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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가 묻고, 후보들이 답한다] ⑩ 영리병원, 공공의료 강화

영리병원(투자개방형 병원) 문제는 제주사회에서 10년 넘게 지속되는 논란 거리다.

아이러니하지만 영리병원 도입은 노무현 정부에서 처음 시도됐다. 제주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사실상 ‘제주도의 헌법’이나 다름 없는 제주특별법에 외국인과 외국법인에 한해 영리병원을 설립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면서다.

외국자본을 유치해서라도 지역경제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적지 않았던 시기로, 국내 영리병원 도입도 함께 추진됐다. 김태환 도정 당시다.

하지만 전국 보건의료단체를 비롯해 시민사회․노동단체 등의 거센 반발로 ‘국내 영리병원’은 백지화 됐지만, 외국 영리병원 설립은 가능해졌다.

제주의 경우 제주특별법에 따라 영리병원 허가권은 도지사가 갖는다. 보건복지부는 사업계획 승인 여부만 판단한다.

최근 국내 1호 영리병원 타이틀을 달게 될 지도 모를 녹지국제병원이 복지부 승인을 받고 현재 제주도의 개원허가 절차만 남겨놓고 있다.

원희룡 도정은 당초 “결격 사유가 없으면 허가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다 촛불혁명으로 정권(박근혜→문재인 정부)이 바뀌자 기조가 바뀌기 시작했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보건복지부 적폐청산위원회는 ‘투자개방형병원’을 청산 대상으로 규정하고 관련 정책 폐기를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요구해놓은 상황이다.

정책결정을 미루던 원희룡 도정은 결국 ‘공론화’를 통해 최종 결정하겠다며 시간 벌기에 들어간 상태다. 공론화위원회 구성, 심층 논의 등을 거치다보면 빨라야 7월에야 공론조사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영리병원 허용에 대해 보건의료단체 등은 “의료민영화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파급력은 제주에 그치지 않고 전국적으로 확산되며 국내 건강보험 체계의 근간을 뒤흔들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한다.

◇ 녹지병원 공론화결과 수용 여부? 원희룡 “미리 예단할 필요 없다” 애매

6.13지방선거에 출마한 제주도지사 후보들 중에서는 3명(문대림, 장성철, 고은영)이 영리병원에 대해 ‘반대’ 입장을, 자유한국당 김방훈 후보는 ‘찬성’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반면 정책결정권자였던 무소속 원희룡 후보는 “영리병원과 관련해 전국 지자체 중에서 최초로 공론조사를 하기로 한 만큼 결과를 지켜보는 게 우선”이라며 찬․반 입장을 유보했다.

제주에서 영리병원 1호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건물을 완공, 의료장비를 갖추고 인력채용까지 마친 녹지국제병원이 개원 허가만 기다리고 있는 것. 정책결정을 미루던 원희룡 도정은 ‘숙의형 공론조사’를 통해 최종 입장을 결정하겠다며 시간 벌기에 들어간 상태다.

‘이 시점에서 공론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민선 6기 도정에서 호흡을 맞췄던 원희룡(무소속), 김방훈(자유한국당) 후보는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고은영 후보(녹색당)는 입장을 유보했다.

문대림(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에서 논의하는 것으로 결정된 상태인 만큼 공론조사 필요 여부를 논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장성철(바른미래당) 후보는 “영리병원 반대를 공약한 문재인 정부가 나서서 제주도정에 ‘불허’하라는 의견을 분명하게 전달해야 한다”며 중앙정부 역할론을 폈다. 장 후보는 또 “공공의료체계를 허물 수 있는 영리병원을 절대 허가해선 안 된다”며 공론조사 절차 자체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질문을 ‘공론조사 결과 녹지국제병원 허용 쪽으로 결론이 나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더 구체화하자, 김방훈 후보만 “공론조사 결과를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문대림 후보는 “현재는 공론조사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입장을 유보했고, 장성철 후보는 “공공의료체계에 미치는 영향 차원에서 공론조사 결과를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불허 결정이 나면 수용하겠지만, 허용 결정이 나면 재검토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원희룡 후보는 “결론을 미리 예단할 필요가 없다”고 했고, 고은영 후보는 입장을 유보했다.

◇ 제주․서귀포의료원 적자 어떻게? 文․元 “선 경영진단 후 재정지원 통한 공공성 강화”

제주지역 공공의료기관인 제주의료원․서귀포의료원의 심각한 적자문제에 대한 해법에서는 후보자들 입장이 엇갈렸다.

김방훈 후보는 ‘경영진단 및 구조개혁’을, 고은영 후보는 ‘공공성 강화를 위해 先 제주도 지원 강화’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문대림, 원희룡 후보는 “공공기관 혁신을 위해 경영진단 후 이에 따른 구조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제주도 및 국비절충을 통한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는 ‘판박이’ 입장을 내놨다. 문 후보는 서귀포의료원의 경우 제주대병원에 위탁해 운영하는 구체적인 대안까지 제시했다.

장성철 후보는 “공공의료서비스 강화 측면에서 역할을 재정립하겠다”고 전제한 뒤 “경영의 낭비적 요소가 있다면 과감하게 걷어내고, 이후 재정투입 확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의료양극화 해소 및 공공의료체계 강화와 관련해 문대림 후보는 △75세 이상 어르신 무상의료 실현 △출산케어(출산 및 산후조리비) 200만원 수준 지원 △아동․청소년 교통비 전액지원 등 ‘3대 포용 무상복지 실현’ 공약을 제시했다.

또 공공의료 강화를 위해 효심 치매안심제 도입, 독감 무료 예방접종 중․고생 및 임산부까지 확대, 치매안심병원 설치, 경로당 주치의 지정 및 도우미 배치 등을 공약했다.

김방훈 후보는 ‘노인 거점병원’ 설립을 공약했고, 장성철 후보는 △도립 어린이전문 병원 설립 △중․소병원 및 요양병원 심야간호인력 인건비 지원을 공약했다.

고은영 후보는 △마을 주치의 제도 시행 △서귀포의료원에 소아과․산부인과․정형외과 확충 통한 2차 진료병원 성격 강화 및 여성아동전문센터 건립 △동서지역 야간․휴일 진료 마을의원 운영 지원 △장애인 건강주치의 제도 시행 △방문간호사제 확대 및 정규직화 등을 공약했다.

원희룡 후보는 △서귀포지역 및 민간병원 지원을 통한 응급의료체계 강화 △서귀포의료원 부속 요양병원 신축 개원 및 진료과목․병상 확대 △의사인력 확충 등의 공약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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