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지방선거가 막을 내렸다. 제주도지사와 교육감, 지방의원 등 45명의 풀뿌리 자치일꾼이 도민들 손에 의해 선출됐다. 승리요인과 패인 등 각종 분석이 쏟아진다. <제주의소리>는 숨을 한 번 더 고르고, 긴 호흡으로 6.13지방선거를 뒤돌아봤다. 더 차분하고, 냉정해지기 위해서였다. 3회에 걸쳐 6.13민심의 의미와 과제를 짚어봤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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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표심, 의미와 과제] ① ‘무소속 도지사-집권여당 도의회’에 담긴 의미

<글 싣는 순서>
견제와 균형도민의 선택은 옳았다!
② ‘소통과 협력’ 협치를 재가동하라!
③ 한 눈 팔지 말라! ‘제주도민당’ 약속 지켜야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막을 내렸다. 앞으로 4년 ‘특별자치’ 제주의 미래를 이끌어갈 제주도지사와 제주도의회 의원, 제주교육을 책임질 교육감이 도민들 손에 의해 직접 선출됐다.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최대 격전지로 꼽혔던 제주도는 ‘무소속’ 원희룡 후보가 승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보수의 아성이라는 대구․경북(TK)를 제외하고는 유일하게 제주에서만 패배했다. 그래서 무소속 원희룡 후보의 당선은 전국적인 뉴스가 됐다.

흔히 제주도 정서를 ‘정당보다는 궨당’이라고 부른다. 역대 선거결과를 놓고 보면 결코 틀린 말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최근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를 보면 3개 선거구를 4번 연속 민주당이 싹쓸이했다. 16년 장기 집권을 하고 있는 셈. 반면 제주도지사 선거에서 만큼은 맥을 못췄다. 가장 최근에 승리를 맛 본게 2002년 선거였다. 16년 만에 맞은 절호의 기회도 놓쳐버렸다.

무소속 후보의 당선은 민선 자치가 부활된 이후 벌써 4번째다. 정당 지원 없이 제1․2당 정당 후보들과 맞서 싸워 이긴다는 건 그만큼 ‘인물론’이 먹혀든다는 얘기다. 제주에서 만큼은 정당도 학연, 혈연, 지연 등 궨당을 뛰어넘는 상수가 아니라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이에 반해 제주도의원 선거는 민주당이 압승했고, 보수정당이면서 제1, 2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몰락했으며, 진보정당들은 선전했다.

도지사선거에서는 녹색당이 자유한국당 후보를 제치고 3위를 했고, 정의당은 정당투표에서 11.9%를 얻으며 당당히 의회에 입성했다.

결국 제주도민들은 인물이 좋으면 인물을, 정당이 좋으면 정당을 선택하고, 정당과 후보가 마음에 안들면 과감히 심판하는 실용적인 선택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정치적 환경만 놓고 보면 더불어민주당은 절대 질 수 없는 선거였다.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가 70%를 넘고, 당 지지율도 50%를 상회하는 상황에서 ‘집토끼’만 제대로 챙겼어도 무난히 승리할 수 있는 조건이었다.

그럼에도 무소속 후보에 일격을 당했다는 건, 애초에 경쟁력이 없는 후보를 공천했거나 그게 아니면 당 차원의 선거전략이 심각하게 잘못됐기 때문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이런 측면에서 원희룡 지사는 어쩌면 천운을 타고 났는 지 모른다. 싸움은 자기가 잘해서 이기기도 하지만, 상대가 헛발질을 해서 이기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번이 후자의 경우다.

그래서인지 원 지사는 당선 직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위대한 제주도민의 승리다. 도민만 의지하고 도민만 바라보며 가겠다”고 몸을 낮췄다. 그러면서 “민선 6기 때 지적받았던 소통, 화합, 인재 등용 등 여러문제에 대해 통로를 넓게 개방하면서 큰 틀의 화합정치, 참여정치를 이뤄나가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선거를 통해 표출된 제주도민들의 마음을 정확히 꿰뚫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말의 성찬이 아니라 실천이다.

되돌아보면 4년 전도 마찬가지였다. 대권의 꿈을 놓지 못했던 그는 4년 내내 서울만 쳐다본다는 ‘망경루’, ‘연북정’ 논란을 자초하며 민심에서 점점 멀어져갔다.

이 때문에 그는 선거 내내 “결코 한눈 팔지 않겠다”며 멀어져간 민심을 되돌리려 노력했다. 스스로를 ‘제주도민당 당원’으로 규정하고는, 제주도민당을 절대 탈당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부메랑이 될 것임을 정치9단 그가 모를 리 없다.

제주도민들은 ‘무소속’ 도지사를 선택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게 의회권력을 안겨줬다. ‘제왕적’ 도지사를 적절히 견제하라고 주문한 셈이다.

더불어민주당은 31개 선거구에서 25곳을 석권했고, 여기에 비례대표 4석까지 더해 총 29석을 확보했다. 재적의원(43명)의 67.4%, 모든 상임위에서 독자적으로 의결할 수 있는 정족수(과반)를 확보, 의회운영을 주도할 수 있게 됐다. 이같은 ‘거대 원내정당’의 출현은 1995년 지방자치 부활 이후 처음이다.

다만, 숙제가 있다. 제왕적 도지사를 견제할 수는 있으되 공룡이 된 의회권력을 어떻게 내부적으로 통제할 것인가에 대한 새로운 숙제를 안게 됐다.

한마디로 이번 6.13지방선거 성적표를 요약하면 ‘무소속 도지사-집권여당 의회’다. 그렇다면 여기에 담긴 함의는 무엇일까.

‘견제와 균형’을 통해 제주의 발전과 이익을 위해서는 정파를 뛰어넘어 치열하게 토론하고 소통하라는 ‘명령’으로 해석할 수 있다. 도지사가 ‘제왕’이 되려 한다거나, 의회가 ‘절대권력’에 취해 도지사를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제주도민에게 고통만 안겨줄 뿐이다.

이와 함께 이번 6.13지방선거가 던진 화두 중 하나는 제주에서의 ‘진보정치’ 가능성이다.

정치세력에 대한 지지도를 비교할 때 가장 객관적인 지표라고 할 수 있는 광역의원 비례대표(정당투표) 결과를 보자.

정의당(11.87%), 민중당(1.60%), 노동당(1.83%), 녹색당(4.87%) 등 진보정당 지지율 합계는 20.17%로, 전국 17개 시․도 중 단연 1위다. 빛고을 광주 18.3%, 서울 11%와 비교하면 제주의 진보정치 토양이 타 시․도에 비해 훨씬 비옥하다고 볼 수 있다.

차제에 여의도에 종속된 정치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도 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정치뿐 아니라 경제, 교육, 문화, 각종 사회 이슈가 서울 중심으로 돌아간다.

이러한 중앙 집중적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이 바로 지역정당(Local Party)이다. 제2공항, 영리병원 등 지역이슈에 공동 대응하는 낮은 단계에서 시작해 점차 상시적인 진보정당네트워크로 진화해갈 수 있다.

비록 6.13지방선거 도입에는 실패했지만, 문재인 정부가 지향하고 있는 자치분권 정책(자기결정권 강화)과 맞물려 4년 후에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시행될 수 있도록 민주당 내 ‘진보블록’과 함께 유쾌한 정치실험에 나서라는 주문도 ‘진보정당 지지율 20.15%’에 담겨있다.

의회 절대권력이 된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내부 견제시스템도 필요하다. 초․재선을 중심으로 당내 ‘진보블록’을 구축, 사안에 따라서는 진보정당과 유연하게 연대하며 부패를 막는 ‘소금’ 역할을 해야 한다.

서로에 대한 견제를 통해 균형감각을 잃지 말라는 것. 제주도민들이 내린 명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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