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 천국 제주] ④ 단속-격리-송환 8명이 도맡아 '허덕허덕'...인력확대 예산 '싹둑'

빠르게 증가해 2018년 현재 1만명을 훌쩍 넘어선 제주도내 불법체류자.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이들은 지역 노동시장 곳곳에 퍼져 지금은 통제가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 때로는 강력범죄에 연루돼 지역사회에 '막연한 공포'를 안겨주기도 한다. <제주의소리>는 불법체류자에 의한 사회문제가 어디서부터 시작됐고, 어떻게 고착화됐는지, 또 이에 대한 해법이 없는지 네 차례에 걸쳐 다룬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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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출입국·외국인청 전경. ⓒ제주의소리

제주지역에 불법체류자가 급격하게 증가한 것은 복합적인 이유가 있지만, 행정력의 부재도 한몫 했다는데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불미스런 사건이 터질 때마다 출입국당국의 인력부족 문제가 도마에 올랐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이미 제주에 거주하는 불법체류자는 1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법무부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 따르면 제주지역 누적 불법체류 인원은 9846명. 소재가 파악되지 않은 등록외국인 1641명을 포함하면 사실상 불법체류자는 1만1000명이 넘는다.

작년 한 해 동안 증가한 불법체류 외국인만 6218명에 달한다. 전년도 5763명에 비해 7.8% 증가했다.

이에 반해 지난해 자진해서 출국한 불법체류자는 3058명, 단속에 적발돼 강제 송환된 불법체류자는 1445명에 그쳤다. 강제 송환 사례는 2016년 1392명, 2015년엔 708명에 불과했다.

자진출국이든 강제송환이든 출국자가 불법체류자 증가세를 따라가지 못하는 양상이다.

늘어난 불법체류자는 지역 노동시장으로 유입되며 여러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건설현장으로 스며든 외국인 노동인력 40명 중 39명이 불법체류자라는 점은 예사롭지 않은 대목이다. 불법체류 증가세와 맞물려 외국인범죄도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제의 근본 원인 중 하나로 인력 부족을 지목한다.  

제주출입국관리사무소로 운영되다가 최근 격상된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은 국경관리, 체류 외국인 서비스, 국적, 난민 등 출입국·외국인 관련 행정을 담당하고 있다. 외국인의 지역사회 통합 등의 업무도 도맡고 있다.

그러나, 불법체류자들을 단속하고 송환하는 업무를 맡고 있는 제주출입국청 조사과 직원은 달랑 13명. 세부업무 별로 보면 과장 1명을 비롯해 단속요원 8명, 외국인보호소 관리 직원 1명, 서무직원 1명, 범칙금 관리 직원 2명이다. 현장 업무를 맡고있는 직원은 8명 뿐이다.

단속 인력 8명으로는 하루에 3곳의 현장을 방문하기도 벅차다. 제주에 거주하는 불법체류자의 특성 상 무리지어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소수의 단속인력으로는 도리어 위협까지 받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 8명이 불법체류자를 잡아다 격리하고, 본국으로 송환하는 일까지 도맡아야 한다.

타 지역의 경우 단속 인력과 별도로 '퇴거전담반'이 운용되고 있다. 단속과 송환을 별개의 업무로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도서지역이라는 특성 때문인지 제주에서만 유일하게 이 업무를 한 팀이 책임지고 있다.

송환 업무도 결코 단순하지 않다. 불법체류자의 여권 원본을 꼭 소지토록 해야하고, 한 비행기에 6명 이상의 불법체류자를 태워서는 안된다. 가뜩이나 비행기 편수가 적은 제주에서 비행기표를 끊어주는 업무도 만만치 않다.

심지어 불법체류자들의 임금도 직접 받아다 줘야하고, 이미 한국을 떠난 불법체류자들이 한국에 살 때 소지하고 있던 짐까지 별도로 챙겨다 보내줘야 한다. 과거 단속을 피해 도주하던 불법체류자가 부상을 당하자 위로금 명목으로 2000만원 가량을 보상한 일도 있었다.

사실상 현실적 규제나 제약이 너무 많은 것이다. 이러다보니 출입국청은 주초 단속에 집중하고, 주중과 주말엔 송환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불법체류자를 일정 기간 격리하는 외국인보호시설 관리 인력이 1명 뿐이라는 점이다. 24시간 관리가 필요한 시설임을 감안하면 너무나 비현실적이다. 

정부 자체적으로도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해 올해 인력을 충원하려 했다. 출입국청의 담당부처인 법무부는 당초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의 의결을 거쳐 전국적으로 출입국 담당 인력 50명을 늘리기로 하고, 올해 본예산에 올렸다.

하지만, 국회 예산안 심의를 거치면서 무산됐다. 공무원 증원을 두고 벌어진 '정쟁'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각 부처별로 떡반 나누듯 공무원 추가 인력을 줄였는데, 이 과정에서 출입국관리사무소가 희생양이 됐다.  

정치 논리는 물론 힘의 논리에도 밀린 결과다. 출입국당국 관계자는 "출입국 인력이 가장 시급한데도 법무부 산하 기관 중 검찰청은 물론 교도기관에도 밀렸다. 외국인·불법체류 관련 부서는 한마디로 힘이 없다"고 토로했다.

현실적으로 제주출입국청에는 단속 인원이 20명 이상 늘어나야 현 상황을 감당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외국인보호시설 관리자도 3교대 정도로는 돌아가야 한다.

이와 관련 강영우 제주출입국·외국인청 조사과장은 "변명 같지 않은 변명이지만 무사증 제도로 인해 타 지역보다 불법체류자의 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제주에서는 특히나 인력 부족 문제가 시급하다"며 "내년에는 반드시 예산이 반영될 수 있도록 (부처)설득 논리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강 과장은 "최근 들어 불법체류자들이 늘면서 '단속에 손을 놓고 있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사고 있는데, 저희로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한다. 지금도 처리하지 못한 고발건수가 150건이 넘는다. 순차적으로 현장에 단속반을 투입하고 있다"고 이해를 구했다. 그는 "사실상 관급공사에도 불법체류자들이 투입되는 것이 현실"이라며 "적어도 관급공사 현장부터 정리가 될 수 있도록 관계기관에서 적극적으로 협력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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