를 먹고 있다.

미제사건팀은 “이제 살인사건은 공소시효가 없다. 이 사건은 무조건 해결하겠다는 것이 경찰의 입장”이라며 “증거를 보완해 재차 영장청구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박씨는 2009년 2월1일 새벽 제주시 용담동에서 자신이 운행하는 택시에 탑승한 보육교사를 성폭행 하려다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9년 전 박씨를 유력 용의자로 지목했지만 직접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결국 풀어줬다. 박씨는 이듬해인 2010년 2월 제주를 떠나 강원도 등지에서 생활해 왔다.

당시 형사들은 박씨를 의심했지만 사건 발생 3년4개월만에 수사본부는 해체됐다. 2016년 2월7일 제주지방경찰청 장기미제사건팀이 이 사건을 넘겨받으면서 수사는 다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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