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울렁증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영어가 부담인 내게 미국으로 향하는 건 커다란 도전이었다. 이국적인 문화를 접하는 데에 대해 설렘보다 영어로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인턴십에 대한 두려움이 앞섰다. 졸업 전 영어 울렁증 극복, 직무체험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JDC 글로벌 인재육성 인턴십’에 지원했다. 제주지역 학생에게 외국어 연수 기회와 기업연수 경험을 제공하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이었다. 걱정과 두려움을 잠시 내려놓고 샌프란시스코로 향했다. ‘Beekeeper’라는 IT 기업에 일하기 위해 영어 면접을 봤다. 세 차례의 면접을 거쳤다. 예상 질문을 준비하고 답변을 쓰고 외우기를 반복했다. 나는 콜드플레이의 공연도 포기해가면서 어학원 선생님과 여러 차례 모의 면접을 준비했다. 일하고 싶었던 회사여서 그런지 합격했을 때 기쁨은 정말 컸다.


합격의 기쁨도 잠시. 회사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직원 이름을 외우기부터 메일 전송, 기업문화 적응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았다. 이곳에서 일하고 있으면 마치 자막 없는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그중 가장 힘든 일은 전화 업무였다. 교과서처럼 천천히 이야기 해주는 것도 아닌데 상대방의 표정도 볼 수 없으니 추측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귀를 틔우려고 매일같이 녹음기를 틀고 출퇴근길에 반복해서 영어를 듣고 또 들었다. 일부러 상점에 전화해 사지도 않을 물건에 대해 문의하기도 했다. 그 결과 인턴이 끝날 무렵, 전화 업무는 전혀 두렵지 않았다. 회사 기념품인 열쇠고리 80개도 주문하고, 회사 워크숍에 필요한 용역 조사도 했다.

나는 영어 전문가는 아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영어가 부담이었던 이유는 틀린 문법으로 말하는 데에 대한 걱정, 실생활 중심 영어 교육 부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인턴십은 지원 단계에서는 면접 질문을 외우는 수준이었지만, 실제 원어민과 직접 접촉하면서 ‘문법이 틀리면 어쩌지’하는 걱정은 사라졌다. 영어 울렁증을 극복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 나아가 인턴업무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던 것 같다. 회사에서 매년 최고의 사원에게 주는 ‘2017 Beekeeper 최고의 사원’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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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대학교 관광경영학과 지윤경
Beekeeper에서의 일은 대학 생활 중 가장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도전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건 여러 사람의 도움 덕분이다. ‘JDC 샌프란시스코 인턴십’은 내게 소중한 기회였다.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사회 진출을 꿈꾸는 이에게 내가 받았던 도움을 돌려줄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도전할 것이다. / 제주대학교 관광경영학과 지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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